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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자르기
  • 안산신문
  • 승인 2022.04.27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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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희<소설가>

나이가 들수록 해보지 않았던 것에 대해서만 후회한다는 것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재커리 스코트
 2월 하순 수원 광교에 있는 연화장은 을씨년스러웠다. 그녀는 화장을 하는 승화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평일이고 오후인데도 아직 거의 모든 화장로에 불이 켜져 있고 로비에는 사람들이 화장이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마침 일을 맡긴 장례업체에서 전화가 왔다. 광교 IC를 지나고 10분 이내로 도착한다고 했다. 그녀는 주차장으로 나왔다. 아직 2월이지만 바람은 부드럽고 따스했다. 오늘이 길일은 맞는가 보다. 스님은 날짜만 정해 주고 참석하지는 않았다. 
 “아무도 모르게 하는 일이라면 나도 몰라야 하지 않겠니?”
 그녀는 시골 선산에 있는 남편의 묘를 마음대로 파묘하는 일을 하는 것이었다. 굴착기가 올라가고 인부들이 몇 명이나 가서 하는 일이다. 상담한 장례업체는 문제없이 하겠다고 했다.  그녀가 아침에 청심환을 먹고 시작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떨리는 것을 막을 수없었다.
“내가 뭐 도둑질을 하는 것도 아니고, 죽은지 20년이나 지난 내 남편의 유해를 내 마음대로 하겠다는데”
  진천 선산에 있는 남편의 묘와 가까이 있는 시부모님 묘는 아들도 없고, 하나밖에 없는 딸이 수녀로 갔으니 산소 관리할 사람이 없다는 이유로  시댁 큰아버님은 걸핏하면 전화해서 타박하셨다. 
선산 아랫마을에 사시는 큰아버지가  양자를 들여서 집안의 대를 이어야 한다고 하셨다. 양자가 될 사람은 큰아버님의 둘째아들이 그녀의  시동생이 되어 재산을 관리한다고 하였다.
 그녀는 화장한 남편의 유골에 찰밥을 비벼 다시 그것을 들고 어두워지는 시댁선산에 가서 뿌렸다. 시댁과의 인연을 완전히 끊고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그녀의  앞길에 축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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