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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남은 자가 승리자
  • 안산신문
  • 승인 2022.03.18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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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희<소설가>

 벌써 3년에 접어들었다. 어떤 재미난 이야기도 3년이면 질리는데, 3년째 질리지 않고 끈질기게 베스트셀러에 올라 있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트로트 가수 임영웅 이야기이고, 다른 하나는 코비드 19 소식이다. 극과 극이다.
 많은 사람이 노래를 들으며 힐링하고 마음의 평화를 얻는다. 좋아하는 장르나 가수에 열광하고 그 사람의 노래를 집중적으로 듣기도 한다. 임영웅이라는 트로트 가수는 모든 음원을 석권하고 최정상의 자리에 3년째 있다. 그를 좋아하는 아줌마부대가 지치지도 않고 환호하고 있다.
 내 친구도 3년째 갈수록 더 팬심이 두터워지고 있다. 임영웅에게 친구를 빼앗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작년에는 콘서트장 앞에서 팬들끼리 같은 옷을 입고 가발을 쓰고 방송국 인터뷰를 해서 TV를 통해 그녀를 만나기도 했다. 인터넷 카페를 통해 우리가 사는 안산의 모임도 활발하게 하여 어느 날은 길을 가다가 앞에선 버스의 광고판에서 임영웅을 응원하는 대형사진을 보고 기가 막혔다.
 또 그가 후원하는 단체에 임영웅의 이름으로 후원도 하고 그가 광고하는 제품을 사서 광고효과의 극대화를 누릴 수 있게 해준다. 그가 광고하는 수십 개의 물품을 사는가 하면 팬이란 그저 그 사람의 노래만 좋아하고 CD만 팔아주던 시대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함께 하는 것이다. 우리는 적당히 좋아하다가 한풀 꺾이길 바라지만 갈수록 더 심해진다. 우리가 하도 구박하니까 이젠 우리를 피하는 느낌이다. 그 광풍이 3년이 지나도 식지 않고 더 불타오르니 그녀의 지치지 않는 열정이 부러울 뿐이다.
 TV에서도 펜들의 열광에 대해 방영되었다고 한다. 내 지인 중에는 임영웅뿐만 아니라 영탁이나 김호중 펜들도 많다. 시간이 지나면 열기는 조금씩 식어가고 있는데 나의 친구는 여전하다.
 2020년 초에 시작한 코로나19는 정말이지 한 서너 달이 지나면 끝날 줄 알았고 또 그러기를 기원했다. 그러나 가면 갈수록 나아지기는커녕 더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 말로만 듣던 확진자가 아무리 조심해도 우리 집에도 생겼다. 하루 30만 명이라는 숫자가 남의 일이 아니었다. 이젠 확진자를 가정에서 격리하다 보니 나는 확진자 두 명을 간호하며, 감염되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했다. 주변에 지인도 친구의 딸도 확진자라고 한다.
 1주일 격리기간 동안 남편과 아들의 방에 삼시 세끼 밥을 문 앞에 놓아두고, 병원에 대신 가서 약 처방을 받아 갖다 주고 하느라 나는 잠시도 쉴 틈이 없었다. 또 나도 감염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날마다 진단키트로 검사를 했다. 지인은 “격리하지 말고 너도 같이 걸려 버려”라고 했다. 그게 맞는 말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무사히 넘어갔다. 그러나 어디서 언제 걸릴지 모른다는 불안감은 떨쳐 버릴 수가 없다.
 3년 전부터 코로나 일기를 써오고 있지만, 이 일기는 언제 끝날지 모르겠다. 남편과 아들도 감기처럼 약하게 지나갔다. 이제 코로나19는 우리와 함께 가는 것이라 여겨진다. 호들갑 떨 것도 없이 감기처럼 약을 먹거나 며칠 격리만으로 끝날 일이었으면 좋겠다.
 알베르 카뮈의 소설 『페스트』 재앙 중에 배운 것이 참 많이 나온다. 그중에 “인간에게는 경멸해야 할 것보다 찬양해야 할 것이 더 많다”라고 한다.
 “내가 확실하게 알고 있는 것은 사람은 저마다 자신 속에 페스트를 지니고 있다는 거예요. 왜냐하면 이 세상 그 누구도 페스트 앞에서 무사하지 않으니까요.”- 『페스트』 본문 중에서-
 스타를 향한 팬심이나 코로나라는 악질적인 역병에도 끝까지 살아남은 자가 승리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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