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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 익는 마을
  • 안산신문
  • 승인 2021.10.27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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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희<소설가>

 가을이 농익어 가고 있다. 황금빛 들판은 이제 거의 벼들을 걷어 들이고 빈 들판만 남았다. 농부들은 가을걷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수입 농산물이 시장을 점령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농산물인 햇곡식과 과일이 많이 있다.
 병상에 계신 어머니는 이 수확의 계절에 농작물을 거두지 못해 안달을 하신다. 간병을 하고 계시는 아버님께 집으로 가서 농사를 마무리하라고 등 떠 미신다.
 주말에 자식들이 시골집을 방문했다. 뒤란에는 주홍빛 감이 익어가고 대추가 붉게 여물어 가는 참으로 아름다운 풍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마지막 남은 붉은 고추는 동네분 누군가가 따서 비닐하우스 안에 곱게 말려두고 가셨다. 감사한 누구를 찾을 겨를도 없었다. 바쁘게 깨도 털고 고구마도 캐고 바쁘게 움직여서 급한 일들을 처리했다.
 어머니께 우리가 한 일들을 사진으로 보내드렸다. 어머니는 우리가 거둔 것을 다 가져가라고 하셨다. 사남매에게 밤, 고구마, 대추 등을 골고루 나눠 담아 주었다. 곶감이나 감말랭이는 우리들이 할 수 없어서 떫은 감은 따서 항아리에 가득 담아두고 왔다. 작년에는 감이 홍시가 되어도 먹을 사람이 없어 항아리채 그대로 식초가 되었다고 한다. 올해도 겨울철에 자식들이 왁자지껄 모이지 않으면 감은 홍시를 넘어 식초가 될 것이다. 겨울에 가족들이 다 모여도 홍시는 찬밥이 되기 일쑤다. 아이들은 홍시는 거들떠보지 않고 어른들도 추억으로 한두 개 맛을 본다. 더 맛있고 달달한 신품종 과일이 많기 때문에 보관과 포장이 어려운 홍시는 뒷전으로 밀려났다.
 어릴 때, 할머니는 감항아리의 주인이셨다. 할머니가 겨울철 밤마다 홍시를 꺼내서 손주들에게 나누어 주셨는데, 살짝 얼은 감은 셔벗처럼 살살 녹아내렸다. 또 할머니는 곶감단지의 주인이셨다. 잘 깎아 만든 곶감도 우리의 군침을 돌게 하는 귀한 간식이었다. 처마에 주정주렁 매달린 감이 맛있질 즈음이면 우리가 학교에 간 사이에 다 걷어서 광 깊은 곳에 두셨다. 겨울방학이 되어 고종사촌들이 오면 곶감을 꺼내 놓으셨다. 우리에게는 감질나게 한두 개씩 주던 곶감을 사촌이 오면 수북이 내놓아서 사촌들이 언제 오나 기다렸다. 고구마도 구워 먹고 밤도 구워 먹으며 할머니의 사랑방에서 겨울이 맛있게 익었다.
  우리 아파트 화단에는 조경수로 드문드문 감나무가 섞여있다. 가을이면 커다란 대봉시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데 그건 누가 수확하는지 모른다. 대추나무도 몇 그루 있고 꽃사과도 있다. 며칠 전 감나무가 흔들려서 올려다보니 3층 아줌마가 발코니에서 창을 열고 작대기로 감을 따고 있었다. 3층 높이 자란 감나무가 창밖에 익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얼마나 따고 싶었으면 작대까지 마련했을까? 돈으로 사면 얼마 안하지만 감을 따는 손맛이 얼마나 맛있을까. 또 대봉시가 홍시가 되기까지 기다리는 설렘은 어떨까?
 가끔씩 가는 한식당에는 일 년 내내 얼린 홍시를 후식으로 내놓는다. 셔벗처럼 사각사각 떠먹으면 맛나다. 어른들을 모시고 가면 디저트를 더 달라고 하신다. 홍시는 과일이 넘쳐나는 와중에도 제 역할을 하고 있다. 홍시는 면역력강화와 항암효과 비타민 A, C 성분이 있어 신진대사를 활발히 하고 혈액순환에 도움이 되고 면역력 효과가 크다.
 홍시에 들어있는 타닌이라는 성분은 알코올해소에도 도움이 되어 해장으로도 인기가 있다. 올 가을 잘 익은 홍시로 마음을 달래고 몸을 달래는 시간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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