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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에 있는 방해꾼
  • 안산신문
  • 승인 2021.08.25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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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희<소설가>

가을장마가 길어지고 있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거리두기 4단계는 몸과 마음을 묶어 두어 비가 오는 날 갈 곳이 없게 한다. 이 어둠의 끝은 언제 끝날까. 우리가 이런 시간을 맞이할 줄 누가 알았을까. 이 모든 원인이 남의 탓이라며 원망과 푸념으로 시간을 보내는 말을 들으면 가슴이 아프다. 이러한 어둠의 터널을 걸어 나가는 것도 이 시대에 태어난 우리의 몫일 것이다. 이 가을, 책을 통해 위로와 따뜻한 책망을 받는다.

 <명상록>은 가장 높은 자리에서 가장 낮은 자의 마음을 가졌던 로마의 황제 아우렐리우스가 자신의 단상을 적은 일기를 엮은 책이다. 지치고 상한 영혼을 향해 스스로 일어서도록 격려하고, 남을 향한 미움으로 가득한 영혼에는 거울을 선물해 인생을 아름답게 꾸려가는 비결을 깨닫게 해준다. 코로나19로 피로한 사람들이 밖에서 원인을 찾기보다는 내 안에 있는 방해꾼을 찾아 깨달음을 주는 내용이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121~180)는 로마의 부유한 귀족 집안에서 태어났다. 그는 당대 최고의 스승에게서 최고의 교육을 받은 준비된 군주였는데, 독특하게도 열두 살 때부터 철학자 복장을 하고, 안락한 침대보다는 맨바닥에서 자는 걸 좋아했다고 한다.
 아우렐리우스는 나이 마흔 살에 황제가 되었다. 하지만 아우렐리우스가 황제에 오르자마자 로마 제국은 게르만 민족 등 외적의 침략으로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아우렐리우스는 재위 중 상당 기간을 전선에서 보내야 했다. 이런 악조건에서 더욱 성숙해진 그의 철학은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처절한 전장에서 얻어낸 실존적 교훈이었다.
 로마 제국의 운명은 점점 기울고, 최고 통치자인 자신은 이리저리 전장을 떠돌았지만, 아우렐리우스는 철학을 통해 자신을 구원했다. 그에게 철학이란 자신을 자신의 지배 아래 둘 수 있는 정신적 권력이었고, 외부에서 밀려드는 시련으로부터 자신을 철통같이 지켜내는 사색의 성채였다. 아우렐리우스는 철학적 사색이 다룰 수 있는 거의 모든 주제에 대한 예지와 통찰이 담긴 짧지만, 의미 있는 글을 그리스어로 적어뒀다. <명상록>은 바로 이것을 모은 메모 집이다.
 <명상록>은 창과 칼이 난무하는 전장의 임시 막사에서 토막잠을 자면서 자신의 하루하루를 진지하게 점검하고, 황제 또는 전투 지휘관이 아닌 우주의 원리와 인간 이성의 힘에 순종하는 하나의 개인으로서 자기 내면을 들여다보며 적은 글이다.
 몇 계절이 지나도 끝이 보이지 않는 역병의 어둠 속에서 우리의 영혼이 어지럽게 흔들리고 피로하다. 아우렐리우스의 메모처럼 내 안에, 내 판단 안에 있는 방해꾼들 때문인지도 모른다. 나고 죽는 것이, 그리고 피고 지는 것이 수레바퀴처럼 처음과 끝이 없거늘, 죽고 지는 것이 나고 피는 것과 가름이 있을 리는 없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을 통해 스스로 깨달아 마음의 위로를 얻고 오늘을 살아내야 한다.

- 오늘 나는 모든 방해에서 벗어났다. 아니, 모든 방해를 내던져버렸다. 왜냐하면 방해는 바깥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내 판단 안에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명상록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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