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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꽃 같은 시인 나태주
  • 안산신문
  • 승인 2022.01.19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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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태주/지혜

 작년 가을의 끝자락, 공주 풀꽃 문학관에서 풀꽃 같은 시인을 만났다. 코로나로 인해 기나긴 시간동안 여행은커녕 집 앞 마트나 식당에 다니기도 조심스러웠는데, 거리두기가 완화되면서 운 좋게 문학 기행을 다녀올 수 있었다. 버스를 타고 가는 동안 풀꽃에 수록된 시들을 다시 읽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스물넉 자밖에 되지 않는 단출한 시입니다. 그런데 이 시가 독자들의 가슴에 들어가 꽃이 되고 악수가 되고 샘물이 된 것입니다. 그야말로 감사하기 짝이 없는 일입니다. 이 시집 『풀꽃』은 바로 그 ‘풀꽃’ 시의 성공을 기념하고 기뻐하기 위해서 만든 선시집 형태의 책입니다. - 시인의 말에서

 2021년 4월에 출판된 산뜻한 노란색 표지의 ‘개정판’ 시집이다. 이 책을 처음 낸 것이 2014년이므로 책에는 그때까지의 시들이 채워져 있다. 나태주 시인은 197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대숲 아래서」가 당선되어 줄곧 시를 써왔다. 그는 스스로를 독자들이 별로 알아주지 않는 시골 시인이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한 편의 시로 그는 유명 시인이 되었다. 그 시가 바로 ‘풀꽃’이다. 이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는 시다. 시인은 시집 <풀꽃>을 통해 자연과 사람, 삶과 사랑에 대한 시들로 따뜻하게 독자를 어루만져준다.

 문학관을 향해 달리는 버스 안. 우리가 도착하는 시간에는 풀꽃 문학관에서 그를 볼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혹시 우연히라도 만나지 않을까, 기대를 하며 노란 시집을 옆구리에 끼고 버스에서 내렸다. 시집을 꼭 붙들고 풀꽃 문학관으로 가는 언덕을 올라가는 길에 그를 만났다.  운 좋게 시인의 책에 사인을 요청할 수 있었다. 단독 사인이었다. 이렇게 영광스러울수가! 때마침 내 뱃속에 있는 동행자를 위한 시와 사인도 함께 받았다. 

 나도 학생 때 겪었던 일이지만, 요즘 내가 만나는 청소년들은 시가 정말 어렵다고 한다. <풀꽃>에 수록된 시들은 어렵지 않다. 삶의 소중한 기록과 기행이 바로 그 안에 있다. 가진 것이 부족하여 불행한 것이 아니라 가진 것이 있어서 행복(19p)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해주고, 길거리나 사람들 사이에 버려진 채 빛나는 마음의 보석들을 그냥 줍는 것이 시(23p)라는 것을 알려준다.

그리운 날은 그림을 그리고
쓸쓸한 날은 음악을 들었다

그러고도 남는 날은
너를 생각해야만 했다.

 시를 통해 시인의 사는 법(28p)을 보여주고, 시인만의 사는 법이 아닌 우리가 살아가는 법을 느끼게 해준다. 단순한 문장과 쉬운 단어들로 표현된 시들이 대부분이지만 결코 단순하지만은 않다. 내가 만난 나태주 시인은 정말 풀꽃 같았다. 자세히 보니 더 예쁘고, 오래보니 더 사랑스러우셨다. 시집 속 시들을 하나하나 곱씹어볼수록 더 예쁘고 사랑스럽다는 것을 당신도 알게 될 것이다.

김아름 (혜윰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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