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근원<동화작가>

지난 11일, 법원이 정경심에게 징역 4년의 판결을 내렸다. 1심 때와 같다. ‘법은 만민 앞에 평등해야 한다.’ 아리스토텔레스가 한 말이다. 사법부가 법 적용을 엄격히 하지 않으면, 법치의 근간이 흔들린다. 민주주의가 흔들린다. 이 정권 들어 수없이 좌절하며 똑똑히 경험한 일들이다.
법원의 2심 형량이 떨어지자, 여당 대선주자들의 반발이 터져 나왔다. 이들이 누구인가? 누구보다도 법에 빠삭한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이 법원의 판결을 부정하다니 과연 후보 자질이 있기는 한 것인가? 한심하기 그지없다. 여당 대선주자들은 법을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의 이현령비현령(耳懸鈴鼻懸鈴)’ 정도로 여기고 있는 게 분명하다. 이낙연 후보는 “입시 비리가 징역 4년감인가? 가혹하다, 과도하다.”라고 했다. 정세균 후보는 “힘든 시간을 보낼 정 교수와 조 전 장관 가족께 깊은 위로를 전한다.”라고 했다. 추미애 후보는 “하루 종일 먹먹함과 비통함에 가슴이 아팠다.”라고 했다. 이재명 후보는 “조국 사건이 검찰 수사권 남용으로 이뤄졌다.”라며 조국 일가의 범죄를 옹호했다. 이런 발언이 국민의 상식에 맞는 것인가? 지난해,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조국에게 아주 큰 마음의 빚을 졌다.’라고 한 말을 조선 시대 임금의 하명으로 받들고 있는 것일까? 그들도 분명 잘못됨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렇게 하지 못함의 가장 큰 원인은 조국 지지층의 표 때문일 것이다.
정경심의 2심 판결까지 오는 데 무려 2년여의 세월이 걸렸다. 국력은 소모되고 국론은 분열되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정의기억연대 출신 윤미향 의원, 법원 첫 출두 재판까지 무려 1년의 세월이 걸렸다. 아직도 확실하게 풀리지 않은 드루킹 사건, 원전 사건, 부동산 문제, 울산시장 선거, 옵티머스 사건, 최근 들어 섬뜩하기 그지없는 간첩단 사건 등 풀고 넘어가야 할 것들이 넘치고 넘쳤다. 이 정권의 초창기 화두는 공정이었다. 그러나 이제 공정은 죄다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그러니 대선주자들도 정책 대결은 사라지고, 하이에나처럼 물고 헐뜯기에 혈안이 되고 있다. 조폭 관련설, 무능설, 음주운전 관련설. 형수 욕설, 지역 갈등…. 이루 나열하기 버거울 정도이다. 추석 재난지원금 88% 지급 결정에도 치고받는 낯 뜨거운 난타전을 벌이고 있다. 이재명 후보는 경기도 지사로서 경기도민에게 100% 지급으로 내달리고 있다. 어느 것이 공정이고 정의인지 헷갈려도 한참 헷갈린다.
국민의 힘도 대선주자들의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그러나 치사한 공방전과 토론회조차도 열지 못하고 있어 지지층이 등을 돌리고 있다. 야당에게 180석을 몰아준 어리석음을 까마득하게 잊고 있는 건가? 지난 4월, 광역시의 보궐선거 승리를 자신들이 업적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일까? 국민은 떡 줄 생각도 안 하는데 벌써 김칫국부터 마시는 격이다. 진즉부터 자중지란에 빠진 모래알 같은 야당의 모습을 보면 한심하기 짝이 없다. 희망을 주지 못하는 여당과 야당의 모습에 이래저래 국민만 괴롭다.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세계적인 K방역이라며 자화자찬의 연속이더니 지금은 한낱 신기루에 불과한 느낌이다. ‘백신 4,400만 명분 확보’라며 현수막까지 내걸었던 거짓말 국회의원, 찔끔찔끔 백신 접종률의 자랑, 긴 터널의 끝, 짧고 굵게…. 이런 것들이 이제는 양치기 거짓말이 되고 말았다. 그래도 자화자찬은 끝이 없다. 참으로 희한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오락가락 갈팡질팡, 정부의 백신 정책에 국민만 지친다.
정경심 사건은 공정한 입시와 공정한 기회를 얻고자 하는 젊은이에게 좌절과 실망을 준 사건이다. 고려대, 부산대 의전원 입학 취소의 물결이 거세지고 있다. 부산대 의전원은 24일 입학을 취소했다. 그 순간 가장 먼저 떠오른 말이 정의였다. 고려대는 아직도 뜨뜻미지근하다. 권력의 눈치를 좇는 비열한 교육자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다.
이제 민주당의 대선후보가 10월 10일이면 확정된다. 대선후보들은 지금이라도 조국의 늪 속에서 빠져나와야 한다. 눈치 보지 말고 소신껏 할 말을 해야 한다. 조국의 표를 의식해서 멈칫거리다간 더 깊은 늪 속으로 빠져들 것이다. 정치 생명은 어느 순간, 한 방에 훅 갈 수 있는 냉정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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