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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무 씨의 달그네
  • 안산신문
  • 승인 2021.07.14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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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순 글,그림/달그림

그림책 <무무 씨의 달그네> 겉표지에는 한 줄로, 한 방향을 보는 동물들의 옆모습이 그려져 있다. 가방을 메고 있는 것이 어디론가 가는 듯하다. 가운데 산양이 독자와 눈을 마주친다. 그의 눈빛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 ‘너도 줄 설레?’ 무슨 줄일까? 책장을 넘긴다. 왼편에는 ‘친구 마니에게’ 보내는 편지글이 있다. 오른쪽에는 줄무늬 옷을 입은 말의 옆모습이 거칠지만 깔끔하게 그려져 있다. 이 말은 마니에게 편지를 쓴 무무 씨다. 무무 씨는 구둣방을 한다. 요즘 그의 작은 구둣방을 찾는 친구가 많다. 모두 달로 떠난다고 한다. 달에 가기 전에 구두를 닦으러 오는 친구들. 구두를 닦으면서 친구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 평소에 친구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무무 씨는 묵묵히 들어준다. 답답한 지구를 벗어나기 위해서 달로 간다는 친구, 달에 가서 손을 흔들어 보이겠다는 친구, 아마도 달은 신비롭고 멋진 곳일 거라고 말하는 친구, 가지각색이다. 그런데 무무 씨는 평소에 일이 끝나면 따뜻한 차를 한잔 들고 달을 쳐다본다. 항상 한 자리에서 구두를 고치고 닦는 무무 씨의 일상은 변함이 없다. 하지만 달은 날마다 조금씩 모양이 달라진다. 그의 삶 속에 작은 변화는 바뀌는 달의 모양을 보는 것이다. 무무를 잘 아는 친구가 묻는다. 달을 매우 좋아하면서 왜 달에 가지 않냐고? 그 자리에서 무무 씨는 하고 싶은 말을 참는다. 그가 하고 싶었던 말은 ‘달에 가면 달을 볼 수 없잖아.’ 친구들이 떠나고 나니 쓸쓸하고 허전한 무무 씨는 달이 잘 보이는 곳에 그네를 만든다. 그네를 타고 달을 본다. 그네가 흔들릴 때마다 달의 모습이 다르게 보인다. 무무 씨는 오늘도 그네를 타면서 달을 본다. ‘여행객들은 모두 행복한 꿈을 꾸며 달로 떠났는데 그들은 그곳에서 행복을 찾았을까?’ 맨 마지막 장면은 붉은 하늘에 흰 달이 떠 있는 풍경 그림이다. 이곳은 어디일까? 누가 보고 있는 경관일까?
 고정순 작가는 열권이 넘는 그림책과 에세이 두 권을 출간했다. 그녀의 그림책은 전체적으로 그림 색이 어두웠고 거칠다. <무무 씨의 달그네> 그림책도 빛깔이 무겁지만 그림 안에서 밝은 달빛이 느껴진다. 그녀는 작가를 준비하는 십여 년 동안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힘겹게 살았다. 늦은 밤 집으로 가는 길에 함께 있던 것은 달뿐이었다고 웃으면서 말하는 고정순 작가. 그때 봤던 달이 요즘 그녀의 그림책에 나오고 있다. <어느 늙은 산양 이야기> 그림책은 노환으로 죽음을 맞이하는 산양 이야기인데, 초승달이 나온다. <무무 씨의 달그네>에서는 보름달이 많이 나온다. 그림책 <무무 씨의 달그네>에서 동물들은 유행을 좇아서 우르르 달로 몰려간다. 왜 달에 가는지 진심으로 고민하지 않는다. 그들의 이유를 들어주던 무무 씨는 나중에 헤드폰으로 귀를 막고 일을 하고 있다. 시선도 친구를 보고 있지 않다. 특히나 자신보다 커다란 짐을 짊어지고 나온 동물이 있다. 등에 올린 짐으로 인해 눌린 상반신은 90도로 꺾어져 있다. 매우 힘겨워 보인다. 희망을 찾아서 떠나는데, 이곳에 있는 것들을 버리지 못한다. 가방에 주렁주렁 매달린 물건들은 많은 미련이 있음을 불안한 감정을 보여준다. 분주한 동물들과 다르게 무무 씨는 고요한 강에 비친 달의 그림자를 보면서 편안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림책의 화면에는 거의 달이 있다. 무무 씨와 동물 사이에 보름달이 있다. 아주 가까이에 달이 있지만 무무 씨를 뺀 다른 동물들은 보지 못한다. 친구들이 달로 떠날 때 무무 씨는 강에 비친 달, 흔들거리는 그네에서 보는 달을 본다. 바라본다. 자세히 본다. 무무 씨의 눈에는 달이 들어있다. 달이 무무 씨 안에 흡수된다. 무무 씨의 달이 된다. 
 무무 씨는 마니에게 너만의 달을 만나라고 하면서 편지를 마친다. ‘나만의 달’은 어떤 달일까? 어떻게 하면 나만의 달을 만날 수 있을까? 아마도 마니는 이 편지를 받고서 읽고 덮었다가 또 꺼내 읽을 것 같다. 그래도 풀리지 않은 질문은 무무 씨에게 물어보는 편지를 쓴다. 둘 사이에 편지가 오고 가면서 생각의 널뛰기는 높아지고 그들은 자기만의 달을 찾지 않을까 싶다. 달로 가면 행복해진다고 믿으면서 무작정 달려간 친구들을 우리 주변에서 많이 본다. 유행을 따라가지 않으면 불안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유행에 따라 SNS에는 비슷한 결의 글과 사진이 올라온다. 그런데 남들 따라서 하다 보면 정작 봐야 할 것을 보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진짜 중요한 것을 놓치는 경우가 있다. 심심한 내 삶에 변화를 주고 싶다면 무무 씨처럼 그네를 만들어보자. 흔들거리는 그네에 앉아서 보는 세상은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그네는 내가 힘을 줘서 굴릴 때 움직인다.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일 때 그 방향으로 나아간다. 앞으로 갔다가 뒤로 갔다가 하면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또 내가 빨리 구르면 속도가 빨라지고 천천히 구르면 느린 속도로 움직인다. 그네에 앉아서 나만의 속도로 굴려보자. 때로는 쓸쓸해도 자신만의 속도로 앞으로 나가는 것이 필요한 요즘에 읽으면 좋은 책이다. 무무 씨의 달이 궁금한 독자는 한번 읽어보길 권한다. 혹시 무무 씨처럼 자신만의 달이 있다면 꼭 나에게 말해주길. 나도 무무 씨처럼 조용하고 차분하게 잘 들어주는 성격이다.

최소은<중앙도서관 시민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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