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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와 책
  • 안산신문
  • 승인 2022.04.06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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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희<소설가>

 일요일 오후 저녁 시간이 깊어지면 슬그머니 불안이 찾아온다. 휴일 동안 뭔가를 빠트린 기분에 불안하다. 분명히 휴일에도 쉬지 않고 부지런히 움직이었는데 왜 그럴까? 집안일을 미룬 경우도 있고 월요일 원고 마감인 글쓰기를 안 했거나 책을 하나도 안 읽었을 경우가 그렇다. 또 운동을 안 하고 먹기만 열심히 했을 때도 불안감이 엄습한다. 그런 밤이면 나는 혼자서 천천히 커피를 마신다. 
 우리 나이의 친구들은 커피를 마시면 잠을 못 잔다는 친구가 많다. 오전 중에만 마시는 사람, 아예 못 마시는 사람이 많지만 나는 밤에 커피를 마셔도 잠을 자는 데는 문제가 없다. 나의 예민한 위장과 대장은 다른 음식에는 과민한 반응을 일으키는데, 커피만 무관한 내 몸의 무딤에 고마울 따름이다. 
 시외를 다니다 보면 한적한 곳에 크고 멋진 카페나 커피전문점을 많이 볼 수 있다. 사람들은 분위기 좋은 카페를 찾아다닌다. 또 회사가 밀집한 건물의 점심시간에 커피를 손에 들고 사무실로 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이제 커피는 우리의 일상이다.
 십여 년 전 창업 교육을 들을 때 강사는 앞으로 사양산업 중에 커피전문점과 출판사 등을 들었다. 책을 안 읽는 것을 알기에 출판이 어려울 것임을 알고 있었다. 그래도 결국 출판사를 차려서 고전을 면치 못하긴 하지만, 커피숍은 이미 충분히 포화 상태라서 안 된다고 했다. 그러나 외양으로는 커피숍이 대형화되거나 더 우후죽순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사양산업이라고 점쳤던 커피는 더 흥하고 출판은 쇠퇴하고 있다.
 나도 앞을 내다볼 수 없었지만, 그 강사도 앞을 제대로 볼 수 없었나 보다. 커피숍에서 혼자 책을 읽는 사람보다는 공부하거나 휴대전화기를 보는 사람이 더 많다. 소설을 쓰는 유명한 선생님은 원고 마감이 급박하면 아침 일찍 커피숍에 가서 커피 석 잔을 시켜 놓고 글을 쓴다고 하셨다. 그 석 잔을 마시는 동안 글을 못 쓰면 다시 석 잔, 다른 음식을 먹지 않고 커피만 마시면서 원고 마감을 하신다고 했다. 때로는 커피로 식사를 대신한다고 했다. 주변에 커피 애호가는 많다. 나도 좀 많이 마시는 편에 속한다. 커피점이 늘어나는 것처럼 책을 읽는 사람도 늘어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살다 보면 생각만 해서는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이 많다. 나는 커피를 마시며 옛사람들이 쓴 책을 읽으면서 마음의 안정을 찾고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때가 많다. 선인들이 문제에 직면했을 때 답을 찾은 내용을 기술한 것이다. 그분들의 답을 가져와 사용하면 된다. 사소한 일로 마음이 번잡할 때는 공자의 말씀을 기록한 『논어』를 읽으면 위로와 깨달음을 얻게 된다.
“어짊을 어질게 하되 외면에 관한 관심과 바꾸고, 부모에게 효도하는 데 힘을 다하며, 군주를 섬김에 있어 몸을 바치고, 친구를 사귐에 있어 말에 신뢰가 있다면, 비록 배우지 않았더라도 나는 그를 배운 사람이라 말하겠다!” 『논어』 중에서
 얼마 전 당신의 시집이 몇 만 부 팔린 유명인을 만났다. 자부심이 넘쳤다. 겉으로는 대단하다고 입에 발린 말을 했다. 솔직히 부럽기도 했지만, 그 작가를 마음으로 무시하고 경시했다. 논어를 읽으면서 나는 아직 책을 제대로 읽는 사람이 아니란 걸 깨달았다. 그 사람에 대한 나의 자격지심임을 알았다. 사람을 만남에 있어 말에 신뢰가 없으면 만나지 말아야 한다. 깨달음은 항상 뒤에 오고 나는 뒤늦게 후회를 한다. 커피를 마시는 것처럼 책을 손에서 놓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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