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경<경영학박사>

 공사(公私)는 서로 대립되는 개념으로 균형을 이루기가 쉽지 않다. 지나친 공공성은 기본권인 사적권리를 제한하기 때문에 저항을 유발하고, 과도한 사적이익을 용인하면 사회적 불평등과 갈등을 낳게 된다.

독일의 도덕철학자 임마누엘 칸트(Kant)는 공공성(Offentlichkeit)은 이성을 기반으로 한다고 강조하면서, 국가나 군주의 통치와 입법행위가 공공의 의지(Offentlichkeit Willen)를 지향할 때 국가의 공공적 의미는 보편적인 이성과 조화될 수 있다고 했다. 근대철학의 아버지라고 일컬어지는 프랑스의 데카르트(Rene Descartes)는 모든 인간이 태어날 때부터 평등하게 갖고 있는 능력을 이성능력이라고 하면서 이를 양식 또는 자연의 빛으로 표현했다.

칸트는 본능이나 감성적 욕망에 기초한 행동에 반해서 의무에 의해 결정되는 행위는 이성적이라고 했다. 곧 사람에게는 자율적으로 자기의 의지를 결정하는 이상적인 능력이 있어 그것에 의해 도덕적 행위가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이성이란 사전적 의미로 “개념적으로 사유하는 능력을 감각적 능력에 상대하여 이르는 말, 진실과 거짓, 선악을 구별하여 바르게 판단하는 능력, 절대자를 직관적으로 인식하는 능력”이라고 했다. 인간은 이성과 양심을 갖고 있다.

19세기 문예정신을 대표하는 독일의 작가인 하인리히 하이네(Heinrich Heine,1797~1856)는 “인간을 비추는 유일한 등불은 이성이며 삶의 어두운 길을 인도하는 유일한 지팡이는 양심”이라고 했다. 우리나라 헌번재판소는“양심은 어떠한 일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데 있어 그렇게 행동하지 아니하고서는 자신의 인격적 존재가치가 허물어지고 말것이라는 강력하고 진지한 마음의 소리”라고 정의하기도 했다. 양심의 자유는 종교개혁에서 주창한 종교의 자유에 기인한다. 이렇게 인간은 이성과 양심을 가진 존재이다.
  인간은 사회적 존재로서 삶의 영역이 공과 사로 나뉘어진 것 같지만 공간적으로 떼어 놓을 수 없다. 누구나 삶의 공공성을 지니고 있다. 개인은 물론 개인이 속한 조직 즉 가정, 학교, 기업, 교회,정부 등 모든 조직 역시 공공성과 개별성을 갖고 있다.

공공성은 책임과 역할에서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개신교의 최대 교단인 예장통합 총회에서는 2022년도를 “복음으로 교회를 새롭게, 세상을 이롭게”라는 교회의 방향을 제시했다. 교회가 사사화(Privatzation)되면서 사회적 공공성을 잃어가고 있는 것에 대한 회복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사실 하나님의 나라는 복음이 사회적 이성과 양심으로 작용하는 곳이다. 교회가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된다는 의미가 바로 여기에 있다. 정부 역시 마찬가지이다. 실제로 정부는 공공성의 상징이다.

정권의 권력이 사유화되어 공공성의 기능이 약화되거나 잃게 되어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없게 된다. 기업 역시 공공성을 갖고 있다. 중세시대에는 주요 도로변의 여인숙은 손님을 거부할 수 없었다. 사적 소유물이지만 손님을 거부하는 경우 그들의 안전이 보장되지 않으므로 여인숙도 공공성을 가진다는 사회적 합의가 있었던 것이다. 결국 사적인 것과 대립되는 공공성이 구체적으로 어떤 가치를 우선할 것인가는 시대와 사회를 살아가는 구성원들의 합의에 의해 구성된다.

기업은 영리를 목적으로 이익을 창출하는 것이 본질이었지만 최근에 기업은 공공성을 우선으로 하는 ESG(Environmental, Social. Governance)의 가치 실현을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바뀌었다. 기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친환경과 기업활동이 사회적 책임을 위한 사회공헌, 윤리경영을 위해 경영지배구조의 개선과 투명성이 요구되고 있다. 한편, 우리 사회에서 정부의 공공성과 국민의 권리사이에 견제와 균형을 위해 기능하는 NGO 단체들도 공공성의 본질을 벗어나 권력화 되고 있다.

미디어매체의 사회적 영향이 보다 커지고 있지만 무차별적이고 비이성적인 횡포는 사라져야한다. 개인들도 마찬가지이다. 모든 사람은 공동체 안에 속한 개인이다. 공익을 위해 사익을 포기하라는 것이 아니다. 그렇지만 사익을 위해 공익을 훼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서로 상반되는 것 같지만 아니다. 권리는 사적영역이고 의무는 공적영역이다. 이를 지키면 된다. 개인은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으면 된다는 소극적인 공적 행위에서 적극적으로 사회적 합의에 충실해야 한다. 사적권리에 대해서도 제한하거나 축소하지 않아야 한다. 공과사가 조화를 이루고  균형을 가지려면 정부, 기업, 교회, 학교, 기관의 모든 구성원이 이성과 양심의 소리에 순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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