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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아마추어리즘이라고 읽다
  • 안산신문
  • 승인 2021.09.15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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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근원<동화작가>

상가를 지나다 보면 가게마다 ‘국민지원금 사용 가능’ 안내문이 유혹하고 있다. 이번에 지급되고 있는 국민지원금은 5차 재난지원금이다. 매달 내는 건강보험료가 국민지원금 건강보험료 기준액보다 낮을 경우, 지원대상이 된다. 쉽게 말하면 ‘소득 하위 88% 국민에게 1인당 25만 원씩 지급되는 지원금’이다.
지급 6일 만에 지급 대상의 67%가 지원금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받으면서도 찝찝한 기분을 떨쳐낼 수가 없다고 한다. 기준이 모호하여 아직도 거센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 우선, 소득 하위 88%라는 말 자체가 애매모호하다. 생각하기에 따라 빈부를 가르는 잣대가 될 수 있는 독소가 내재 되어 있다. 소득 하위층이 국민의 88%를 차지한다는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 반대로 지원금을 못 받는 12%는 상류층이란 이상한 해석까지 나올 수 있다. 정부는 단어 선정에도 신중하게 대처했어야 했다. 우리 속담에 ‘같은 말이라도 아 다르고, 어 다르다’라는 말이 그냥 생겨난 게 아니다.
국민지원금 기준이 애매모호하니 억울하게 못 받는 사람들이 많을 수밖에. 자연히 이웃과 비교가 되고, 같은 직장 내에서도 받고 못 받음에 대한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인터넷상에서는 아직도 ‘상위 12%’라는 키워드가 오르내리며 정치인들의 수준을 비꼬고 있다. “부자라는 생각을 한 기억이 없는데 상위 12% 안에 들어갈 수 있어 감사하다.” “집도 없고 차도 없는데 내가 12%라니 한심한 기준이다.”
더욱이 지원금을 풍자한 ‘국민지원금 신분 계급표’까지 등장했다. 국민을 신라 시대의 골품제도에 비유해 분류한 것이다. 성골, 진골, 6~4두품, 평민, 노비로 분류하여 정부의 재난지원금을 회화화까지 했다. 여론이 악화되자, 이의 신청에 대해서 최대한 구제하는 방안을 당과 정부가 검토 중이라고 한발 물러섰다. 억울한 국민에게는 반드시 지급을 해야한다.
이 와중에 청와대 대변인을 거쳐 국회의원이 된 의원이 “저도 재난지원금 대상에서 빠졌다.”라는 발언을 해서 국민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전국민에게 지원금을 지급했어야 한다라며 정부와 정반대의 이야기까지 했다. 대변인까지 지냈던 의원의 입에서 이 정도 이야기가 나온다면 자격을 의심해야 한다. 대통령의 레임덕을 앞두고 이야기한 것인지 도무지 헷갈린다. 이 의원은 지난해 ‘코로나19 백신 4400만 명 접종 물량 확보!’라는 현수막까지 당당하게 내걸었다. 거짓말 현수막이었다.
여당 대선 후보자인 이재명 후보는 재난지원금을 두고 “국민 간 갈등만 커져 지금이라도 전국민에게 지급해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에 따라 광명시가 12%에 해당하는 시민에게도 1인당 25만 원씩 재난지원금을 지급한다고 발표해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이 작은 땅덩어리에서조차 당&#8231;정&#8231;청이 정한 88% 재난지원금이 먹혀들지 않고 있다. 지역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질 위험성이 도사리고 있다. 정부는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정부는 내년 국가채무를 1068조3000억 원으로 전망했다. 이 정부가 출범한 2017년에 비해 5년간 400조 원가량 늘어난 것이다. 정부 각 부처마다 아마추어들이 판치고 있으니 당연한 결과이다. 이 빚을 떠안을 미래의 세대들에게 무릎을 꿇고 빌어도 시원치 않을 일이다. 경제부총리는 “나라 곳간이 비어가고 있다.”라며 여당과 몇 번 충돌하다가 예전처럼 두 손을 들고 말았다. 각 부처마다 프로의식을 갖고 있는 전문성 인사들이 없으니 당연히 옆길로 가는 격이다.
최순실 비자금 400조 원에 목소리를 높이던 국회의원이 최 씨로부터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당해 1심에서 패소를 당했다. 최 씨에게 1억 원을 물어주어야 한다. 망신을 당해도 이런 망신은 찾아보기 힘들다. 윤지오 사건 때도 마찬가지였다. 윤지오를 캐나다에서 데리고 왔을 때는 그 무리들이 벌떼처럼 희희낙락하며 달려들었다. 윤지오는 캐나다로 도망치고, 아직도 누구 하나 사과하는 정치인이 없다. 아니면 말고 식의 전형적인 표본들이다. 이렇게 아마추어들이 판을 치고 있으니 고생하는 것은 국민 몫이다.
지금도 ‘A라고 쓰고, B라고 읽는다.’라는 비유가 여러 곳에서 유행하고 있다. 정부의 애매모호한 재난지원금 88%를 아마추어리즘이라고 읽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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