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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에 물을 뿌리다
  • 안산신문
  • 승인 2021.09.29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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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희<소설가>

 가을이다 하늘은 청명하고 기온은 서늘하여 살기에 적합한 날씨이다. 소풍을 가거나 책을 읽기에 좋은 날이다. 사람들이 코로나19로 인해 외부 활동을 자제하다보니 나가고 싶은 욕구를 더 많이 느낀다. 뉴스에서 보면 관광지나 유명한 맛집에는 요즘도 인산인해를 이룬다. 소시민인 나는 더 칩거하게 된다.
 소학에서는 물 뿌리고 쓸며, 응대하고 대답하며, 나아가고 물러가는 예절과 어버이를 사랑하고 어른을 공경하며, 스승을 존경하고 벗과 친하게 지내는 도리를 가르쳤다. 이것은 모두 ‘몸을 닦고 집안을 가지런히 하며, 나라를 다스리고 천하를 평안히 한다’는 <대학>의 가르침의 근본이 된다. 반드시 어릴 적에 배우고 익히도록 한 것은 배움은 지혜와 함께 자라고, 교화는 마음과 함께 이뤄지게 해서 그 배운 것과 실천이 서로 어그러져 감당하지 못하게 되는 근심을 없게 하고자 해서이다.
 음식을 밝히는 사람을 사람들이 비천하게 여기는 까닭은 작은 사소한 욕망을 채우기 위해 큰 마음을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고시랑 형제 세 분은 모두 깨끗하고 좋은 벼슬자리에 있었다. 그러나 손님을 초청한 경우가 아니면 고깃국과 고기 산적을 같이 먹지 않았으며, 저녁 식사에는 무와 박만 먹을 뿐이었다. - <유빈가훈>
 요즘의 사대부 집안은 궁궐에서 빚는 방법으로 만든 술이 아니면 안 되고 과일은 먼 지방에서 가져온 진기하고 특이한 것이어야만 한다. 음식도 여러 가지가 아니면 안 되고 그릇이 상에 비좁을 정도가 아니면 감히 손님과 친구를 부르지 못한다. 항상 몇 날 며칠을 술과 음식을 마련한 다음에야 초청하는 글을 보낼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사람들이 다투어 더럽고 인색하다고 비난한다. 그렇기 때문에 요즘의 풍속을 따라 사치하지 않는 사람이 드물다. 아아! 풍속이 이처럼 타락했다. 관직에 있는 사람들이 이것을 막지는 못할망정 조장해서 되겠는가. - <온공가범>
 요즘에도 큰 깨달음을 주는  <소학>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시공을 초월해 ‘배움의 기본기’는 불변의 가치를 가진다.  <소학>의 수많은 지침을 관통하는 가르침은 바로 그 기본기에 충실하기 때문이다.
 다시 새 학기다. 교육의 열기가 세계 제일인 우리나라 학부형들의 마음은 무겁다. 코로나19로 인한 교육 현장에는 기가 찰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비대면 수업에 학교에 가는날보다 안 가는날이 더 많다. 아이를 지도하는 교사와 학부모 학생 모두가 힘든 시기이다. 깊이 생각해보면 안달할 것이 아니라 아이와 부모, 스승과 제자간에 더 좋은 유대관계를 만들 수 있는 계기가 아닌가.
 맛있는 음식을 앞에 두고 사진을 찍어 블로거에 올리는 것도 정보이고 또 자랑스럽다. 그러나 이 가을  좋은 책을 읽고 그 느낌을 널리 알리는 일이 더 가치있다고 생각한다. 코로나19를 재앙으로 받아들이기 보다는 선물로 받아들이려고 생각하면 좋은 점도 분명히 많다. 정부에서 지원금도 받았고, 외출을 덜하다보니, 화장품도 덜 사용하게 되어 알러지 피부도 많이 좋아졌다. 나를 포함하여 주변에 많은 사람들이 백신 접종을 완료하였다. 이제 곧 이 어두운 터널의 끝이 보인다.  새로운 시대를 향하여 마당에 물을 뿌리고 청소를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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