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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종길의 책 수집기<30>산호초를 공부하며 해양환경보전을 깨달았다.
  • 안산신문
  • 승인 2022.01.26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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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사무실에 있는 무척추동물 책장의 한 칸을 차지하고 있는 산호와 산호초에 관한 서적들이다. 이보다는 자료와 책들이 훨씬 많으나 집 책장과 창고로 흩어져 보관되고 있다.

   『이 세상에는 ‘황홀’이라는 단어를 충족할 만한 몇 곳이 있다. 그곳은 감정적인 희열을 안겨줄 뿐 아니라 심지어 사람들의 태도에도 영향을 미치는 마력을 가졌다. 우리 대부분은 삶의 목표인 것처럼 사리사욕에 얽매여 살아가는 인생들이다. 상상이 안 될 정도로 정교하게 짜인 체계의 유일무이한 아름다움과 역동성은 우리의 소소한 이해관계를 망각하도록 우리를 사로잡는다. 대보초는 그런 힘을 가진 곳이다.』 - 리더스 다이제스트(Reader’s Digest)가 만든 책 ‘대보초(Great Barrier Reef)’에서 인용 -

   산호초를 공부하며 해양환경보전을 깨달았다.

   호주로 가면서 드디어 산호초를 자주 보게 되겠구나 하는 꿈에 부풀었다. 해양학을 공부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산호초를 방문하여 화려한 세계를 체험하고 싶어 한다. 어떤 해양생물학 교과서라도 산호초는 중요 주제로 다루어진다. 해당 장에서는 언제나 호주의 대보초가 언급되고 설명 비중도 상당하다. 대보초는 지구상에서 가장 큰 산호초다. 그래서 바다에 무지한 사람처럼 호주는 열대지방이니 산호초는 어느 바다에서나 쉽게 만나리라는 생각이 머리를 꽉 채워져 있었다. 바닷가에서 살면서 시간이 날 때마다 가야겠다는 야무진 계획을 남몰래 세우고 즐거워했다. 6살 아들은 호주 시드니 공항에 내리지 말자 “아빠 캥거루가 어디 있어?” 하였다. 이 말에 필자는 웃고 말았지만 결국 자신도 어린 아들과 다르지 않은 해양학자라는 것을 며칠 지나지 않아 인정하게 되었다. 우리 가족이 일 년간 살게 될 토케이가 있는 해안은 호주 대륙에서 전형적인 온대해역의 특성을 잘 나타내고 있는 곳이었으며 수온도 우리나라의 동해안보다 낮았다. 남극에서 북상한 해류의 영향을 받아서다.
   빅토리아 주에서 대보초가 펼쳐져 있는 퀸즐랜드(Queensland) 주까지 가려면 적어도 2,000km 이상은 가야 했다. 비행기로도 세 시간 이상의 거리였다. 그러다 보니 아쉬움을 책방에서 대보초에 관한 책을 찾았고, 그곳의 유명 다이빙 지역의 정보도 모아 이름을 외울 정도가 되었다. 어떻게 하면 그곳에 갈까 하는 궁리로 많은 시간을 보냈다. 그러니까 산호촐ㄹ 그리워했다. 시간만 나면 다큐멘터리 화면으로라도 보려고 했다. 또한 호주의 유명 자연잡지인 ‘오스트레일리안 지오그래픽(Australian Geographic)’과 다이빙 잡지인 ‘스쿠버 다이버(Scuba Diver)’도 구독하였었다. 그러다가 우연히 인터넷에서 찾은 산호 관련 뉴스에서 미국 국무부가 추진하려는 산호초 보전 프로젝트를 보았다. 1994년에 출범하는 사업인데 자금은 미국에서 지원하고 동남아시아 해역의 산호초 보전을 위한 국제 모임의 출범을 알리면서 참여국이나 참여 전문가를 모집하고 있었다. 동남아시아, 특히 인도네시아 동쪽해역은 전 세계에서 가장 해양 생물다양성이 높은 곳으로 세계 최고의 핵심지역이다. 물론 산호초도 가장 번성하고 다양한 곳도 이곳 해역이다. 아마 이들 지역에서 지속 가능하지 않은 일들이 많이 벌어지고 있어서 국제적인 보호 노력이 시급히 필요했던 것이었다. 이에 미국이 나서 보전 활동의 시동을 건 것으로 보았다.
   모임은 이름은 ‘국제 산호초 이니셔티브(International Coral Reef Initiative)’인데 통상 ‘이크리(ICRI)’라고 불렀다. 이 ‘이크리’에 관한 홍보자료를 보자마자 국무부로 편지를 보냈다. 한국에는 산호초가 없으나 동남아시아에서 발원하는 북상하는 해류인 구로시오가 한국의 제주도를 거쳐 지나가는데 이때 해류에 실려 온 많은 요소들 가운데 산호초생태계를 구성하는 생물들이 있다고 설명하고 한국의 참여 당위성을 기술하였다. 그리고 이들 생물들이 이동하여 정착하고 있는 한국의 제주도 연안도 열대 산호초 영향권이라는 점도 지적하였다. 최종적으로 국제 산호초 보전 노력에 동참하고 싶다고 하였다. 미국에서 경비를 부담하는 조건의 초청장이 왔으나 호주에서 체류 일정을 변경하기 어려워 안타깝게도 창립 모임에는 갈 수가 없었다. 다음 해 귀국한 후 1996년 두 번째 모임에는 참여하였으나, 설립 국가에는 들어가지 못했다. 하지만 필자의 참여로 회원국이 될 수 있었다. 이를 계기로 한국이 국제 산호초 보전 노력에 동참할 수 있었다. 현재에는 44개국이 참여하고 있고 ‘이크리’는 전 세계 산호초의 74%에 관리를 하고 있다.
   이렇게 호주에 있는 동안 산호초(coral reef)를 보전하기 위한 노력을 보게 되었고, 이곳저곳에서 구한 여러 자료를 통해 보호지역과 보전(conservation) 개념 그리고 산호초 생성과정과 그 이름의 의미에 대해서도 완전히 이해하게 되었다. 산호초의 종류도 보초, 거초, 환초로 나뉘는데 호주의 대보초란 거대한 보초라는 의미이다. 지구상에서 생물들이 만든 가장 큰 산호초로 알려져 있으며, 우주에서도 보이는 생물이 만든 구조라고도 한다. 산호초의 ‘초(reef)’는 암초 ‘초(礁)’다. 산호는 살아있는 생물인데 석회질 골격을 가지고 있어 산호들이 엉겨 거대한 암초를 이루는 것을 산호초라고 한다. 수많은 ‘굴’이 큰 덩어리로 엉겨있는 경우도 ‘굴초’라고도 한다. 산호들의 골격이 쌓여 섬을 형성하기도 하고 긴 장벽이 되기도 한다. 물론 산호초를 조성하는 산호는 열대해역에 서식하는데 이 초에는 온갖 생물들의 서식지나 적으로부터 피난하는 곳이 되기도 한다. 해양생태계에서 가장 아름다우면서 생물들이 다양하게 살아가는 곳이라 모든 교과서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것이다. 제주도의 산호는 대개 온대해역 산호로 골격이 없는 연성 산호들이다.

