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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헤아리는 사람
  • 안산신문
  • 승인 2021.10.13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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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중<꿈의교회 담임목사>

  얼마 전 10월 9일 한글날이 있었습니다. 한때 법정 공휴일에서 제외되었지만, 한글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되새겨야 한다는 주장에 따라서 얼마 전부터 다시 법정 공휴일로 지정되었습니다. 그럼 한글이 얼마만큼 중요한 것일까요? 우선 우리 삶에 한글이 없다고 생각해보면, 우선 불편할 것 같습니다. 당장 저만 해도, 지금 이 지면으로 여러분과 함께 나누는 이 말씀을, 한글이 없다면 일일이 독자들 한 분 한 분을 찾아다니며 말씀드려야 될지도 모릅니다. 이처럼 의사소통을 편리하게 해주는 것으로도, 한글은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사실 이러한 의사소통의 편리함은 한글이 아닌 다른 글자를 쓰더라도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한글을 특별하게 생각해야 할 또 다른 이유가 있을까요? 한글을 연구한 사람들은 당연히 있다고 말합니다. 그것은 한글, 즉 ‘훈민정음(訓民正音)’을 세종대왕이 처음에 만들고 반포하고자 했던 목적이 지금 우리에게 주는 바가 크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어릴 때 한번은 외워봤을 <훈민정음(訓民正音)> 언해본 서문을 보면, 세종의 안타까운 마음을 볼 수 있습니다. “나라 말이 중국과 다르고 문자가 서로 맞지 않아서, 어리석은 백성이 이르고자 하는 것이 있어도 제 뜻을 능히 펴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내 이를 가엾게 여겨서 새로 28자를 만들었다.” 즉, 백성들이 억울한 일이 있어서 민원을 하고 싶어도 중국말을 몰라서 제대로 민원을 하지 못하고 억울한 일을 그냥 당할 수밖에 없는 일이 많음을 안타깝게 여기고, 그들이 쉽게 자기의 생각을 전할 수 있도록 한글을 만들었습니다.
  사실 세종이 필요했던 모든 것은 주변에서 알아서 다 해주었습니다. 그는 백성들의 고충을 굳이 돌아볼 필요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세종은 먼저 백성들의 억울하고 안타까운 마음을 헤아렸고, 그들을 위해 결국 문자를 만든 것이었습니다. 이런 세종의 마음을 기려서, 우리는 지금도 그에게 “대왕”이라는 호칭을 붙여, “세종대왕”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오늘날 우리 세상은 그때보다 더 좋아졌을까요? 억울한 사람도 여전히 많고, 할 말이 많지만 들어주는 사람이 없어서 답답한 사람도 여전히 많고, 그 답답함을 견딜 수 없어서 몸과 마음에 병이 생긴 사람도 더욱 많아졌습니다. 그러나 이웃을 배려하고 헤아리는 정은 고사하고, 주변을 돌아보는 여유조차 없어진 것 같습니다. 툭하면 일어나는 ‘투쟁’에서 보다시피 정파 간의 대립이 심해지고 있고, 보통 사람들과 지도자들 사이에 간극이 커지고 있고, 지금도 종종 일어나는 ‘층간소음’ 문제처럼 옆이나 위, 아래에 있는 이웃과 이웃 간에 대화 대신 대립이 심해지고 있습니다.
  이처럼 우리 세상이 점점 극단적으로 대립하고 충돌하는 것으로 변한 것에는 ‘한번 양보하면 한없이 밀린다’는 절박함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절박함을 만든 것은 바로 서로 마음을 돌아보지 않는 우리 스스로였습니다. 그래서 우리에게 한글날은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더 큰 의미를 주는지도 모릅니다. 친히 백성들의 마음을 돌아보았던 그의 정신, 오늘날 우리가 다시 한번 돌아보아야 할 그런 마음이 아닐까요? 누군가 ‘대왕’을 기다리기 전에, 내가 먼저 ‘대왕’ 같은 마음을 품어보는 하루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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