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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종길의 책 수집기<23>바다가 들어 있는 책을 보이는 데로 모은다..
  • 안산신문
  • 승인 2021.10.27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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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첼 카슨이 1964년에 서망하자 특집으로 만든 타임지의 표지이다.

   『마침내 인간 역시 바다로 돌아갈 나름의 방법을 강구했다. 우리는 해얀가에 서 있노라면 경이로움과 호기심을 품은 채 바다를 바라본다. 이는 무의식적으로 제 혈통을 깨닫기 때문임에 틀림없다. 인간은 수 세기에 걸쳐 온갖 기술과 독창성을 발휘하고 정신적 추론 능력을 동원해 바다를 가장 깊은 부분까지 탐사하고 조사해왔다. 육체적으로는 물개나 고래처럼 바다로 되돌아갈 수 없지만, 상상 속에서나마 바다로 회귀하길 바란 것이다.』 -레이첼 카슨 Rachel Carson이 지은 책(김흥옥 옮김) ‘우리를 둘러싼 바다’의 내용 중 일부-

   바다가 들어 있는 책을 보이는 데로 모은다..


   바다와 인연을 맺었다는 사실이 신기하고 좋았다. “마치 타고난 나의 운명이 먼 옛날부터 예정대로 바다로 안내해주었을지도 모른다.”라는 나름대로 엉뚱한 상상도 해보았다. 그런 심정이었으니 온통 바다 일만 하는 연구소에 일하게 되니 기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사실 별 볼 일 없는 위촉 직원이지만 마치 세상에서 바다 일을 무엇이든 다 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공부할 것이 너무 많다는 사실에 짓눌리기도 하고 일찌감치 공부하고 필자보다 네다섯 살 많은 사람이 벌써 외국 박사학위를 가지고 근무하고 있는 모습이 부럽기도 했지만 그건 작은 부분일 뿐이었다. 일주일 내내 연구소에 있다가 하루나 이틀 대학원엘 가면 연구소에서 해양생물을 공부하는 일에 대해 자랑을 하곤 하였다. 석사학위를 무사히 마치고 연구소에 계속 있으면서 바다 일에 몰두하였다. 무엇이든 바다였다. 마침 스쿠버다이빙도 익숙해지고 가끔 연구소에서 수중 일이 생겨나니 바다를 빼곤 이야기할 것이 없을 정도였다. 당시에는 바다에 관한 책을 많지 않고 인터넷을 통해 직구를 할 수 있는 시절도 아니어서 오직 책방이 주 구입처일 수밖에 없었다.
   제일 큰 책방은 종로 1가 종각 바로 옆에 있던 ‘종로서적’이었고, 무교동 옆 서린동에 외국 서적도 꽤 많은 한 곳(어쩌면 서린 서점)이 있었지만 이름이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는다. 그리고 종로2가에는 외국 서적을 수입해 판매하는 몇 곳이 있었다. 종로2가와 3가 사이의 사거리에서 북쪽으로 걸어 올라가면 인사동인데 그 골목을 끝부분에 가면 통문관을 볼 수 있고 지금이 없지만, 옆에는 고서적을 파는 서점이 두 곳이 더 있었다. 그리고 청계천 헌책방 거리다. 시간만 나면 이곳에 나가 책을 구매하고 해양이나 수산 등 바다와 관련된 책이면 보는 대로 사서 모으는 일이 필자에게 가장 즐거운 일이었다. 물론 가지고 있는 돈의 범위 내였으니 대부분 아이쇼핑이었다. 용돈과 알바 수입으로 돈이 주머니에 있으면 반 이상이 책값으로 나갔다. 해양과 연관된 시만 모은 시집도 사들이었고, 조선 시대 시조집 중에서 ‘잠수(潛嫂, 그 시대에는 해녀라 하지 않았음)’라는 단어가 있는 시조가 있음을 발견하고 그 책을 선뜻 구매하기도 했다. 이런 책 중에는 조선 시대 조리방법을 연구한 책 - ‘조선시대 조리서의 분석적 연구 朝鮮時代 調理書의 分析的 硏究(저자 ‘이성우’, ‘한국정신문화연구원’ 간행)’도 있었다. 바닷어류 등 수산물 음식 재료가 들어 있어서였다. 예를 들면 ‘煮魚貝類(자어패류)’ 조리법을 설명하는 면이 있는데 주재료가 붕어, 해삼, 전복, 모시조개, 가막조개, 자라 등이 있어서였다. ‘煮’자는 ‘삶을 자’이다.
   이 시기에 산 책 중에 시집 독일 시인 ‘하인리히 하이네(Heinrich Heine)’의 시집 ‘바다의 망령(亡靈)(김광규 역주, 민음사 출판)’이 있다. 서정시인이라고만 알고 있던 ‘하이네’라는 시인보다는 ‘바다’라는 단어가 있어 선택한 것이다. 참으로 맹목적인 행위이었지만 재미가 쏠쏠한 수집 기행으로 기억된다. 지금도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는 문고판 책 중에는 ‘박구병’ 저 ‘정음사’에서 펴낸 ‘한국어업사(韓國漁業史)’가 있다. 이 책은 아마도 인사동 통문관에서 샀을 것이다. 주로 고서와 인문학책을 판매하는 곳이긴 하나, 많지는 않았지만 이런 기타 전문 서적을 잘 정리해 놓은 서점이라서 책의 질에 관한 한 가장 신뢰가 가는 서점이었기에 그렇게 추정하는 것이다. 이 책은 ‘패총 속의 수산물’과 ‘원시인의 어구(漁具)’ 등 어로 생활에 관한 기술과 ‘옥저(沃沮)’나 ‘동예(東濊)’의 어업에서 조선 시대 말기 개항 시기까지 시대별로 잘 정리되어 있어 수산학과 해양생물학, 해양문화 연구에 필수적인 참고서적이다. 1975년에 초판이 나오고 1979년 중판(重版)이 나왔는데 이 중판으로 나온 책을 1980년대 중반에 확보했던 것 같다. 이렇게 해양에 관한 책이면 가리지 않았다. 어린이 바다 책도 여러 권 있다.

