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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종길의 책 수집기<16>‘한국인’에 대해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다.
  • 안산신문
  • 승인 2021.08.11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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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면서도 한국사를 정확하게 알기가 싶지 않다. 더군다나 상고사는 더 어렵다. 그러므로 엣 일을 추정할 때는 양심적인 전문가의 조언과 합리적인 사유가 필요하다.

『진단인震檀人(韓國人)의 옛 중심은 지금의 만주요 송화강 유역이니, 여기서 북은 흑룡강 저편까지와 동은 연해주와 서는 홍안령까지의 사이에 무덕이 무덕이 단부團部를 지었고, 남으로 내려간 것은 세 갈래로 나누어져, 반도로 들어간 것은 지금의 조선인의 직계 조상이 되고, 동남으로 바다를 건너 군도群島로 들어간 일파는 일본 근간勤幹 민족의 조상으로 되고』 - 윤태림의 책 ‘의식구조상으로 본 한국인’에 있는 최남선의 글을 인용 -

   ‘한국인’에 대해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다.

   1979년은 우리나라 민주주의가 가고 있는 현장에 있게 되면서 우리가 안고 있는 사회적 문제와 모순에 대해서 인식하기 시작한 해였다. 그리고 일생 먹고 살 직업을 구할 실마리를 마련해 준 스쿠버다이빙을 배운 해이기도 했다. 다른 한편으로 “내가 누구인가?”에 대해서 가장 치열하게 자문한 시기이기도 했다. 이 세 주제는 일생 필자와 함께해온 것이라 그 시절 1970년대 말이 필자에겐 가장 중요한 시기이자 인생의 전환점이기도 하다. ‘내가 누구인가’는 가계의 조상에 관한 것이 아니고 ‘한국인은 어디서 왔는가’였고 이웃한 중국인과 일본인과는 어떻게 다른가에 관한 관심이었다. 이러한 관심을 막 가질 무렵인 말년 병장 시절에 외출 중에 서울 시내 한 책방에서 이규태의 책 ‘한국인의 의식구조’ 상.하권을 발견했다. 이 책은 시중에서 인기가 있었다. “한국인이면 누구나 한 번쯤은 읽어야 한다.”는 책 소개도 보았던 터라 선뜻 사버렸다. 새 책으로. 늘 중고 책만 대하다가 새 책을 대하니 나름대로 가슴이 벅찼다. 전역하기 전에 두 권을 다 독파했지만, 마음 속 궁금함을 충분히 해소하지 못했다. 한국인을 보는 다양한 시각과 새로운 접근으로 재미가 있었지만 ‘자학’과 ‘자책’이 기저에 있는 것 같아 읽으면서도 마음이 편치 않았다.
   전역 후 2년쯤 지난 어느 날 청계천 단골 책방에서 ‘의식구조상으로 본 한국인’이라는 책을 발견하곤 목차도 보지 않고, 가격도 깎지 않고 구매했다. 제목을 보아 이규태의 책을 의식한 것으로 보였다. 역시 열심히 읽었다. 앞의 책보다는 좀 과학적인 접근이 있었고, 앞에서 인용한 최남선의 글 등에서 앞으로 찾아 읽어봐야 할 책의 단서를 찾아내게 되어 좋았다. 그러나 아쉬움은 여전하였다. 이제야 보니 1981년에 18판이었으니 당시로는 초 베스트셀러였을 것이다.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를 궁금해 한 사람이 필자뿐이 아니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다른 사람들은 “왜 이 책을 사서 읽었을까?”도 구체적으로 알고 싶었다. 따라서 만주에도 관심이 갔고 고구려와 발해는 어떤 나라였을까도. 그러다가 고조선까지 이어졌다. 고조선은 옛 조선이란 뜻일 테고 1392년에 세운 같은 이름의 왕국 ‘조선’이 있었으니 역설적으로 고조선은 신화가 아니다. 역사학자 김정권의 글 ‘우리의 강역은 신화가 아니다’에서 조선의 명칭은 기원전 3,000년대에 기록이 등장한다고 하였고 조선의 중국어 발음에서 ‘숙신(쑤우쎈 肅愼)’이 나온 것이라 하니 숙신과 조선이 다르지 않다고도 하였다. 먼 옛 과거가 내 속으로 쑥 들어왔다. 즉 상고사에 대해 알고 싶어졌다.

