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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들
  • 안산신문
  • 승인 2022.03.18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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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 《관리자들》은 국도 옆 콘크리트 하수관을 놓는 공사현장에서 공사장 인부들과 그들을 관리하는 관리자들 간의 이야기로, ‘죽은 선길의 건’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소설은 ‘현경’의 굴착기가 공사장 회식 현장을 향해 돌진하는 장면에서부터 시작한다. 죽은 선길의 건이 마무리된 것을 자축이라도 하듯이 떠들썩한 회식 현장이다. 현경은 왜 회식 현장으로 돌진한 것일까? 장면이 전환되고 현경은 ‘목 씨’에게 소장이 ‘선길’에게 멧돼지 보초를 서게 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과거 기업 회계로 20년간 일하다 아들의 뇌종양 수술비 때문에 공사현장까지 오게 된 선길은 일이 서툴고 몸을 사려 관리자들과 인부들에게 은근 왕따를 당했고, 소장 눈 밖에 났다. 소장은 식단이 부실하다고 항의를 받자 현장식당 여자와 함께 부식비를 빼돌린 게 들킬까 봐 핑곗거리를 찾다 멧돼지가 떠올랐다. 사실 멧돼지는 없었다. 
  선길은 한 달쯤 지나 아들 수술 때문에 휴가를 낸다. 사람들은 그가 돌아오지 않을 거라고 예상했지만, 선길은 멧돼지의 습격으로부터 비닐하우스를 지킬 개 두 마리를 데리고 돌아온다. 선길은 그 후로 관리자들의 필요에 의해 현장에 복귀한다. 관리자들은 반년이 넘게 밀린 공사 기간을 맞추기 위해 추운 겨울 야근과 특근을 시키며 안전도 무시하고 ‘날림 공사’를 한다. 소장이 자리를 비운 사이 인부들은 술을 마시며 놀고 있을 때, 가장 열심히 일하던 목 씨와 현경과 선길은 관을 묻고 마지막 작업을 하다, 선길이 미끄러진다. ‘그 멧돼지가 결국 내려온 셈이었다. 산이 아니라 소장의 머리에서 나온 그 횡액이 기어이 선길을 덮쳤다. (P107)’
  소설 《관리자들》로 오늘의 젊은 작가로 선정된 이혁진 작가는 몰락한 조선업을 배경으로 회사 조직의 병폐와 부조리를 다룬 《누운 배》 (2016)로 데뷔했다. 사실주의적 작품들로 호평받았다. 소설 《관리자들》은 관청, 기관과의 담합과 계급으로 얼룩진 공사현장에서 인간들 각자가 ‘상황’에 따라 어떤 선택을 하게 되는지 사실적으로 묘사한 작품이다.
  관리소장, 반장들과 인부들 간에 보이지 않는 계급을 묘사하고 있으며, 담합, 횡령과 아랫사람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행태와 하급 관리자들인 반장들을 돈으로 손쉽게 다루는 관리소장. 반장과 인부와의 관계. 생계와 직결되는 상황에서 사건의 공모자 또는 방관자가 된 자들의 보이지 않는 흑막. 공사현장에서 벌어지는 부조리한 상황에서 민낯을 드러내는 인간들의 도덕적 모순. ‘그렇게 자신들을 합리화했다. 결국 도덕적 우월감과 도덕적 무력감은 거울에 비치는 똑같은 허상이었다. (P124)’ 현실과 상황 논리 앞에서 어떤 선택을 하는지에 대해 사실적으로 묘사한다. 그러나 소설은 인간이 과연 ‘나약함과 욕망’만을 가졌는지도 되묻는다.
  소설의 배경과 같은 겨울, 2022년 1월 27일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약칭 :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었다. 만약 이 법이 적용된다면 ‘책임은 지는 게 아니라 지우는 거, 자기 책임이라는 걸 아예 안 만드는 거. (P46)’라고 자신하는 ‘관리소장’은 처벌 대상이 되었을까? 아니면 운 좋게 빠져나갔을까?
  그리고 여러분들이라면 소설 《관리자들》과 같은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했을까? 이 책을 읽고 직접 물음에 답해보길 바란다. 

이소영(혜윰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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