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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나 동물이나
  • 안산신문
  • 승인 2022.03.18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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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중<꿈의교회 담임목사>

  인간과 다른 동물의 다른 점이 무엇일까요? 그동안 우리는 크게 두 가지로 생각해왔습니다. 하나가 인간만이 이성을 갖고 있다, 그리고 인간만이 언어를 갖고 있다는 이 두 가지! 이 차이가 인류에게만 문명을 이루게 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그게 과연 맞을까요? 학자들은 우선 이성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연구하기 시작한 동물이 바로 돌고래입니다. 미국의 어떤 학자가 야생 돌고래에게 튼튼한 재질의 물통 하나를 주었습니다. 이 물통 안에는 먹이가 있는데, 문제는 물어서 부수기 어려운 재질로 되어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대신 그 물통을 열려면, 양쪽에 하나씩 줄을 잡아당겨서 열어야 했습니다. 그러니 돌고래에게 이성적인 지능이 없다면, 열려고 시도하다가 나중에는 신경질을 내는 모습이 나와야 맞는 것이지요.
  그런 물통을 야생 돌고래에게 주었는데, 어떻게 되었을까요? 놀라운 일이 일어납니다. 야생 돌고래가 처음에는 물통을 물어봅니다. 하지만 열리지 않자 잠시 이리저리 둘러보고 궁리하다가, 친구를 부르더니 양쪽에서 줄을 잡아당겨서 물통을 연 겁니다. 이들에게 이성이 있다고 확신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지능을 가지고 있는 것은 맞다고 인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사실 돌고래만 그런 게 아닙니다. 바다 생태계의 최상위 포식자인 범고래나 육지 생태계의 최강자인 코끼리도, 이성적인 지능을 갖고 있다는 것이 발견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언어에 대해서는 어떨까요? 다른 동물의 언어에 대해서도, 많은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습니다. 그중에서 최근에 덴마크 코펜하겐대학교의 한 연구진에서 흥미로운 연구를 학술지에 발표했습니다. 이 연구의 주제는 ‘돼지의 울음소리로 감정 상태를 알 수 있는가’였습니다. 이를 위해 연구팀은 먼저 돼지 411마리가 태어나서 도축될 때까지 다양한 상황에서 내는 소리를 무려 7천414건이나 녹음한 뒤에 이를 분석합니다. 그랬더니 새끼 돼지가 어미의 젖을 빨거나 가족과 한동안 떨어져 지내다 다시 만났을 때 등의 긍정적인 상황에서 내는 소리와 새끼 돼지끼리 서로 싸우거나 분리됐을 때 또는 거세하거나 도축될 때 등 부정적인 상황에서 내는 소리가 확연히 다른 것을 발견합니다.
  그 결과 긍정적 상황과 부정적 상황에서 내는 소리가 확연히 다르다는 점이 확인됩니다. 긍정적 상황에서는 울음소리가 훨씬 짧고 진폭도 큰 오르내림이 없으며, 특히 꿀꿀거리는 소리는 주파수가 높게 시작해 점차 낮아지는 것으로 나옵니다. 그 결과 연구팀은 돼지의 울음소리를 통해, 92%의 정확도로 돼지의 감정 상태를 파악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우리 인간처럼 다양한 표현을 쓰는 것은 아니어도, 돼지는 울음소리로 언어를 주고받은 셈이었던 것이죠. 돼지만 그런 게 아닙니다. 돌고래는 인간보다 더 복잡한 언어를 주고받는 것이 증명되었습니다.
  지금까지 본 것을 종합해볼 때, 인간만이 이성적인 생각을 하고, 언어를 쓸 수 있다는 생각은 어쩌면 편견일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그 편견의 이유는 그들의 문제가 아니라, 내가 알아듣지 못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저는 이게 인간과 동물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사람과 사람 간의 의사소통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서로 대화가 잘 안될 때, 대개 상대방을 탓하곤 합니다. 하지만 어쩌면 진짜 문제는 우리가 알아듣지 못한다는 것이 아닐까요? 이해할 수 없다고 불평하기 전에, 먼저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다가가는 것이 필요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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