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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종길의 책 이야기<13>자연사 관련 책들을 왜 수집하게 되었을까?
  • 안산신문
  • 승인 2021.06.30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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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감류도 세상의 동식물들이 다양한 만큼 매우 다양하고 내용이나 출판 방식도 천차만별이다.

“아름다운 경관이 눈앞에 펼쳐졌을 때 그 아름다운 풍경을 즐기지 못할 이유가 무엇인가? 아무런 이유가 있을 수 없다. 있다면 그것은 자연과 친숙하지 못하다는 것뿐이다. 마음의 문을 열면 자연에 대해 경외 비슷한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그리고 평소에 자연을 접할 기회가 너무 없었음을 후회하게 될 것이다.” - 리더스 다이제스트의 책 ‘경이로운 대자연, 자연을 관찰하고 감상하는 방법’에서 인용 -

   자연사 관련 책들을 왜 수집하게 되었을까?

   가끔 집에 있는 책장을 보면서 “왜 이런 책들을 수집하게 되었을까?” 하며 스스로 자문을 해보곤 한다. 여러 분야의 책들을 모았지만, 초창기 책장을 장식한 주류 주제는 단연 자연에 관한 책들이다. 그중에서도 도감, 동식물이 사는 현장이나 실험실 안내서, 자연이나 생태계 해설 등이 큰 비중을 차지하였다. 이들 주제를 통틀어 ‘자연사’ 분야라 하였다. 물론 필자의 방식이고, 연재를 시작하면서 책들을 분류할 때 이들 분야를 그렇게 지칭하고 싶었다. 앞의 연재에서 자연사를 정의하였으므로 이 분류 방식이 크게 어긋나지 않았음을 알 것이다. 자연에 관한 관심은 생물학과로 진학하여서 더 가중된 것은 사실이나 근원적인 면을 쫓아 가보면 근저에 어린 시절 체험이 자리를 잡고 있다.
   부농의 장남인 아버지는 26살의 젊은 나이에 지방의원에 출마하여 보기 좋게 낙선을 하였다. 그리곤 필자만 남겨두고 어머니와 여동생을 데리고 훌쩍 상경을 해버렸다. 농사를 지으며 대학을 다녔던 그래서 미래 농촌지도자가 될 것으로 믿었던 장남의 돌출 행동에 자식들을 늘 자랑스러워하던 할아버지는 크게 낙담하였다. 우리 가족 구성원 모두에게 엄청난 변화를 일으킨 대사건이었다. 그러나 자세한 가족사를 이야기하려던 것은 아니고 시골에 남겨진 필자의 체험에 대한 이해를 도우려고 이야기를 풀어나간 것이다. 홀로 조부모 밑에 남은 만다섯 살짜리는 응석받이에서 자신을 책임져야 하는 아이가 되었다. 네 살에서 여섯 살까지 동안은 주변 환경에 대한 감수성이나 기본적인 가치 판단이 길러지고 모국어의 어휘력이나 문법이 자리 잡는 아주 중요한 시기이다.
   나름대로 바빴던 조부모 덕에 마음껏 동네를 쏘다닐 수 있는 자유를 누리며, 동네 친구들과 또는 혼자서 놀았다. 주 놀이터는 집 앞 개울, 마을 뒷간 언덕배기, 자갈이 많았던 큰 냇가, 개헤엄을 터득(?)하게 해준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던 웅덩이였다. 그중에서 개울은 어린 자연주의자의 개인 수족관이자 자연 체험장이며 물놀이터였다. 혼자서도 온종일 놀 수 있는 장소였다. 가끔 물뱀이 지나가며 겁을 주긴 하였어도 신기한 생물들이 가득한 물속은 봄과 가을 사인 살다시피 한 필자만의 왕국이었다. 어떤 때는 소쿠리를 들고 나가 고기를 잡기도 하는데 팔뚝만 한 메기를 잡고는 놀라 자빠지기도 하고, 물속을 떼를 지어 다니는 송사리(정확히 송사리인지는 모름) 떼를 손으로 잡으려 첨벙첨벙 뛰어다니기도 했다. 수심은 무릎 정도였고 좁아 안전한 공간이지만 요즈음에는 어린이 혼자 절대 놀게 하지 않을 터였으리라. 그 물속엔 열 종도 넘는 물고기가 있었던 또 여러 종류의 수생 곤충들이 있었다. 속이 다 들여다보이는 개울에 식물들도 많았는데, 그중에는 분명 민물 김도 있었던 같았다. 물론 이 희귀종은 삼척 일원에서만 자라니 분포만을 보면 창원의 개울에서 자랄 리가 없다. 하지만 어릴 때 기억을 더듬어보고 도감에서 확인해보면 그땐 그 자리에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기도 한다.
   그렇게 3년을 보내고 서울로 왔으나 시골생활은 머릿속에 항상 남아 있는 아름다운 추억이고 그때 내재하였던 자연에 대한 사고가 필자를 지금의 생태학자로 이끌었을 것으로 믿고 있다. 분명한 것은 그 시절의 경험이 생태계를 이해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된 것은 분명하다. 참 이상한 것은 진로를 결정할 때 생각지도 않은 경험을 하게 되고 작은 일이지만 마음속에 자리를 잡아, 어느 한쪽으로 가게 하는 일들이 반복되었다. 소소한 꿈의 실현이라 해도 된다. 전역을 하고 7월 초에 고교동창 네 명과 함께 강원도 송지호해수욕장을 가게 되었다. 동창들과의 여행에는 언제나 필자가 기획하고 나서 추진하였다.

