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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소명 의식
  • 안산신문
  • 승인 2021.11.10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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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희<소설가>

경상도 태생인 나는 수도권에 정착한 지가 35년에 이른다. 내가 태어나서 자란 곳보다 훨씬 더 많이 안산에서 살았다. 그러나 아직 내 말투에는 경상도식 억양과 사투리가 묻어난다. 처음 만난 사람들은 몇 마디 나누기도 전에 ‘고향이 어디세요’라며 묻는다. 나는 분명히 경기도 사람이지만 남들은 경상도 사람이라고 한다. 문제는 경상도에 가면 나를 서울 사람 취급한다. 또 나의 정치 성향과 상관없이 경상도 사람은 모두 보수 야당이라고 단정 짓는다.
 외국에 사는 교포들이 한국인이라고 하는 것과 같은 의미로 정체성에 대해 혼란이 올 때도 있다. 옛날에는 디아스포라(이산민)라는 단어는 우리와 상관없는 유태인 난민에 국한된 것이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다. 참으로 무지의 소치였다. 모국어와 모국의 문화에서 떨어져 사는 사람들은 모두 디아스포라라고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고향을 떠나서 사는 사람들은 모두 디아스포라에 속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전 세계에는 수억 명의 디아스포라가 지구상을 떠돌고 있다. 재외교포도 그들 중 일부이다.
 얼마 전 독서 모임에서 『당신의 수식어라』는 책을 읽고 우리는 소명 의식이 무엇인가에 대해 토론했다. 책의 저자 전후석은 미국 시민권자로 변호사라는 안정된 직업이 있었다. 작가는 쿠바 여행에서 헤로니모라고 하는 조선인 디아스포라를 알게 되면서 인생이 바뀌었다. 그는 일제 식민지 시대에 쿠바의 노동자로 이민을 한 조상의 흔적을 쫓아 <헤로니모>라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만든 감독이 되었다. 전후석 감독이 다큐멘터리 영화를 된 계기는 소명 의식 때문이라고 했다.
 소명 의식이란 '개인적,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일을 발견하여 그것에 헌신하여, 개인적 삶의 목적을 실현하고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일을 하려는 의지(어떤 일을 이루려는 적극적인 마음)'을 말한다.
 지성인으로서 각자의 자리에서 사회를 지탱하는 데 도움이 되는 일을 하는 것이 소명을 다하는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대단한 일이 아니라도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면 된다. 언어나 피부색만으로 사람을 단정 짓거나 편견을 가지지 않는 일 또한 소명 의식의 일환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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