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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종길의 책 이야기<25>연체동물 분야 연구를 하기 시작하다
  • 안산신문
  • 승인 2021.11.17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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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개는 어쩌면 석기시대 그 이전부터 인류의 생활 일부로 자리 잡았을 것이다. 장식품이나 장신구가 되기도 했고, 숟가락이나 각종 주방 도구가 되어 실생활을 편하게 하였음을 여러 가지 유물을 통해 잘 알 수 있다. 지금도 작은 예쁜 가리비는 숟가락으로 사용되고 큰 가리비는 접시가 되기도 한다. 열대지방에서는 크고 무거운 고둥껍데기를 배의 추로 이용하였고, 큰 키조개류의 조각은 칼이나 자귀로 사용되었다.』 - 제종길의 글(잡지 ‘해양과 문화, 2008’에 실린 ‘조개 시대의 부활’)에서 인용 -

   연체동물 분야 연구를 하기 시작하다

   1985년에 석사학위를 받기 한 해 전에 연구소에서 위촉연구원으로 발령을 받았다. 그러므로 1984년이 이력서에 나타난 해양연구소 연구원의 시작되는 첫해니 기분 좋은 출발이었다. 연구원이 되는 것이 꿈이었는데 그 꿈에 한 발짝 다가갔으니 말이다. 하지만 정식 연구원이 된 것이거나 될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은 아니었으므로 늘 가슴 한 곳에 아쉬움을 가지고 있었었다. 이렇게 1984년이 중요한 순간임에도 불구하고 1985년을 먼저 언급하며 글을 시작한 것은 남은 삶 동안 공부해야 할 전공 분야가 정해진 해인 까닭이다. 그동안 선배 연구원 밑에서 보좌하며 그분이 연구하는 분야인 갯지렁이류를 가지고 석사학위를 마쳤었다. 그러나 연구소에 적을 두려면 다른 동물군 분야를 맡아야 했다. 연구원 수가 절대 부족한데 두 명의 연구원이 한 분야에 있을 수 없는 것이었다. 당시의 저서생물연구실에서는 기본적으로 생태학 연구를 하였다. 하지만, 각각 다른 무척추동물 동정(무슨 종인지 알아내는 일)을 담당하여야 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생태학에 필요한 자료를 만들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선배 연구원들은 이미 갯지렁이류 외에 갑각류와 극피동물을 담당하였으나 정작 가장 큰 분류군인 연체동물 담당 연구원이 없었다. 연체동물은 대부분 크기가 크고 비록 작은 도감이지만 국내 도감까지 있어 조사에서 가장 종이 덜 나오는 극피동물 담당 연구원이 그 일을 겸하였다. 그런데 문제는 펄이나 모랫바닥에 사는 작은 연체동물은 동정 자체가 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연체동물 동정을 필자가 하길 희망하였다. 위촉연구원이 되자 정식으로 필자가 자청해서 연체동물 분야 연구를 맡았다. 바로 그 순간이 향후 20년간의 본격적인 연체동물 연구의 출발이었다.
   연체동물(軟體動物 Mollusca)을 ‘패류’라고도 한다. 조개 ‘패(貝)’자다. 그러나 조개라고 하면 보통 홍합이나 굴 그리고 바지락과 같은 두 장의 여닫는 껍데기(조가비라고도 함)를 가진 종류만을 지칭한다. 그러나 한자어로 ‘패류’라고 하거나 영어로 ‘쉘(shell)’이라고 하면 전체 연체동물을 일컫는다. 이런 혼란이 있어선지 두 장의 껍데기를 가진 종류만을 말할 때는 한자어로는 ‘이매패류(二枚貝類)’한다. 이들의 학술 명인 ‘바이발비아(Bivalvia)’를 번역한 의미이다. ‘바이(bi-)’는 ‘둘’ 그리고 ‘발브(valve)’는 ‘껍데기’를 말하므로 ‘바이발비아’는 두 장의 껍데기를 가진 동물 분류군이라는 뜻이 된다. 연체동물에는 이들 조개류 외에도 고둥류, 두족류, 군부류, 굴족류, 단판류, 무판류 등이 있다. 우선 가장 큰 무리인 고둥류는 소라, 고둥, 골뱅이라고 하는 종류를 거느린 동물군이다. 나사탑 모양의 하나의 껍데기를 가진 연체동물군이다. 달팽이류도 이 무리에 속한다. 학술 명으로 ‘복족류(腹足類 Gastropoda)’라고 하는데 배를 다리처럼 이동하는데 쓰는 동물이라는 의미다. 다음으로 큰 무리가 ‘두족류(頭足類 Cephalopoda)’이다. 요즈음 사람들에게 가장 인기가 많다. 문어, 낙지, 주꾸미, 오징어, 꼴뚜기 등이 여기에 속한다. 머리에 다리가 달린 동물이라는 의미가 있다. 보통 눈이 있는 곳이 이들의 머리이다. 그리고 군부류는 학술적으로 다판류라고 하고 딱지조개라 부르기도 한다. 군부들은 등을 덮고 있는 8개의 작은 껍데기를 가지고 있다. 이렇게 여러 개의 껍데기가 있는 동물이라 의미로 ‘다판류(多板類 Polyplacophora)’라고 하는 것이다. 그 밖의 굴족류(일명 뿔조개류), 단판류, 무판류는 소개를 생략한다. 연체동물들은 석회질 껍데기(패각 貝殼 shell)과  근육질 발 등 공통 특징들을 가지고 있다. 두족류인 경우 껍데기는 몸 내부로 들어가 있고, 무판류를 비롯한 일부 무리에서는 껍데기가 퇴화하였다.