‘의식구조상으로 본 한국인’은 세로쓰기로 되어있으나 읽기가 편하고, 큰 제목과 작은 제목의 글자 체나 위치가 잘 조화를 이루고 있다.

   그 후부터 이런저런 책을 구하고 읽으면서 점점 더 빠져들었다. 어떤 이는 필자를 보고 민족주의자가 되었네 하였지만, 우리의 역사에 웅대한 과거가 있고 광활한 땅에 살았던 선조들의 삶에 대해 알면 훨씬 좋지 않겠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여러 자료와 잡지를 찾으면서 필자와 같은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는 사실도 확인하게 되었다. 그러나 황당한 주장도 적지 않고 논리가 허술한 주장도 많았다. 여기저기 저기서 얻어듣고 읽은 단편적인 지식을 나름대로 통합해보면 필자 스스로 다음과 같이 정리되었다. 이런 정리는 1980년대 후반에 한 것으로 그 후로 크게 바뀌지 않았다. 앞으로 전문가들과 문헌을 통해서 바뀔 수도 있겠지만.
   우선 동북아시아에서는 거주하는 종족은 크게 두 종족인데 하난 중국인이고 다른 하난 몽골계통 인종이 아닌가 싶다. 중국 북방의 외세라고 하는 종족들은 서양인과 닮은 위구르족이 아니면 몽골계 인종인 것은 확실하다. 우리 역사에 나오는 여러 숙신, 몽골, 거란, 말갈, 여진족 등은 우리 역사에서 기술되었던 과거 여러 나라에 일시적이라도 자리를 잡았고 이들 중 일부는 중국을 지배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것 아닌가. 따라서 동북아시아의 역사는 두 큰 민족 간의 경쟁이라고 보아야 한다. 필자는 이들의 관계를 현장에서 보고 그것을 소개하고자 한때 ‘몽골리안 지오그래픽’이라는 잡지를 만들어서 몽골계통 종족들이 살거나 살았던 곳을 찾아 사람들의 삶과 역사 그리고 자연과 환경을 담고 싶었지만, 첫 시도는 실패하고 말았다. 언젠가는 남북통일 될 날을 기다리며 그때가 되면 두 번째로 시도해볼 계획이다.
   앞에서 소개한 책 ‘의식구조상으로 본 한국인’은 ‘현암사’에서 펴낸 것으로 세로쓰기를 하였지만 읽기가 편하도록 상당히 세련된 편집을 하였다. 지금 보니 ‘한국외환은행 소장도서’라는 직인이 찍혀있는 것으로 보아 고객용으로 비치한 것이 헌책방으로 흘러던 것으로 짐작된다. 당시 헌책방에서는 학교 도서관 직인이 찍혀있는 책을 자주 볼 수 있었다. 지금은 그런 일이 아예 발생하지 않겠지만 생활 형편이 어려웠던 시절이라 ‘슬쩍’한 후 책방에 내다 팔았고 책방 주인도 모른 척하고 사주었던 것 같다. 일종의 장물을 책방에서 사준 것이다. 몰래 가져나온 책이 아니더라도 돈이 급하면 집에 있는 책을 맡기도 돈을 빌려 가는 일도 있었던 것으로 안다. 또 친구 중에는 학교에서 사라는 책을 새 책으로 사곤 얼마후 헌책방에 가서 싼값만 받고 팔았다고 말하는 걸 들었다. 희한한 것은 책을 살 때나 읽을 때 보이지 않았던 직인이 이제야 보였다는 점이다. 필자도 공범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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