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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걱정 속 나라 울타리
  • 안산신문
  • 승인 2022.01.19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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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근원<동화작가>

새해 첫날, 강원도 최전방 22사단 GOP(일반전초) 철책을 넘은 월북 사건이 발생했다. 1년여 전, 철책을 넘어 귀순했던 남성이 똑같은 수법으로 월북했으니 기가 막힐 정도이다. 이 남성은 22사단의 책임 경계구역에 있는 관문 3곳을 유유자적 통과해 북한으로 넘어갔다. 참 한심한 국방 경계이다.
‘전투에 실패한 장수는 용서할 수 있어도, 경계에 실패한 장수는 용서할 수 없다’라는 말이 또 새삼스럽다. 로마제국 시대에는 경계에 실패한 군인은 돌팔매처형을 당했다. 2차대전에서도 미군은 독일의 군 정보를 잘못 입수, 느슨한 경계로 최악의 패배를 당한 적이 있다. 이것을 실화로 만든 영화가 그 유명한 ‘벌지 전투(Battle of the Bulge)’이다. 이 정권 들어 철책선이 너무나 쉽게 뚫리고 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주는 나라의 울타리가 너무나 허술하기 그지없다.
울타리의 사전적 의미는 집이나 일정한 공간의 둘레를 막기 위하여 축조한 건조물로 그 유사어로는 울, 담, 담장 등이 있다. 외부의 침입을 막고 집안의 가축을 사육하며 이웃과의 경계 표시 등 다용도로 쓰이고 있는 시설물이다. 옛날에는 울타리를 풀이나 나뭇가지 그리고 돌로 단순하게 표시를 했다. 또한, 날카로운 가시를 가지고 있는 탱자나무는 천연 울타리 구실을 했다. 지금도 시골에 가면 탱자나무로 울타리를 두른 집을 볼 수 있다. 귀신과 액운을 막는 의미도 담겨 있는 탱자나무는 크게는 호국의지로 심어지기도 했다. 강화도에는 천연기념물인 수령 400년이 넘은 탱자나무 두 그루가 있다. 해안선을 따라 만들어진 성벽 밖에 적의 침입을 어렵게 하기 위해 울타리용으로 많이 심었다고 한다. 그중에서 살아남은 탱자나무이다.
19세기 강철의 발명으로 울타리도 일대 혁명이 일어났다. 철망, 가시로 된 철조망이 다양하게 쏟아져 나왔다. 현재도 여러 나라의 군사분계선엔 철책선을 사용한다. 특히 우리나라의 철책선은 분단의 상징이 되고 있어 가슴이 아프다. 뭐니뭐니해도 최고의 울타리 구실을 하는 것이 감시카메라(CCTV)이다. 그 첨단의 기기를 제대로 활용하지도 못한 게 이번 월북사태의 가장 큰 허점이다. 더 큰 문제는 22사단의 경계망이 뚫린 것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데 있다. 2012년의 노크 귀순, 2020년의 점프 귀순, 2021년 오리발 귀순 등을 들 수 있다. 첨단기기가 있으면 뭘 할까, 탱자나무 울타리 구실도 못했으니…. 군 지휘부는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다.”라는 판박이 유감을 표명했다. 유감이란 말, 지겹도록 듣는 말이다.
어디 이뿐이랴. 북한이 새해 들어 마구잡이로 쏴대는 미사일에 군 당국은 브리핑하느라 바쁘다. 벌써 4번째이다. 지난 5일과 11일 동해상으로 극초음속 추정 미사일을 쏘아 올렸다. 14일에는 단거리 탄도미사일, 17일에 또 미상의 미사일을 쏴댔다. 정부는 강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지만 언제나처럼 그식이 그식이다. 유엔안보리도 심상찮게 움직이고 있는 것 같아 지켜볼 일이다.
아이러니한 것은 11일, 대통령이 동해 남북행사 방문 날에 맞추어 북한이 쏴댄 미사일이다. 얼마나 우리 정부를 우습게 봤을까? 북한은 앞으로도 계속 미사일을 쏴댈 것이다. 언제까지나 우려와 유감으로 바라만 볼 것인지 답답하다. 정부의 북한을 향한 서릿발 같은 경고가 보고 싶지만, 신기루에 불과할 것이다.
청주간첩단 사건만 해도 그렇다. 아직도 판결이 어영부영 나오지 않고 있다. 정권이 바뀌어야 속 시원한 판결이 나올 것인가? 통일부에서는 희한한 달력을 만들어 국민으로부터 빈축을 샀다. 김일성·김정일의 생일, 북한 정권 수립일, 인민군 창건일 등을 빨간색으로 표기해서 만들었다는 달력이다. 참으로 불가사의한 통일부이다.
대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이럴 때일수록 정부는 국민의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주어야 한다.
유년 시절 본 울타리는 두려움의 상징이었다. 경제성장과 산업화의 빠른 진행으로 도시로 많은 인구가 유입되었다. 그에 따라 도둑도 많아졌다. 낮은 울타리 대신 시멘트 담장이 높게 들어섰다. 담장 위로는 날카로운 유리 조각과 철망까지 덧씌우기까지 했다. 바라만 봐도 두려웠다. 적으로부터 두려움을 느끼게 하는 나라의 울타리는 언제쯤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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