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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세상은 오는가?
  • 안산신문
  • 승인 2022.05.25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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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희<소설가>

휴대전화의 단체대화방에서 나를 초대하는 일이 잦아졌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자치단체장에 입후보하는 사람들이 모두 나를 초대한 것이다. 후보자가 많으니 단톡방도 많다. 작게는 몇백 명에서 수천 명에 이르는 대화방이니 항상 소란스럽다. 어쩌다 내 전화번호가 이리 알려져서 모두가 나를 자기 표라 여기는 걸까? 조용히 나가기를 해도 거듭 불러들인다. 어쩌다가 이렇게 많은 후보에게 내 전화번호가 알려져서 모든 당의 후보는 내가 자기편이라 믿고 믿는다.
 단톡을 통한 홍보는 효과적인 선거운동인 듯하지만 성가시기 그지없다. 저마다 세상을 바꿀 대단한 공약을 내걸지만, 마음에 와닿지 않는다. 시장 후보자들이 약속하는 공약을 보면 우리 안산시는 세계에서 가장 잘살고 행복한 도시가 될 것이다. 입후보자들이 실행을 약속하는 공약(公約)이, 헛돈 약속만 남발하는 공약(空約)이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저들이 주장하는 새로운 세상이 과연 올까?
 물극필반(物極必反)이란 일을 함에 너무 지나치면 안 된다는 뜻이다. 중국 역사상 유일한 여황제가 된 사람은 측천무후로 불리는 무조였다. 후궁이었던 무조는 당 태종이 죽자 감업사라는 절에 들어가서 비구니가 되었다. 새로 황제가 된 고종은 황후를 돌보지 않고 후궁을 총애하였다. 황후는 황제와 후궁 사이를 떼어놓을 요량으로 감업사의 무조를 불러들였다. 일생을 비구니로 보낼 줄 알았던 무조는 황궁에 들어와 황후와 황제를 극진히 모셨다. 이로써 고종은 총애하던 후궁에게 가는 발걸음을 끊었다.
 황후는 경쟁하던 후궁을 물리쳤으나, 무조가 자신을 몰아내고 황후가 되고 황제까지 될 줄 어찌 알았으랴. 병약한 고종을 대신해 국정에 깊숙이 관여하던 무조는 고종이 죽고 중종이 즉위하자 섭정을 시작했다. 그러나 섭정으로 만족하지 못한 그녀는 황제를 폐위시키고 스스로 황제가 되었다.
 측천무후는 처음 황제의 나이가 어리다는 핑계로 섭정을 하였다. 그러다 황제를 폐위하여 황제 자리에 오르고는 다시는 내려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대신 소환이 이러한 상황을 비판하며 상소하여 “하늘의 뜻과 백성의 마음은 모두 이씨(李氏)에게 향하고 있습니다. 당신이 아직 황제 자리에 있지만, 사물이 극에 달하면 반드시 반전(反)하고, 그릇이 가득 차면 넘어진다(傾)는 것을 아셔야 합니다”라고 하였다.
 사물이 극에 달해 반전할 때가 되었으니 이제 물러나라는 것이었다. 이런 간언 정도에 물러날 그녀가 아니었던 것은 물론이다. 최고의 위치에 오르면 반드시 내려와야 하는 것이 세상의 이치이다.
 사람의 인생도 극에 달하면 반전하게 마련이다. 대선 때마다 세상을 다 바꿀 기세로 덤벼들던 영웅들은 선거 패배 후 지금은 무얼 하고 있는지 궁금하기도 하다. 한 시대를 풍미한 사람도 쓸쓸히 사라지는 것을 보노라면 인생무상, 물극필반의 세상 이치가 거짓이 아니다.
 측천무후도 자기 뜻대로 모든 것을 이루지는 못했다. 이씨 세상을 무씨 천하로 만들려 하였지만, 장간지(之)가 이끄는 친위군 500명에 의해 폐위되고 말았다. 내려올 때를 안다는 것은 어렵다. 지금도 곳곳에서 공천에서 떨어진 후보들이 무소속으로 선거에 나서고 있다.
 후보자들이 정치로 세상을 바꾸겠다는 당찬 의지는 고맙다. 하지만 떨어지고 나서 불복하여 소송을 하거나 흠집 내기를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당선자도 세상을 바꾸는 위대한 일에 매달리기보다는 한 사람을 소중히 여기고 사소한 작은 일부터 차근히 바꾸기를 바란다. 그래도 기대한다. 새로운 세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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