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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그 달콤한 유혹
  • 안산신문
  • 승인 2021.10.13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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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희<소설가>

나는 취미를 물으면 비오는 날 따뜻한 방에 엎드려 커피를 마시며 삼류 소설을 읽는 일이라고 한다. FM에선 구성진 음악이 흐르고 향긋한 커피향에 젖어 책 속으로 몰입하던 시절이 있었다. 영상세대에게는 믿기지 않는 이야기이다. 작가가 되기 전에는 읽기만 하면 되었다. 도시생활에 찌든 요즘은 빨리 은퇴하여 섬이나 산속에 유폐되어 써야하는 부담없이 책만 읽는 것이 희망사항이다.
 요즘은 침대를 사용하다 보니 따뜻한 방바닥도 없을뿐더러 빗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바쁜 일정에 읽어야 할 책은 산더미처럼 쌓여 한밤중에야 책을 읽으니 음악도 들을 수 없다. 어릴 적  호사스런 취미는 직업이 되어 버렸다. 일 때문에 아침부터 책이나 노트북을 들고 카페에 앉아, 커피를 여러 잔 리필 받아 마시면서 책을 읽거나 글을 쓴다. 뛰면서 즐기는 커피 한 잔!  커피광고 카피였던 이 문구는 더 이상 우리에게 낯선 풍경이 아니다. 바쁜 일상에서 커피는 일상이 되어버렸다. 카페에 가면 나처럼 커피를 앞에 두고 일을 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어릴 적, 월남을 다녀 온 동네 아저씨는 집집마다 커피를 한 봉지씩 돌렸다. 시골동네에 때아닌 커피잔치가 벌어진 것이다. 처음 커피를 접한 사람들은 그 쓴맛에 기겁을 하고, 설탕을 듬뿍 타서 커피를 마셨다. 가마솥에 물을 끓여 커피잔도 없이 아닌 보시기에다 한 사발씩 커피를 마시는 풍경은 코미디였다. 아이들도 설탕의 달콤한 맛과 쌉쌀한 커피를 애용했다. 나중에 프림이라는 것이 있어 그것을 조금만 타면 커피가 갈색으로 변하는 마술을 보며 황홀해했다. 프림커피가 맛도 부드럽고 그윽한 것을 당시에는 알 수 없었다.
 그 후, 30년의 시간은 이제 바리스타가 부럽지 않을 만큼 커피 애호가로 변했다. 아침에는  집에서 내린 원두커피를 마시며 하루를 시작한다. 사무실에 가면 믹서 커피를 마시는데, 그건 내가 좋아하는 커피다. 요즘은 설탕이나 단맛을 기피하는 풍조가 들어, 믹서커피의 끝부분을 조절해서 설탕을 조금 남긴다. 아쉽지만 건강을 위해 달콤한 유혹을 참는다.
  나의 취향은 커피잔을 미리 따뜻하게 데우고 끓는 물을 많이 붓는다. 숭늉도 아니고 밍밍한 커피를 무슨 맛으로 마시느냐고 하는데, 커피도, 설탕도, 프림도 아주 조금씩 넣고 마시는 것이 위가 나쁜 내가 커피마시는 법이다.
 나는 밤에도 자주 커피를 마신다. 커피를 마시면 잠이 오지 않는다는 사람들이 있는데, 밤늦게까지 일해야 하는 나는 아무리 커피를 마셔도 졸린 잠 때문에 그런 사람이 부럽다. 선천적으로 위장이 약한 나는 억울하다. 과식이나 폭식을 하지도 않으며, 술이나 담배도 전혀 안하는데 겨우 커피를 좀 많이 마시는 것 때문에 위가 불편하다니. 커피를 담배처럼 끊을 수도 없지 않은가?
 커피도 중독이라고 할 수 있다.  그 검은 중독은 나의 몸에 깊이 침잠하여 어느 작가의 말처럼 몸을 쥐어짜면 아마 검은 액체가 줄줄 흘러내릴지도 모르겠다. 나의 존재는 커피가 없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오늘도 검은 액체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어느새 커피를 앞에 두고 글을 쓴다. 게임중독이나 알콜중독처럼 기피대상이 아니라 커피중독은 향기롭고 매력적이다.
  전원생활을 누리면서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는 그날까지 내게 커피는 여전히 달콤한 유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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