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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잔동 일기
  • 안산신문
  • 승인 2022.05.04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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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정, 김익환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어느새 8년이 지났다. 안산시는 ‘안산시 4.16정신을 계승한 도시 비전 수립 및 실천에 관한 기본조례’를 시행하며 매년 4월 16일을 세월호 참사 추모일로 애도해 왔다. 지난 4월 15일은 문화광장에서 ‘세월호 참사 8주기 전야제(추모문화제)’가, 4월 16일은 화랑유원지 제3주차장에서 ‘세월호 참사 8주기 추념식(기억식)’이 있었다.
이 책≪고잔동 일기≫는 4.16기억저장소를 설립한 기록학자 김익한과, 세월호 참사 이후 안산에 머무르면서 피해자의 삶과 마음을 채록해 온 인류학자 이현정이, 2014년 4월 24일부터,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탄핵 인용 선고를 한 2017년 3월 10일까지 쓴, 두 사람의 일기를 수록해 놓았다.
참사 이후 특별법을 만들기 위해 투쟁하고, 때로는 힘에 겨워 자살을 시도하기도 하며, 사람들의 끝없는 공격 속에서 단식도 불사하며, 오로지 진상규명을 위해 몸부림치는 모습을, 무엇보다도 그들과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함께 몸으로 겪으며 기록해 나간다. 
중간중간에 김선 작가가 그린 단원고등학교와 교실, 고잔동 마을의 전경, 팽목항, 그리고 ‘4월 15일에서 4월 18일까지 수학여행’이라고 명확하게 표시되어 있는 달력까지…. 정겹게 그려져 있는 그림을 감상하며 글을 읽어 나가다보면, 우리 사회가 지금까지 무엇을 추구해 왔는지 대한민국의 현주소를 선명하게 알 수 있다. 
어쩌면 학자인 그들이 할 수 있는 길은, 제대로 기록하는 게 전부일 수도 있겠다는 사명감으로, 정치적인 것도, 의료적인 것도, 모두 배제하고 오로지 유가족들의 곁에서 최대한 그들의 시선으로 써 내려간 기록들이라서 더욱더 애잔하다. 특히, 무엇을 하든지 그 중심에는 아이들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두 사람의 기록인 만큼, 많은 시간이 지났으나 이제라도 간접적으로나마 그들의 입장이 되어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세월호에 대한 책이나 영화는 무수히 많다. 그러나 이 책≪고잔동 일기≫처럼 오롯이 세월호 유가족들의 입장에 서서 일관되게 기록된 것은 많지 않다. 똑같은 일도 당장 겪었을 때와 하루가 지난 후, 또는 여러 날이 지난 후에 기록을 하면, 의도치 않게 많이 달라지리라 생각된다. 그래서 이 책이 더 소중하게 다가온다. 그 시점에서 생생하게 왜곡됨 없이 기록되었음을 가슴으로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은 세월호와 관련된 책은 혼자만 읽고, 다른 이들에게 권하지는 않았다. 각자의 생각이 다르므로, 서로를 존중하는 마음으로 대립하고 싶지 않았던 까닭이다. 그런데 이번에 마음을 달리하게 된 까닭은, 우리가 8년이 지나도록 진정한 슬픔과 아픔의 본질보다는, 정치적인 입장에서 서로 대립하지 않았나? 싶은 아쉬움 때문이다.
“돈이나 화려함이 아니라 서로를 사랑하면서 소박한 행복을 켜켜이 쌓아가는 것이 얼마나 가치로운 일인지를 가르쳐 주었다. 이 단순하고도 거대한 담론을 우린 잊고 살았다.” (고잔동 일기-98쪽)
이 자료들이 조금이나마 참사와 우리 사회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는 기록자들의 소망이, 독자들에게 전달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그래서 우리 아이들의 미래는, 모든 생명이 존중되고, 걱정 없이 살아갈 수 있는 안전한 사회가 만들어지기를 고대해 본다. 그것이 우리 마을의 공동체가, 혹은 국가 공동체가 이루어 나가야 할 의무이자 책임이라고 생각하며 잠시 고잔동으로 떠나보기를 살며시 권해본다. 

민복숙 (혜윰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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