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근원<동화작가>

마지막이란 단어를 사용하면 어딘지 모르게 비장함마저 느낀다. 마지막 전투, 마지막 황제, 마지막 잎새, 마지막 승부 등을 떠올리면 비장함과 함께 아련한 통증까지 느낀다. 마지막에 웃는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승자라는 말도 있다. 예견된 것이었지만, 안산 최고의 신문임을 자부하는 본지가 기나긴 소송싸움에서 마지막 승리를 거두었다. 대법원까지 간 싸움이었다. 우리나라는 삼심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하나의 사건에 대하여 등급이 다른 종류의 법원에서 세 번까지 심판을 받을 수 있는 제도이다. 억울한 사람이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지난 9월 16일, 대법원 3부가 안산신문 제호에 관한 사건에 마지막 판결을 내렸다.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로 종지부를 찍었다. 판결문은 간결하고 명확했다.
‘이 사건 기록과 원심판결 및 상고이유를 살펴보았으나, 상고인의 상고이유에 관한 주장은 상고심절차에 관한 특례법, 제4조에 해당하여 이유 없으므로, 위 법 제5조에 의하여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창간 32년의 역사를 가진 안산 최고의 신문인 본지로서 소송이 이어지는 동안 명성과 신뢰가 훼손된 것은 물론이다. 싸움은 외로웠다. 1심에서 패소하고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지기도 했다. 게다가 안산 밖에서의 일처럼 먼 산 바라보듯 방관자 자세를 취했던 안산시와 시의회 그리고 정치인들…. 그러나 진실은 이기는 법, 지난 5월 27일, 수원고등법원으로부터 판결문이 도착했다. 본지가 승소를 했다. 그 기쁨은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그리고 9월 16일 마지막 판결문이 도착했다. 이제 소송의 굴레에서 훌훌 벗어나게 되었다.
본지 회장을 비롯한 임직원들과 위원회 임원들의 마음 및 육체적 고생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지난 2년 동안 한 지역에서 똑같은 제호의 신문을 바라보는 방관인들의 눈초리가 견딜 수 없도록 가슴 아프게 만들었다. 경악스럽고 개탄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안산저널’로 인터넷과 활자 신문을 발행했던 언론사가 어느 날 갑자기 ‘안산신문’으로 둔갑, 시민들을 혼란의 늪 속에 빠뜨려버렸다. 두 개의 안산신문이 발행되는 전대미문의 일이 우리 안산에서 벌어지게 된 것이었다. 우리나라에서 처음 일어난 부끄럽고 민망한 사태였다. 죄를 짓지 않았는데도 시민들에게 미안한 마음마저 들었다.
이제 모든 일은 끝났다. 본지는 안산 시민 모두에게 감사하고 있다. 비가 온 뒤로 땅은 더욱 단단해지는 법이다. 쇠는 수많은 담금질을 통해서야만 비로소 좋은 강철로 탄생된다. 본지도 이번 기회를 계기로 더 높은 곳으로 비상하려고 한다. 본지는 창간 이후 한 번도 거른 적 없이 신문을 발행해 왔다. 안산의 구석구석을 누비며 약한 자를 위해 앞장서온 소중한 신문이다. 안산의 발전에도 큰 역할을 한 신문이다. 더욱더 높은 곳으로 비상의 나래를 펼 것이다.
이번 소송싸움이 이어지는 동안 옛날 우리나라에도 백성들의 억울함을 풀어주는 좋은 제도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조선 시대, 백성들의 억울한 일을 직접 풀어주기 위해 궁궐 밖에 내걸었던 북, 신문고 제도가 있었다. 그러나 서울의 관리들만 사용할 뿐​, 일반 백성 특히 지방인들은 거의 사용하지 못했다. 격쟁(擊錚)은 신문고 제도 폐지 후 나타난 제도로 백성이 궁궐 안으로 들어가거나, 임금이 행차할 때 징이나 꽹과리를 쳐서 자신의 억울함을 하소연했던 제도이다.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삼복제(三覆制)였다. 삼복제는 사형에 관해서는 초심·재심·삼심까지 세 번의 재판을 통해 결정했던 제도인 점에서 현재 시행되고 있는 삼심제도와 같은 맥락으로 시행되었다.
법은 만인 앞에 평등해야 한다. 힘 있는 자, 권력 유지에 앞장서는 사람들 편에 서선 절대 안 된다. 최근 들어 일부 법관들이 정권수호에 앞장서고 있어 지탄을 받아왔다. 그래도 법은 살아있음을 느끼게 하는 판결이 많았다. 마찬가지이다. 이번 판결을 통해서 법은 살아있음을 실감했다.
가을이다. 벌써 설악산 단풍이 시작되었다. 이제 단풍은 더욱 아름다운 모습으로 남진하며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것이다. 본지도 그렇다. 그동안 힘들었던 소송에서의 승소로 본지는 더욱더 아름다운 모습으로 안산시민에게 다가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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