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근원<동화작가>

지난해 12월 1일자 본지에 ‘가슴을 울리는 사진 한 장’이라는 제목으로 칼럼을 실었다. 내용은 백마고지 395고지에서 발견된 국군 전사자 유해 사진에 관한 이야기였다. 적군에게 총을 겨누고 있는 자세, 그대로 발굴된 전사자 유해에 관한 칼럼이었다. 온 국민의 가슴을 뭉클하게 만든 사진이었다. 전쟁의 아픔을 뼈저리게 느끼게 한 사진이었다. 칼럼 마지막 부분에 ‘국방부는 이거저거 따질 겨를 없이 유해를 빠른 기간 내에 가족 품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해야 한다. 그게 국방부가 국민에게 준 실망을 조금이라도 덜어낼 수 있는 기회이다’라고 썼다. 하늘이 움직였을까? 사진 속의 전사자 유해의 신원이 밝혀졌다. 고(故) 조응성 하사로 확인됐다. 유해 발굴 이틀 전에 채취한 딸 조씨의 유전자 시료 덕분이었다. 실로 70년 만의 가슴 아픈 만남, 지난 3월 17일의 일이었다.
전쟁의 사전적 의미는 국가와 국가 사이에 무력을 사용하여 싸우는 것을 말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유행 전염병의 창궐, 대기근, 자연재해 등의 재난이 인류를 끊임없이 괴롭혀 왔다. 그중에서 가장 인류를 괴롭히는 재난은 단연 전쟁이다. j.그라이트는 ‘전쟁은 모든 인류 죄악의 총합이자 인류 스스로 파멸의 길을 걷는 행위’라고 말했다. 한 글자도 틀리지 않는 말이다. 전쟁은 인류 죄악의 총합이다. 전쟁은 어떠한 이유를 막론하고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 그러나 전쟁 미치광이로 인해 전쟁은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지금까지의 인류 역사에서 가장 큰 인명과 재산 피해를 낳은 전쟁은 2차 세계대전이다. 반대로 한 명도 죽지 않은 전쟁도 있다. 이른바 335년 전쟁이다. 1651년 시작해서 1986년 끝난 역사상 가장 긴 전쟁이었지만, 총 한 발도 쏘지 않은 전쟁이다. 네덜란드와 실리 제도간의 전쟁이었다.
자고 일어나면 우크라이나 전쟁 소식이 속보로 날아들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동유럽에 위치한 나라로 국토 면적은 남한의 약 6배 정도 크다. 유럽 대륙에서는 러시아 다음으로 넓은 나라이며, 비옥한 흑토는 세계적인 곡창 지대로 유명하다. 러시아의 푸틴이 지난달 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벌써 한 달이 지나가고 있다. 그에 따라 사상자 수가 늘어가고 있다. 유엔은 25일 기준, 우크라이나의 민간인 사상자가 2,788명으로 늘어났다고 밝혔다.
날아드는 전쟁 소식에는 가슴을 도려내는 아픔과 애국심이란 것이 어떤 것인가를 절실하게 보여주고 있다. 아버지와 어린 딸이 러시아 군인들을 피해 국경선에 도착한다. 아빠가 딸의 손을 놓고 돌아선다. 전시 징집 대상인 아버지는 국경선을 넘을 수 없다. 울부짖는 딸을 뒤로 한 채, 전쟁터로 떠나는 아빠의 동영상이 가슴을 후벼판다. 또한, 중무장한 러시아 군인에게 우크라이나의 한 여성이 호통을 치는 사진도 가슴을 뭉클하게 적셔주고 있다. “당신들 주머니에 해바라기 씨앗을 넣어두라. 당신이 죽었을 때, 그 시신이 우크라이나 토양을 비옥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오랫동안 전쟁의 아픔을 되새겨줄 동영상이다.
전쟁을 억제하고 평화를 지켜주는 힘은 강한 국력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보면서 새삼 국력의 중요성을 느낀다. 북한은 계속 미사일을 쏘아대고 있다. 우리의 대통령을 ‘삶은 소대가리’라고 비하하며 조롱했던 북한이다. 대통령은 아직도 그런 무지막지한 북한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떠날 때까지 종전선언의 환상에서 헤어나지 못할 것 같다. 평화는 말로 지켜지는 것이 아니다. 전쟁 억제도 우리가 북한보다 힘의 우위에 섰을 때 가능하다. 그래야 대화를 통한 평화 체제도 구축되는 것이다. 힘이 없으면, 언제든지 침략당할 가능성이 도사리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먼 나라의 일이 아니다.
서울 도심 곳곳에서 러시아 규탄 및 전쟁 중단을 촉구하는 집회가 열리고 있다. 국내 체류 우크라이나인들은 물론 러시아인들도 동참하고 있다. 하루빨리 우크라이나에 따뜻한 봄이 오길 소망한다. 정치권이 환골탈태를 해야 한다. 그것도 석고대죄의 심정으로 해야 나라가 산다.
고대 그리스의 역사가인 헤로도토스의 말이다.
“평화로울 때는 자식이 부모를 땅에 묻는다. 그러나 전쟁이 일어나면 부모가 자식을 땅에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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