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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가치를 만든다
  • 안산신문
  • 승인 2022.04.27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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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중<꿈의교회 담임목사>

  골목길 같은 곳을 걸어가시다 보면 벽 같은 곳에 낙서처럼 그려진 그림을 보신 적이 있으시죠? 이것을 그래피티라고 합니다. 이것이 현대예술로 인정받기 시작한 뒤엔 유명한 화가도 등장하죠. 현재 이 예술로 유명해진 사람 중 한 명이 바로 뱅크시입니다. 특이한 것은 이 사람이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베일에 싸여 있다는 것이지요. 그는 항상 얼굴을 드러내지 않습니다. 그는 작품을 남들이 보지 않을 때 만들고 사라집니다. 자신의 웹사이트를 통해서만 자기 예술작품을 인증하며 공개할 뿐입니다.
  2013년에는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뱅크시는 뉴욕 센트럴파크 주변 길거리에서 한 노인을 고용하여 그림을 판매한 적이 있습니다. 판매가격은 단 60달러, 원화로 7-8만원 정도입니다. 가판대에서 꾸벅꾸벅 졸면서 그림을 판매하는 할아버지에게 관심을 가지는 사람은 별로 없었죠. 6시간 넘게 팔아도 구매자는 6~7명에 불과했습니다. 그나마 작품 두 개는 50% 할인되어 판매되었습니다. 그런데 그림을 판매한 그 날 바로 뱅크시는 SNS에 그것이 본인의 작품이었음을 인증합니다. 그러자 작품의 가격이 순식간에 10~20억으로 뛰었죠.
  2018년 10월에는 또 다른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발생합니다. 런던 소더비의 현대미술 경매에서 뱅크시의 작품이 등장했습니다. 작품의 제목은 ‘풍선과 소녀’. 뱅크시의 가장 유명한 작품 중 하나였죠. 이 작품은 이날 약 15억에 낙찰되었습니다. 그런데 경매사가 낙찰을 선언하자마자, 액자 안에 있던 캔버스가 밑으로 내려가면서 절반이 잘게 잘립니다. 소더비 운영진과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충격을 받았죠. 전혀 계획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주최 측은 범인 색출에 나섰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 일은 뱅크시 본인이 직접 계획한 것이었죠. 본인이 액자 내부에 파쇄기를 설치하고, 그림이 낙찰되자 기계를 작동시켰던 것입니다. 파쇄기 설치부터 그림이 경매장에서 파괴되는 과정까지 모든 과정을 본인의 인스타그램에 공개한 것입니다. 경매에서 작품을 낙찰받은 고객은 과연 어떻게 하기로 했을까요? 작품이 파괴되었으니 낙찰을 포기하였을까요? 놀랍게도 그냥 낙찰가격 그대로 인수합니다. 더 재미있는 것은 이 사건 이후로 그림의 가치가 몇 배나 더 올랐다는 사실입니다.
  이런 일들은 현대미술계에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미술작품 자체의 요소보다 그 외적인 요소들이 가치를 좌우한다는 말도 나왔습니다. 여러 가지 영역에서 논란이 있었지만, 이런 일련의 논란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가 있습니다. 바로 ‘작가가 누구이냐?’라는 것이죠. 작품 자체의 가치도 중요하지만, 결국 작품의 가치를 결정하는 것은 그것을 만든 작가에 달려있습니다. 일반 작품만 그런 것이 아닙니다. 그냥 볼 때는 평범한 낙서처럼 보이는 악보나 원고, 메모도 그것이 유명한 작가의 것으로 판명되는 순간, 문화재가 되고 귀한 보물이 됩니다.
  모든 가치는 사람에게 달려있습니다. 그것이 무엇이든 그것의 귀중한 정도를 결정하는 것은 바로 사람입니다. 그런 점에서 중요한 것은 내가 인정받을 만한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그럴만한 사람이 되도록 살아가고 있는지요? 코로나 시국도 사실상 끝나갑니다. 잠시 멈추었던 우리의 삶을 다시 일으켜서, 이 땅에 아름다운 발자국을 하나하나 찍어가는 우리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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