사무실 책장에 가장 전문 분야별로 가장 많은 책이 연체동물에 관한 책이다. 분류군별로도 있지만, 조개류와 관련된 여러 인문학 들도 있다.

연체동물 분야로 정해진 이후 가장 시급한 것이 문헌들이었다. 이후 관련 책과 참고자료들을 그야말로 보이는 대로 복사하거나 구매하였다. 이젠 책장 세 개에 가득하다. 처음에 연체동물 동정에 관한 책부터 수집하였고, 지역적으로는 일본, 중국, 러시아 그리고 서태평양 문헌들부터 구하기 시작하였다. 주요 서적을 보면 ‘일본 해산 패각 연체동물의 목록과 참고문헌(Catalogue and Bibliography of the Marine Shell-Bearing Mollusca of Japan)’, ‘원색 서태평양 패류(Shells of the Western Pacific in Color) I, II권’, ‘표준원색도감전집 3, 패(標準原色鑑全集 3, 貝)’, 충승(오키나와)해중생물도감, 패(沖海中生物鑑, 貝) / 황발해적연체동물(黃渤海的物), 중국해양패류도감(中國海洋), ‘중국동물지, 연체동물문 쌍각강 이패목(中國物志, 物目)’, 동해경제두족류자원(海足源), 대만현생패류채색도감(臺灣現生貝類彩色圖鑑) / ‘광대하고 온난한 서쪽 해양의 연체동물 이매패류(Двустворчатые Моллюски умеренных широт западный части Тихого океана)’, ‘러시아 극동지역의 연체동물 이매패류(The Bivalve Molluscs of Far Eastern Russia)’ / 태평양의 해양 패류(Marine Shells of the Pacific), 태평양 패류(Pacific Sea Shells), 하와이와 태평양 패류 안내서(A Field Guide to Shells of the Pacific Coast and Hawaii) 등이다. 물론 소장하고 있는 책이나 문헌은 이보다 훨씬 많다.
   일본과 중국 책은 주로 일본 서점에서 구했다. 일본을 방문하면 항상 새 책을 파는 큰 서점이 있으며 고서적과 중고서적을 파는 수많은 책방이 있는 ‘진보초 고서점 거리(神田古本まつり)’에 갔다. 책방 구경도 하고 필요한 연체동물 서적들을 사들이려는 목적에서였다. 이 거리에는 중국 전문서적을 파는 곳이 있었는데 늘 연체동물에 관한 책이 몇 권 있었다. 러시아 책들은 주로 학자들을 통해서 직접 받거나 약간의 돈을 주고 구매하기도 했다. 그리고 유럽에 있는 중고 전문서적을 알게 되어 우편 구매도 하였다. 일본 책 중에 두 번째 세트는 그렇게 산 것이었다. 이후에 이 세트를 탐내는 학자들이 있어 구입처를 알려주기도 했다. 이러면서 서적을 구하는 다양한 노하우를 쌓았다. 아울러 연체동물이 그려져 있는 그림이나 연체동물로 만든 도구나 유물 등을 수집하는 재미까지 겸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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