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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와 쥐가 한 곳에 있으니
  • 안산신문
  • 승인 2021.12.22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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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근원<동화작가>

코로나19에 휘둘린 2021년도 열 손가락으로 셀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탁상달력을 되넘기며 날짜 아래 꼼꼼하게 적혀 있는 스케줄, 친구들 이름, 원고 마감기한 등등…. 나를 다시 확인시켜주는 달력이 고맙기까지 하다. 그러고 보면 고마움을 느끼는 것이 코로나 이전보다 많이 늘었다. 늘 메고 다니는 가방, 그 속의 메모 공책과 필기구, 자주 만나진 못했지만 인연을 같이 하는 사람들의 얼굴을 떠올리면 고마움이 절로 나온다. 그냥 지나쳐도 좋을 일상의 소소한 것들에게도 고마움을 느낀다.
성탄절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대형마트 외에서는 크리스마스 장식물을 보기가 힘들다. 거리에서 크리스마스 캐럴을 들어본 지도 가물가물하다. 동유럽 루마니아의 코로나 백신 접종소에 세워진 백신 빈 용기로 만든 크리스마스트리가 뉴스를 탔다. 이 접종소 직원들이 1만9000여 개에 달하는 백신 빈 용기로 높이 3m의 크리스마스트리를 만들었다. 희망과 용기를 주는 메시지가 담겨있지만, 가슴 한켠이 시려온다.
세계 10대 뉴스 중 코로나가 올해도 1위를 고수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이다. 코로나 외에도 많은 내우(內憂)에 외환(外患)까지 겹쳐 어두움의 긴 터널 속이다. “코로나 터널의 끝이 보이네, 확진자 10,000명까지도 대비했네, 위드코로나를 후퇴할 생각이 없네.” 어쩌고저쩌고 떠들던 입들이 어느 순간 꽉 다물어지고 말았다. 국민에게 희망과 웃음을 준 적이 별로 없는 말의 성찬 쓰나미의 연속이었다. 총체적 난국이다. 언제쯤 되어야 그 수습의 가닥이 잡힐지 그저 막막하기 그지없는 현실이다. 새로운 변이 코로나 오미크론이 출현하면서 위드코로나는 중단됐고, 일상 회복은 이제 기약 없는 신기루 같은 희망으로만 남게 되었다.
코로나와 함께하는 대선판은 그야말로 막말 대잔치에 진흙탕 속의 싸움으로 엉망진창이 되고 있다. 정책은 안중에도 없고 가족의 문제가 연일 터져 나오고 있다. 여당 야당은 하이에나처럼 물고 늘어지기 바쁘다. 마치 대통령 선거는 사라지고 대통령의 부인을 뽑는 것인지 도무지 헛갈릴 정도라며 국민의 빈축이 나날이 높아가고 있다. 게다가 가짜뉴스까지 판을 치고 있으니 대선에 아예 등을 돌리는 국민도 늘어나고 있다. 희한한 대선판으로 치닫고 있다. 함량 미달의 국회의원들의 입에서 쏟아지는 막말은 극에 달하고 있다. 오죽하면 올해 교수들이 뽑은 사자성어가 ‘묘서동처’(猫鼠同處)일까. 교수신문은 전국 대학교수 880명을 상대로 설문 조사한 결과 29.2%(514표)가 ‘묘서동처’를 올해의 사자성어로 꼽았다고 12일 밝혔다. 묘서동처(猫鼠同處), ‘고양이와 쥐가 함께 있다’는 뜻으로, 도둑을 잡아야 할 사람이 도둑과 한패가 됨을 의미하는 말이다. 공공의 법과 재산, 이익을 챙기고 관리해야 할 기관이나 관리자가 수상한 세력과 한통속이 돼 사적으로 이익을 챙기는 일들이 속출한 양태를 빗댄 말이다. 창피하고 분한 마음이 가득하다.
‘묘서동처’의 출처는 중국의 ‘구당서’이다. 한 지방의 군인이 집에서 고양이와 쥐가 같은 젖을 빠는 기이한 모습을 보게 된다. 군인의 상관이 그 고양이와 쥐를 임금에게 바쳤고, 임금 곁의 관리들은 ‘복이 들어온다’며 난리법석을 떨었다. 단 한 명의 관리만이 “이것들이 실성했다.”라며 한탄했다는 내용이다.
그동안 발표한 사자성어 중에서 오리무중(五里霧中), 이합집산(離合集散), 우왕좌왕(右往左往) 등이 떠오르고, 지난해 뉴욕타임스에도 올라 국제적 망신을 산 내로남불을 빗댄 아시타비(我是他非)도 오래오래 잊히지 않을 것이다.
내년 이맘때쯤의 사자성어는 어떤 것일까? 조금이라도 희망이라는 단어가 들었으면 좋겠다. 국민이 좀 더 밝고 편안했으면 좋겠다. 물가는 치솟고 희망의 주머니가 나날이 쪼그라드는 서민들의 주머니에 웃음과 행복이 가득 찼으면 좋겠다. 헛발질만 해대는 정부가 아니라, 국민의 행복을 위해 땀 흘리는 정부를 보고 싶다. 우리에게 참다운 리더십의 모범을 보여줄 겸손하고 현명한 지도자를 보고 싶다. 현 세태를 보면 꿈에 불과할 정도로 보인다.
지인이 보내온 카톡의 글을 지우지 못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사자성어들을 한데 섞어 다시 만들면 ‘엉망진창, 지긋지긋’이다. 웃음 보다는 고개부터 끄덕여지는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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