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칼럼/열린글밭 기고
[상담에세이]어른이 하는 일
  • 안산신문
  • 승인 2022.04.27 09:40
  • 댓글 0
사려니<부부상담사>

우리 아이는 상하이에 있는 푸단 대학교에 다닌다. 아이는 올해 졸업반으로 한 과목을 수강하면서 졸업 논문을 준비 중이었다. 3월 말 상하이를 두 구역으로 나눠 봉쇄를 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아이는 이미 봉쇄 중이었다. 아이가 살던 아파트에 확진자가 나와서 아파트를 통째로 가두었던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아이는 태평하였다. 상하이 당국이 5일 후에 봉쇄를 푼다는 약속을 하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나는 안절부절못하였다. 처음 코로나가 퍼졌던 우한시를 떠올렸기 때문이다. 일어날 수 있는 일 가운데 최악의 상황도 대비해야 했다. 아이는 내켜 하지 않으면서도 엄마의 걱정을 덜기 위해 움직였다. 라면과 식수, 고기, 쌀 등을 온라인으로 주문, 배송받은 후 인증샷을 찍어 가족톡방에 올렸다. 아이의 친구들은 아이의 방어적 행동을 비웃었다. 봉쇄는 무기한 이어졌다. 아이는 학교에서 조금 떨어진 아파트에 살고 있었는데 조리 시설도 갖춰져 있는 곳이라 다른 아이들 보다 사정이 나았다. 그러나 아이는 아침마다 2700만 상하이 시민들과 클릭 전쟁을 벌어야 했다. 먹을 것을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클릭은 두 번 성공하였고 다행히 귀국할 때까지 굶지는 않았다. 만약을 대비하여 끼니를 아껴 먹기는 하였다.
다행스럽게도 아파트 당국에서는 아이의 통행 허가증을 내주었다. 아이가 지금 한국에 들어가면 다시 오지 않을 거라고 통사정을 한 끝이었다. 이튿날 아이는 수소문 끝에 평소의 6배 가격을 부르는 택시를 불러 공항으로 이동, 모든 점포가 철시한 공항에서 하루 노숙하였다. 공항이 아닌 곳에서 일박이라도 했다가 그곳에 갇혀 버릴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어느 때보다 꾀죄죄한 모습으로 나타난 아들의 얼굴을 보니 나는 비로소 웃음이 나왔다. 집으로 오는 차 안에서 아들은 지금 ‘어른’들이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하였다. 아파트를 나오는 날 자기 집으로도 먹을 것이 도착했다고 한다. 어묵과 고추장이 들어있는 떡볶이 세트와 김, 쌀 등이 들어 있었다고 하였다. 그 ‘어른’들은 포동 한인 성당 사람들이었다. 유학생들을 위챗방에 초대해 주소를 확보한 다음 도움의 손길을 보낸 것이다. 그들을 시작으로 하여 상하이 주재 기업인, 자영업자, 교민들이 모인 상해 한국 상회도 도움을 주기 시작했다. 지금은 버스를 마련해 특정 장소로 모이게 한 다음 공항으로 데려다주는 서비스도 해준다고 한다. 아들이 한국으로 올 때보다 지금 ‘어른’들은 더 많이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이야기를 듣고 나는 이름도 알 수 없는 그 ‘어른’들이 무척 고마웠다. 낯선 타국, 그것도 엄격한 통제 국가인 곳에서 아이들은 얼마나 무서웠을까, 더구나 중국 은행을 이용하는 유학생들은 훨씬 어려운 상황이었다. 한국 소재 중국 은행에 부모님이 돈을 넣으면 그곳 현금 인출기에서 돈을 뽑아 카드에 넣어 사용하는 복잡한 송금 절차 때문이었다. 외출이 금지된 상태에서 아이들은 돈을 이용할 수 없었다. 이런 상태에서 배달된 식품 꾸러미는 단순한 먹거리가 아니었다. 너는 혼자가 아니다. 네 곁에 기꺼이 도움을 주고 싶은 ‘어른’들이 있다는 생명에의 연대, 그 징표였다. 아이들은 그 ‘어른’들의 손길에서 따스한 부모님의 온기를 느꼈을 것이다. 낯선 나라에서 곤경에 처했을 때 국가가 얼마나 도움을 줄 수 있는지는 국가의 수준이 결정한다. 국력의 문제다. 이번 상하이 유학생 돕기처럼 민간이 먼저 움직일 때 영사관 차원에서는 어떤 도움을 주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아이들은 영사관이 움직이지 않을 때 이 ‘어른’ 들이 먼저 움직였음을 느꼈다고 한다. 이번 상해 한국 상회 ‘어른’들의 원조는 ‘국격’이 아닌 ‘대한민국 국민의 품격’을 넘치도록 느끼게 해주었다.
“너도 그런 어른이 되어야 해” 내가 이렇게 말했을 때 아들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안산신문  ansansm.co.kr

<저작권자 © 안산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안산신문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