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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 시간
  • 안산신문
  • 승인 2021.06.30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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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희<소설가>

  요즘 명문 고등학교 혹은 명문 대학교에 합격한 청소년들이 자신의 성공담을 늘어놓는 책을 쓰고, 그들을 부러워하는 수많은 학생과 학부모들이 그 책을 경쟁하듯 구입해 베스트셀러로 만들어 주고 있다. 뿐만 아니라 주식이나 부동산 성공 등 자기개발서가 서점에서 잘 팔리고 있다.
 현실적으로 필요한 책일 테니 나름의 가치는 분명히 있다. 그리고 그 책을 통해 태산이라도 오를 듯한 열정과 패기는 분명 칭찬 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이런 성공담의 주인공들에게도, 태산이 아니라 작은 뒷동산조차 오르기 힘들 날은 반드시 올 것이다. 배움의 길은 멀고도 험한 법이니까.
 배움의 터전에서 정말로 중요한 일은 배움의 가치에 대해 굳은 마음을 갖고 희망을 잃지 않는 것이다. 한 시기의 성공을 가능케 했던 행운과 반짝이는 두뇌가 아니라 평생토록 성공과 실패를 동요 없이 받아드릴 수 있는 한결같은 마음이 중요하다. 일시적으로 들뜬 열정과 패기가 아니라 모든 것을 잃어버려도 희망만은 절대로 빼앗기지 않는 끈기가 진정한 배움의 신화를 쓰는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그런 감동을 주는 학자가 있다. 서울대 이상묵 교수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그는 서울대와 MIT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은 후 미국과 영국의 연구소에서 세계적인 해양학자로 성장했고, 2003년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로 임용되었다. 2006년 미국에서 야외지질조사 프로젝트를 수행하던 중 차량이 전복되는 사고를 당해 전신마비가 되고 말았다. 하지만 그는 강한 재활 의지로 사고 후 6개월 만에 대학으로 돌아와 연구와 강의에 힘쓰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가 심해 탐사를 해 본 바다는 지구상의 1%도 안 됩니다. 지금 1%도 안 되는 그런 탐사를 통해서도 유용한 것들을 발견했는데, 앞으로 99%에 뭐가 있는지 어떻게 압니까? 바다는 지금 우리가 개발해서 뭔가 이득을 챙길 수 있는 관점으로 바라보기보다는, 미지의 세계이고, 앞으로 더 알아야지 무엇을 얻어낼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2009년 4월에 방영된 한 과학 프로그램에서 이상묵 교수가 한 말이다. 우리는 이 말에서, 그가 장애를 극복한 인간승리의 주인공이라기보다는 세계 해양학계에 공헌할 수 있는 과학자임을 분명히 알 수 있다. 그는 몸의 장애에 상관없이 끝까지 치열한 배움의 길을 가고 있는 것이다.
 이상묵 교수는 《0.1그램의 희망》이라는 책에서 자신이 연구를 계속할 수 있는 데 필요한 최소의 부분은 하늘이 가져가지 않았다고 했다. 그 최소의 부분은 무엇일까? 뇌일까? 심장일까? 아니다. 그것은 바로 희망이다. 우리도 배움의 길을 가면서 절대로 잃어버리지 말고 가져가야 할 것은 바로 ‘희망’이다.
 다리를 다쳐 2개월 째 두문불출하고 있는 나는 오히려 이 칩거의 시간을 자양분으로 삼아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새로운 공부를 시작했다. 이런 시련이 없었으면 공부를 다시 시작할 엄두를 못 했을 것이다. 늦은 나이에 시작한 공부는 더 어렵고 힘이 든다. 반짝이는 두뇌가 없음에 좌절하기도 한다. 배움에는 끝이 없고 그 길은 험난하지만 잠을 줄이고 독서와 공부에 집중할 수 있도록, 아픈 다리가 밖으로의 움직임을 막아 주어 다행이다. 멀고도 힘든 배움의 길. 희망이 있어 즐겁게 그 길을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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