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중<꿈의교회 담임목사>

  얼마 전 한 SNS를 보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왼쪽 손이 없고, 팔과 다리에 붕대를 감았고, 전신에 심한 피부병의 흔적이 보이는 모델! 일반적인 기준에서는 모델로 인정받을 수 없는데, 사람들로부터 극찬을 받는 한 모델의 사진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갑자기 흥미가 생겨서 그녀를 찾아보았더니, 그녀의 이름은 ‘페르난다 타나즈’였습니다.
  그녀는 태어날 때부터 선천적인 질환을 갖고 태어납니다. 그 질환은 ‘표피 수포증’이라는 것인데, 이것은 피부가 매우 얇아지는 희귀질환입니다. 그래서 가벼운 외상으로도 쉽게 물집과 상처가 생기고, 심한 통증을 일으키며, 특히 마찰이 심한 곳일수록 그런 일이 더 많은 질환이라고 합니다. 이로 인해 가장 많은 영향을 받는 곳이 바로 손인데, 손에는 심지어 근육까지 쇠약해질 수 있다고 합니다. 실제로 타나즈는 양손에 고통을 가장 심하게 느꼈고, 트라우마 때문에 손을 덜 쓴 점도 있지만, 손에 있는 근육이 위축되어서 점점 사라지고 있다고 합니다.
  누구라도 자신의 모습을 보면 절망하고 힘들 수밖에 없는 상황! 실제로 타니즈도 그런 어린 시절을 보냈다고 고백합니다. 나무가 피부에 스칠 것을 걱정하여 밖에서 놀 수도 없는 상황! 그러나 이러한 타니즈를 일으켜 세운 것은 바로 가족과 친구들이었습니다. 특별한 사람으로 보지 않고, 그저 한 가족으로, 한 친구로 바라봐준 가족과 친구들 덕분에, 타니즈는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이죠.
  현재 타니즈는 꾸준히 피부를 촉촉하게 유지하기 위해 오일과 바디크림을 매일 사용해야 하고, 피부를 보호하기 위해 늘 붕대를 감아야 합니다. 번거롭고 힘든 생활이지만, 그녀는 늘 이래왔기 때문에 불편하지 않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자신이 받은 사랑과 자신감을 또 힘들어하는 누군가에게 전할 수 있어서 기쁘다고 이야기합니다.
  이러한 타니즈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합니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코로나 블루’(우울),.‘코로나 레드’(분노)를 넘어서 ‘코로나 블랙’(절망)를 걱정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로 인한 정신분열이나 가정폭력, 또 이른바 ‘묻지마 범죄’의 문제도 곳곳에서 들리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 사태와 경제불황이 계속 이어질 경우, 앞으로 삶의 끈을 스스로 놓는 일이 많아질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래서 이럴수록 자신을 귀하게 사랑할 줄 아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말처럼 쉽지 않죠. 이럴 때 필요한 것이 바로 주변의 지지와 격려입니다. 힘들어하는 가족과 동료들의 품이 되어서, 다시 일어날 수 있는 발판이 되는 것입니다. 모두가 힘들다면 서로가 서로에게 그런 품이 되어주는 것도 좋습니다.
  모두가 힘들기에 서로 안아줄 수 있는 계기가 필요한 이때이기에, 그래서 올해도 ‘걷기축제’를 합니다. 물론 올해도 모이는 대신 온라인으로 하려고 합니다. 이렇게라도 하는 이유는 하나입니다. 온 가족이, 또는 동료들끼리 함께 걸으면서, 오늘 주어진 우리의 생명이 얼마나 귀한 것인지 느끼자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독자 여러분! 날씨가 선선해지고 있습니다. 멋진 가을 하늘 아래에서, 자연을 만끽하면서 걸어보면 어떨까요? 우리,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우리 함께 걸으면서, 서로 격려하고, 힘들었던 짐을 모두 내려놓고, 새롭게 시작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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