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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찬 기법(Luncheon Technique)
  • 안산신문
  • 승인 2022.01.19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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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경<경영학박사>

"소크라테스와 점심을 함께할 수 있다면, 애플이 가진 모든 기술을 그것과 바꾸겠다.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가 인문학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했던 말이다. 문화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우리는 식사를 하면서 비교적 조용하다. 서구사람들은 화기애애한 가운데 이야기를 나누면서 오랜시간 식사를 한다. 유럽에 출장을 자주 갔었는데 고객과의 저녁 식사는 보통 3시간 이상 했던 것 같다. 지역의 특별한 음식을 즐겁게 나누면서 이야기가 끝이 없다. 회의 보다는 오히려 식사시간이 더 길었다. 비즈니스 회의에서는 말할 수 없었던 속마음을 자연스럽게 드러내고 협조를 구하기도 하고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회사에서도 직원들과 진솔한 의사소통은 점심이나 저녁을 같이 하면서 나누는 간담이었다. 박사보다 밥사, 석사보다 식사라는 우스갯 말이 있다. 리더십이란 자신의 비전과 목표를 이루기 위해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얻고 끌어 들이는 능력이다. 사람을 마음을 얻는 방법 중에 하나가 함께 식사하는 것이다. 식사하는 장소가 쾌적하고 편안하며 음식의 맛과 품질도 중요하지만 식사를 나누는 상대가 편안해 하고 만족감을 느끼는 것이 더 중요하다. 밥을 같이 먹는 일은 상대에게 충분하게 호혜의 씨앗을 뿌린다. 여유로운 식사를 하면서 고객의 더 열린 마음을 발견하고 가능한 해결책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한다. 실험을 통해 오찬기법의 이론적 근거를 밝힌 학자가 있다.
  러시아계 미국인으로 심리학 연구의 권위자인 그레고리 라즈란(Gregory Razran.1901~1973)은 1938년에 한 가지 실험을 했다. 두 그룹의 대학생들에게 몇 가지 정치적 주장을 펼치면서, A그룹에는 주장을 듣는 동안에 음식을 주고 B그룹에는 주지 않았다. 결과는 음식을 먹었던 A그룹의 학생들이 정치적인 주장에 대해 더 호의적으로 받아들였다고 한다. 1965년 예일대학교 심리학 교수 어빙 제니스(Irving L. Jenis)는 라즈란의 실험을 보완하여 추가적인 실험을 했다. 대학생들에게 내용도 근거가 부족해서 사실상 설득력이 없는 평론을 읽게 하였는데 A그룹에는 간단한 식사를 제공하고 B그룹에는 아무런 간식도 제공하지 않았다. 결과는 놀라웠다. 간식을 먹은 A그룹이 간식을 먹지 않은 B그룹보다 평론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두 학자의 실험을 통해 식사를 하는 동안 경험한 사람과 사물에 대해 사람들은 더 호의적인 견해를 갖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따라서 중요한 협상이나 설득이 필요할 때 먼저 상대방과 식사를 같이 하는 것을 고려하라고 제안했다.
  런천(Luncheon)은 런치(Lunch)와 같은 뜻이지만 색다른 특별한 오찬을 의미한다. 상대에게 특별하고 맛있는 음식을 즐거운 마음으로 대접받고 있다고 느낄 때 호감을 갖게 된다. 오찬기법(런천 테크닉)은 이런 효과를 기대하며 상대방으로 하여금 긍정적인 반응을 유발한다는 이론이다. 설득의 심리학을 쓴 로버트 치알디니(Robert Cialdini)교수는 사람들은“다른 사람에게 호의를 제공받으면 반드시 갚고자 하는 심리적 경향이 있다고 했다.”이를 호혜성의 규칙이라고 정의했다. 사람들은 가능한 한 빨리 받은 호의를 반환하려 한다는 것이다. 뿐만아니라 만족한 식사 중에 정치적이건 비즈니스이건 호스트의 주장에 대해 호의적으로 지지할 확률이 높아진다. 음식을 앞에 두면 배고픔이 먹고 싶은 충동을 불러일으키고 음식을 먹는 동안 긍정적인 생각으로 주장을 더 쉽게 받아들이는 것을 충동 시스템의 확장된 효과라고 한다. 한편, 식사를 하면서 가졌던 호의적인 생각은 나중에라도 연상효과로 나타나게 된다. 들은 이야기지만 김대중대통령이나 북한의 김일성을 만나 식사를 하며 그들을 지지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한다. 오찬기법이 작동하는 주된 이유는 마법의 기술이 아니라 친밀한 식사과정 때문이다. 점심식사를 하는 데는 일반적으로 약 1시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며 이는 회의에서 얻을 수 있는 것 보다 더 나은 효과를 얻는 경우가 많다. 또한 둘만의 식사는 주의가 산만해지지 않고 상대방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다. 상호간에 친밀함이 더 해지는 유대 효과를 얻을 수 있고, 결과적으로 주장을 경청하고 동의해야 한다고 느낄수 있는 교환효과가 있다. 상대방이 근본적으로 당신의 아이디어를 좋아하지 않더라도 결국에는 동의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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