어업사를 저술하려면 역사에 대한 통찰과 해양과 생물에 대한 지식도 가지고 있어야 집필이 가능하다.

   해양 분야에서 가장 저명한 필자를 들라면 의심할 바 없이 ‘레이첼 카슨(Rachel L. Carson)’을 든다. 그래서 이 글의 서문도 이 여성 작가의 글을 인용하였다. 그녀를 잘 아는 환경운동가들은 바다를 기술한 자연 작가라는데 놀랄 수 있다. 사실 레이첼은 환경운동 분야에서 상징적인 인물로 너무나 잘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그의 책 ‘침묵의 봄(Silent Spring)’은 환경운동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였고, 살충제의 위험을 설파하여서 전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았다. 이때가 1962년이라는 점도 놀랍다. 이러한 업적으로 타임(Time) 지가 선정한 ‘20세기를 변화시킨 100인’ 중에 한 사람으로 선정하였다. 또 이 책은 석학 100인 선정한 ‘20세기를 움직인 책 10권’에 뽑히기도 했다. ‘침묵의 봄’의 반향으로 지구의 날(4월 22일)이 제정됐으며, 미국에 환경국이 생긴 계기가 되었다. 또 전 미국 부통령인 앨 고어는 “이 책이 출간된 날이 바로 현대 환경운동이 시작된 날”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렇게 세계적으로 저명하기 이전에 그녀는 이미 해양저술가로 유명했다. 해양생물학을 전공한 작가답데 해박한 해양환경에 관한 지식을 가지고 여러 기사와 책을 저술하였다. 최근(2018년)에 국내 한 출판사에서 그녀의 바다 3부작이라며 세 권을 연속으로 내어놓고 있다. ‘바닷바람을 맞으며(Under the Sea Wind)’, ‘우리를 둘러싼 바다(The Sea around Us)’, ‘바다의 가장자리(The Edge of the Sea)’가 그 책들이다. 필자의 책장에는 1953년에 낸 ‘더 씨 어라운드 어스(The Sea around Us)’의 원서가 있다.
   1980년대 초중반에 산 책 중에는 스쿠버다이빙에 관한 책들도 많다. 처음 다이빙을 배울 때는 잠수와 스쿠버다이빙을 동의어처럼 썼다. 굳이 차이점을 말하자면 잠수와 다이빙이 같은 의미이고 스쿠버다이빙은 스쿠버(SCUBA) 장비를 가지고 다이빙하는 것을 말한다. 또 잠수는 산업적 목적으로 가지고 하는 행위라면 스쿠버다이빙은 레저나 스포츠를 위한 것으로 이해된다. 어쨌든 1970년에 ‘한국수중개발기술협회’가 펴낸 ‘잠수교본’이라는 교본이 있는데 이는 같은 해에 출판된 일본 책 ‘잠수독본(潛水讀本)’을 번역한 것으로 보인다. 두 권을 다 가지고 있어서 알 수 있었다. 1971년에 나온 영문서적 ‘스쿠버, 스피어 앤 스노클(SCUBA, Spear and Snorkel)’, 세계적으로 유명한 여성 수중전문가인 실비아 얼(Sylvia Earle)이 공동 저술한 ‘내셔널 지오그래픽(National Geographic)’의 ‘와일드 오션, 미국의 수중 공원(Wild Ocean, America’s Parks under the Sea)’과 역시 실비아가 공동 저술한 ‘익스플로링 더 딥 프론티어(Exploring the Deep Frontier)’도 아끼며 소장하고 있는 책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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