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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의 의미
  • 안산신문
  • 승인 2021.12.22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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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희<소설가>

요즘 안산 여성문학회에서 시행하고 있는 손 편지 쓰기에 동참하고 있다. 한 달에 한 분의 어르신에게 편지를 보낸다. 한 달이라는 시간이 너무 빨리 다가와 항상 말일경에 부랴부랴 쓰기도 한다. 매달 편지를 써야 할 곳이 있는 것도 행복하고 감사한 일이다. 받는 분은 아직 한 번도 답장이 없지만 그래도 나의 편지가 조금은 위안이 되지 않을까 싶다.

  오 헨리의 단편 <크리스마스 선물>의 감동처럼 내용물보다 마음 씀씀이가 빛나는 때가 바로 한 해를 보내는 이맘때가 아닐까. 크리스마스 캐럴이 울려 퍼지는 세밑을 맞아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마음을 담은 작은 선물, 그것은 사랑이고 정성이다.
 크리스마스를 하루 앞둔 날, 일주일에 집세를 8달러 내는 초라한 아파트에서 남편 짐과 함께 사는 델러의 수중에는 오직 1달러 87센트뿐이었다. 사랑하는 남편의 크리스마스 선물을 사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돈을 세고 또 세며 델러는 울먹였다.
 그런데 델러에겐 갈색 폭포수처럼 떨어지며 반짝거리는 머리채가 있었다. 여전히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 아파트를 나서 시내 한길로 들어선 그녀의 눈에 ‘마담 소르포니 - 머리 용품’이라는 간판이 들어왔다. 델러는 20달러에 자신의 머리채를 팔았다. 다시 한길로 나선 그녀는 낡은 가죽끈으로 시곗줄을 대신하던 남편 짐의 금시계를 안타까운 마음으로 떠올렸다. 그리고 가게를 샅샅이 뒤져 백금으로 만든 21달러짜리 시곗줄을 샀다. 남편이 할아버지와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가문의 보물을 이 시곗줄이 더욱 빛나게 해줄 것을 상상하며.
 그러나 집으로 돌아온 남편은 아내를 바라보며 꼼짝도 하지 않고 문간에 서 있었다. 그의 시선은 델러가 예상한 분노나 놀라움, 뭐 이런 것이 아니었다. 그는 오직 얼굴에 이상야릇한 표정을 머금은 채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볼 뿐이었다.
  이제 그가 어리석은 선물로 아내를 실망하게 만들 시점이다. 델러가 자신의 보물인 머리채를 팔아서 남편의 백금 시곗줄을 선물로 샀다면, 짐은 도대체 무엇을 팔아서 아내에게 줄 핀 세트를 선물로 샀을까.
 가난한 젊은 부부에게 돌아온 크리스마스. 남편은 아내의 긴 머리에 어울릴 머리핀을 사려고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시계를 팔았다. 아내는 시곗줄이 없는 남편을 위해 아끼던 머리카락을 기꺼이 잘랐다. 이런 것이 선물의 의미가 아닐까. 가장 필요하지만 지금은 필요없는 것.

 얼마 전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어머니가 병상에서 아파하실 때 나는 편지를 써서 읽어드렸다. 글로 쓰고 보니 어머니를 사랑하는 마음이 더욱 절절하게 느껴졌다. 어머니께 드리는 마지막 선물인 셈이다. 말로 표현하는 것도 좋지만 그것이 어려울 때는 글로 써서 읽어 드리는 것도 한 방법이다. 신년을 앞두고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아버님께 선물과 마음을 담은 편지를 보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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