어느 시점부터는 해양생물의 안내서를 중심으로 구입하기 시작하였고, 북한을 포함한 적어도 30개국 이상의 안내서를 가지고 있다.

처음 개장하는 해수욕장이면서 주변 자연의 다양함에 이끌렸다. 기수호인 송지호도 그중 하나였다. 민물과 바닷물이 내륙에서 만나고 호수 입구는 모래로 막혔다 열렸다 하는 자연현상이 재미있었다. 두 서식환경에 사는 생물들이 같은 수역에 사는 것도. 민박집 주인이 감성돔 새끼를 잡을 수 있다 하여 낚싯대를 드리웠지만, 졸복만 뽁뽁 소리를 내며 잡혔다. 나중에 붕어도 많이 산다는 소릴 들었고, 재첩 껍데기를 호수 바닥에서 수태 보았다. 또 미끼를 잡기 위해 호수 가장자리 퇴적물을 삽으로 뒤집어 보니 여러 종류의 지렁이를 보게 되었다. 이 지렁이류를 공부하면 재미있겠다 싶었다. 또 욕심을 살짝 부렸다. “그러면 내가 최초의 지렁이를 공부하는 해양학자지”하며. 그런데 그로부터 5년 후엔 실제로 ‘갯지렁이류 분류’로 석사 학위를 받았으니 가정이 현실이 되었으니 꿈을 이루었다고 해도 되지 않은가?
   이런 경험에서 출발한 궁금증과 책을 만들 욕심에 여러 서적을 모으지 않았을까 추리를 해본다. 처음엔 동식물을 가리지 않았고, 서점에서 발견하는 대로 헌책이건 새 책이건 또 외국책이건 용돈을 모두 쏟아부었다. 종로에 있는 두 대형 서점에는 외국책들을 판매하고 있어 도감이 나오면 몇 번을 방문하여 견주어보다가 돈을 모아 사기도 하였다. 특히 1970년대 후반과 1980년대 초반에는 아직 TV에 자연 다큐멘터리가 적어서 그랬는지 몰랐지만, 화보가 많은 자연에 대한 시리즈 물이 많이 번역되어 나왔다. ‘라이프 네이처 라이브러리(Life Nature Library)’도 그중에 하나다. 지구, 해(海), 사막, 동물의 행동, 포유류, 생태, 영장류, 원시인 등 여덟 권이 한 세트다. 1970년 후반에 ‘해’ 한 권을 구했다가 1984년에 8판을 전 세트를 구해 지금까지 간직하고 있다. 그러니 인기가 있었다고 할 수 있다. 다른 유사 시리즈 물도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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