김학중<꿈의교회 담임목사>

  오늘 하루 동안 참 수많은 ‘사과’를 만났습니다. 한 운전자는 무리하게 운전했다가 상대방 운전자에게 사과했고, 어떤 분은 전화하던 중에 미숙한 일로 사과했습니다.
  우리가 살면서 최소한 한 번은 ‘사과’합니다. 가능하다면 애초에 사과할 상황을 만들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하지만 사람이 늘 완벽할 수 없기에 비록 자존심이 상해도 사과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납니다. 그래서 인간관계를 연구하는 전문가들은 되도록 사과를 하지 않도록 조심하는 것이 좋겠지만, 어쩔 수 없이 사과해야 한다면 잘해서 상대방의 분노를 풀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가장 ‘효과적’으로 나의 미안한 마음을 전할 수 있을까요? 미국의 한 주립대학에서 이러한 실험을 했습니다. 연구팀은 수백 명의 참가자에게 회계 부서의 매니저가 되어 면접을 진행하게 했습니다. 그리고 연구팀은 이 면접에서 참가자들 앞에 앉을 면접 지원자들에게 전 직장에서 있었던 일을 잘못 이야기했다가 다양한 방식으로 사과하도록 합니다. 그리고 참가자들에게 면접자의 사과를 1점부터 5점까지의 점수로 평가하도록 부탁합니다.
  실험 결과, 연구팀이 제시한 사과의 여섯 가지 핵심 요소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첫째, 후회를 표시한다. 둘째, 무엇이 잘못이었는지 설명한다. 셋째, 자신의 책임을 인지한다. 넷째, 재발을 방지하겠다고 약속한다. 다섯째, 보상책 혹은 보완책을 제시한다. 여섯째, 용서를 구한다.” 실험 결과에 의하면, 이 여섯 가지 요소가 많이 포함될수록 더 많은 실험 참가자들이 용서하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하지만 이 실험에서 더 주목할만한 분석이 있었는데, 그것은 이 여섯 가지 중에서 상대방의 마음이 더 효과적으로 바꾸는 요소와 그다지 효과적이지 못한 요소가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내가 잘못했다’는 것을 인정하는 “책임 인지”와 ‘앞으로는 이런 점을 고치겠다’고 말하는 “보완책 제시”가 상대방의 마음을 효과적으로 바꾸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반면에 그저 단순하게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라고 말하는 “용서 구하기”는 가장 효과가 작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다시 말해서 단순하게 ‘미안해, 용서해줘’라고 말하기보다는 ‘내가 그 부분을 깜빡했어. 미안해. 다음에는 메모하고 다시 확인할게’라고 말하는 것이 더 효과적인 사과라고, 연구진은 이야기합니다.
  사실 개인적으로 있었던 수많은 사과를 돌아보면, 말로만 ‘미안하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대응책을 제시하고 실제로 그 이후에 행동이 변화되는 모습을 보여줄 때 상대방으로부터 인정받은 경우가 많았습니다. 우리는 이처럼 실제적인 행동의 변화를 추구하고 시도할 때, 그곳에서 진정성을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점에서 우리가 했던 사과는 어쩌면 누군가에게는 진정성이 부족한 사과였는지도 모릅니다.
  예로부터 우리 조상들은 종종 ‘말 한마디가 천냥 빚도 갚는다’는 속담을 썼습니다. 이것이 전혀 틀린 말은 아니지만, 어쩌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화려하고 멋있는 말 수천 마디보다 달라진 행동 하나가 아닐까요? 멋있는 것을 넘어서, 삶에서 우러나는 실제적인 사과를 통해서, 자신과 남들에게 당당한 인생이 되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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