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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앞에서
  • 안산신문
  • 승인 2021.12.15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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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미 글,그림/ 웅진주니어

하얀 책 표지에 문이 다섯 개가 그려져 있습니다. 문의 틀 모양은 같으나 무늬와 나뭇결, 손잡이가 다른 다섯 개의 문입니다. 독자는 책 표지를 보면서 문 앞에 선 자신을 봅니다. 그리고 어느 문을 열어야 하나 고민에 빠집니다. 그래요, 우리는 매일, 매 순간 선택의 문 앞에 서 있습니다. 여러분은 지금 어떤 문 앞에 서 있었나요? 요즘 어떤 문과 마주하고 있는지요?

여기 문 앞에 세 자매가 서 있습니다. 그림책 가운데에 접지가 있는 부분에 문이 하나 그려져 있습니다. 세 자매는 문을 열어봅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또 다른 문이 있습니다. 자매는 다시 문을 열어봅니다. 또 문이 있습니다. 여러 번 문을 열어도 문이 있습니다. 이제 자매는 어떻게 할까요? 자매는 커다란 통나무를 어깨에 메고 와서 문을 부수려고 힘껏 내리칩니다. 문은 그대로입니다. 활활 불을 피워서 문을 태웁니다. 문은 그대로입니다.
첫째는 두렵습니다. 머리를 두 손으로 싸매고 괴로워합니다. 첫째는 문 앞에 무릎을 꿇고 그 자리에서 문을 바라보는 나무가 됩니다. 남은 두 자매는 다시 문을 엽니다. 문을 열면 여전히 문이 있습니다. 둘째는 열쇠만이 문을 이길 수 있다면서 열쇠를 찾으러 떠납니다. 막내 혼자 문 앞에 남았습니다. 막내는 문을 엽니다. 몰아치는 번개와 세찬 바람은 문 앞에서 떨어지라고, 가라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막내는 문에 기대서 바람을 피합니다. 바람이 멈추자 다시 문을 엽니다. 그러나 열어도, 열어도 다시 문입니다. 땅에 덥석 주저앉아 버린 막내. 떨군 고개가 애처롭습니다.
그때 막내의 손가락 위로 파란 무당벌레가 올라옵니다. 이 그림책은 연필로 섬세하게 드로잉 된 그림입니다. 그 그림 위에 무당벌레의 선명한 파란색이 눈에 확 들어옵니다. 막내는 쥐었던 손을 펼쳐서 무당벌레가 날아가게 합니다. 파란 줄을 그리면서 날아가는 무당벌레는 펼친 양면으로 표현되어 있습니다. 주위에 풀과 꽃이 보입니다. 자연이 보입니다. 막내는 다시 문을 엽니다. 그런데 막내의 자세가 매우 능동적이고 활기차 보입니다. 막내의 마음이 바뀐 것이 느껴집니다. 왜, 어떻게 막내의 마음이 바뀌었을까요.

문. 문은 우리 삶에서 만나는 여러 가지 문제 같습니다. 여러분은 문 앞에서 어떤 자세를 취하는지요? 첫째처럼 ‘이것쯤은 아무것도 아니지’ 하는 도도한 자세, 둘째처럼 막 문을 두드리는 적극적인 자세, 막내처럼 몸을 뒤로 빼고 지켜보는지요? 문을 열어도 계속 문이 있듯이 지속적인 문제에 부딪쳤을 때 어떤 행동을 하시나요? 첫째처럼 절망하고 멈추나요? 둘째처럼 그 자리를 피하는지요? 아니면 막내처럼 다시 시도해 보는지요?
혹시 해결되지 않고 더 꼬이는 큰 문제로 절망하신 적이 있는지요. 그때 자신을 일으켜 세운 것은 무엇이었나요. 땅에 주저앉아 있던 막내의 고개를 들게 해준 것은 작은 무당벌레였지요. 막내는 고개를 들어서 주위를 봤습니다. 바람에 흔들거리는 풀과 꽃을 봅니다. 자연을 천천히 바라봅니다. 어쩌면 우리는 문제를 해결한다고 그 안에 빠져서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문 앞에서> 그림책은 마지막 장면에 손잡이가 두 개 그려져 있습니다. 책을 읽는 독자는 이 손잡이를 잡고 문을 열고 일상으로 나가야 합니다. 코로나19는 평범했던 일상에 수많은 문들을 우리 앞에 세워 놓았습니다. 열어도, 열어도 다시 있는 문 앞에서 우리는 화를 냈고, 짜증도 냈고, 불안했고, 절망 느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문을 열어야 합니다. 이제 다시 마음을 잡고 문을 열어야 합니다. 내가 이 문을 열 수 있도록 도와줄 조력자는 주위에 있습니다. 문이 열리지 않는다고 그냥 닫힌 상태로 두지 말고 함께 문을 열어 봅시다. 혼자 여는 것보다는 둘이, 셋이 좋습니다. 그리고 문을 열다가 고개를 들어서 자연을 보면 좋겠습니다. 막내가 문을 열 수 있도록 키워드를 준 자연을요. 2022년의 문을 활기차게 열 당신을 기대합니다.

최소은 (혜윰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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