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희 <안산시의회 운영위원장>

지난달 22일 안산시의회 본회의에서 쟁점이 된 안건은 ‘안산시 해외사무소’ 설치 운영을 할 수 있도록 한 <안산시 국제화 촉진 및 국제교류협력 조례 일부개정안> 이었다. 담당국장에게 질문을 시작으로 찬반투표까지 진행되어 투표결과 찬성, 반대, 기권이 10:10:1로 부결되었다.
개정조례안의 주요내용은  “<지방자치법> 제195조(해외사무소 설치 운영)에 근거하여, 안산시가 국제교류협력 추진과 해외 거점 마련을 위해 외국에 ‘안산시 해외사무소’를 설치 운영할 수 있다”며, “소속 공무원을 파견 근무할 수 있고, 현지인도 채용 할 수 있으며, 업무의 전부 또는 일부를 대행·위탁할 수 있다”고 명시하였다.
물론, 지방자치단체의 해외사무소 설치와 운영 관련 근거 법률과 취지는 공감하며, 소관 상임위원회에서 논의된 심사 결과 역시 기본적으로 존중을 한다. 그러나 해외사무소를 설치할 경우 충분히 고려해야 할 사항을 담당국장과의 질문과 답변이 진행되었다. <안산시의회 회의규칙>에는 이처럼 본회의에서 안건 의결 전에 토론과 질문 여부 절차가 보장되어 있다.
개정조례안은 지난 3월 제출되었지만 코로나가 심각한 상황에서 해외사무소 설치 근거 마련의 시기적 적절성과 해외사무소 설치 대상 국가가 구체적으로 논의되거나 확정된 것이 없었기 때문에 상임위원회에서 ‘보류’가 되었었다.
그럼에도 내년 2022년 예산안으로는 벌써 <해외사무소 설치 운영 사업비>가 반영되고 있었다. 물론 11월 정례회에서 소관 상임위원회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심사 의결을 거쳐야 하지만 구체적인 사업계획서 없이 예산안이 편성되는 것이 아닌지 의문이 제기되었다. 더구나 향후 예산심의에서도 집행부가 “예산이 확보된 후 구체적인 해외사무소 설치 운영을 추진하겠다”고 한다면, 이 역시 준비와 필요성이 부족한 사업임을 반증하는 것이다.
또한 개정조례안 심의시 해외사무소 설치 운영 필요성의 한 사례로 담당부서는 ‘라오스 한국어교육원 기숙사 건립’을 언급 했었다. ‘공적개발 원조사업’으로 안산시 예산 5억원이 투입된 이 사업은 라오스 현지 교육생 100여명의 기숙사로 올해 12월 준공을 앞두고 있으며, 라오스에 무상기증을 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2022년 안산시 주민참여예산 주요사업> 중에는 ‘공적개발 원조사업 활성화 추진’이 있었다.  자료에는 ▲라오스 한국어교육원 이수자의 안산시 스마트허브 취업 추진, ▲ ‘라오스에 <안산마을 조성>’으로 낙후된 농촌 자립 기반 마련, ▲베트남 정부와 축구장 건립부지 무상 제공 협의 후 <축구장 건립 추진>으로 사업예산 5억원이 명시되어 있었다. 이러한 공적개발 원조사업 활성화가 코로나19 확산과 장기화로 힘겨워하는 안산시민들과 위드 코로나에 맞추어 재정적 지원과 재원 마련이 더 절실한 상황에서 시의회로부터 충분한 공감과 지지를 받을 수 있을지 묻지 않을 수 없었다. 
따라서 해외사무소 설치 운영시 집행부가 종합적으로 고려해 줄 것을 질문과 제안이 있었다.  ▲첫째, 안산시 해외사무소 설치 대상 국가가 공적개발 원조사업이 추진과 계획 중인 라오스나 베트남인지? 해외사무소 설치 대상 국가의 주된 선정 기준은 무엇인지? 해외사무소의 주요업무가 현재 건립 중인 ‘라오스 기숙사’나 추진 계획인 ‘라오스 안산마을 조성’, ‘베트남 축구장 건립’ 등 단순한 집행 실태 관리와 감독 업무가 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둘째, 산업도시 안산에 걸맞게 해외국가와 교역하는 중소기업을 중점으로 지원하는 해외사무소가 설치 운영되어야 한다. 2020년 관내 중소기업의 해외국가 수출입 현황은 중국, 베트남, 미국, 일본, 홍콩, 인도, 멕시코 순으로 많았다. 타 지자체 해외사무소 운영 현황을 조사해 보아도 역시 중소기업 수출지원과 박람회 참가 지원이 가장 우선이었다. 또한, 해외사무소 담당부서가 현재 신성장전력과 이지만 산업지원본부와 안산상공회의소, 중소기업 관계자들과의 사전 충분한 협의와 논의가 필요하다.
▲셋째, 다문화 도시와 국제문화교류에 걸맞게 해외사무소를 설치 운영 하려면, 관내 외국인 현황과 특성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거주 외국인 현황을 보면, 중국인과 한국계 중국인 5만3800명, 우즈베키스탄 7800명, 러시아인과 한국계 러시아인 6300명, 카자흐스탄 2300명, 베트남 2100명 등 순이었다. 현재 공적개발 원조사업으로 지원하는 라오스는 16명에 불과했다.
해외사무소 선정과 공무원 해외 파견, 그리고 나중 부득이하게 해외사무소를 철수해야 할 상황도 감안한다면, 해외사무소 추진은 반드시 ‘전략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여러 질문과 요청에 안산시는 책임 있는 구체적인 답변 보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하였다. 결국 의회에서는 여러 차례 일시 정회가 이루어졌고, 의원전체 긴급간담회와 토론, 정당별 긴급 의원총회, 의장단 회의도 개최되었다. 
결국 8대 시의회에서 특정 조례안에 대해 담당국장 질문을 거쳐 의원들간 찬반투표 까지 실시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찬반투표 과정과 결과에 따른 의원 각 개인별 입장과 견해는 서로 다를 수 있겠지만 정당간 입장이 선명하게 대립되는 정치적 쟁점 사항이 아니라면, 본회의장에서의 21명 시의원 각 개인들의 의사와 견해는 서로 존중되어야 한다. 또한 민주적 절차를 거친 그 결과 역시 함께 수용하고 인정해야 한다. 따라서 지나친 정치적 쟁점과 여야간 대결구도의 관점으로 바라봐야 할 이유가 없다. 
더구나 지난 <지방자치법> 개정에는 지방의회에서 제74조(표결방법)와 행정안전부 권고안으로 인사와 징계 안건을 제외하고는 각 안건에 대해 지방의원 개인별 기록표결로 가부(可否) 결정과 그 결과의 공개도 강조하고 있다. 이 취지는 지방의회에서도 의결 절차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적 시스템을 갖추고자 개선하는 것이다.
이처럼 앞으로는 시의회 본회의에 상정되는 대다수의 안건들에 대해 의원 개인별, 상임위원회별, 정당별 입장과 결정이 좀 더 일상화 되고, 이에 따른 책임성과 투명성도 요구되어질 것이다. 나아가 상임위원회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심사와 의결 과정 역시 좀 더 철저해 질 수밖에 없다.
시의회의 이번 해외사무소 설치 운영 조례 처리 과정에서의 ‘찬성 : 반대 : 기권의 투표 결과’로 결국 부결이 되었지만 의회에서 의사결정 시 민주적 절차인 논의 과정과 결과 수용의 중요성을 마련해 가는 ‘작은 디딤돌’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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