호주 대보초를 소개한 책으로 1992년에 초판이 나오고 이후 여러 번의 개정 출판될 정도로 인기가 있다. 대보초에 관해 잘 정리되어 있고 글의 수준도 상당히 높다.

  산호초 지역이 필자가 살던 곳과 너무 멀리 떨어져 있었으나 자료들의 끊임없이 구하고 정보를 탐색해 나갔다. 특히 산호초에서 생태계를 보전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방식과 수중에서 연구와 조사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정보를 수집했다. 디킨대학교 인근에 있는 빅토리아주 해양연구소에서 전복 조사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참여를 희망하였더니 과학 다이빙 라이선스가 있어야 한다고 해서 마침 가지고 있던 ‘세계수중연맹(World Underwater Federation. CMAS라고도 함)’ 라이선스를 보여 주었으나 호주 라이선스가 필요하다고 했다. 필자의 다이빙 경력과 해양생물 연구경력을 이야기하였으나 그래도 실력을 확인하겠다고 하여 연구소의 전문 다이버들의 주관한 현장시험을 거쳤다. 시험을 무사히 통과하여 연구소 다이빙팀들과 해양조사를 하였고, 그러면서도 늘 산호초 지역의 탐사를 꿈꾸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한국 다이버들이 케언스(Cairns)에 온다는 소식을 접하고는 뒤돌아보지도 않고 날아갔다. 퀸즐랜드 주 북부에 있는 이 도시는 대보초를 제대로 보려면 반드시 방문해야 하는 곳으로 수중 관광과 열대우림 관광으로 특화되어 있다. 가족과 함께 여행할 수도 있었으나 경비가 많이 들어 혼자 갈 수밖에 없었다. 겨우 이틀 다이빙하고 돌아와야 하는 아쉬움이 있었으나 대학에서 해양생물학을 강의할 때는 그때의 방문 경험이 너무나 큰 도움이 되었다. 비록 산호를 전공한 것은 아니나 호주에서 지구의 해양생태계에서 산호의 중요성을 깨닫고 자연 보전의 소중함을 이해할 수 있었다. 이때 경험과 공부가 박사후과정 이후의 해양생태학 연구에 있어서 새로운 전환점이 되었다. 그 시절 여러 현지 연구소와 교육센터 그리고 지롱 지역의 헌책방에서 구한 책들이 아직도 필자의 저술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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