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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우리들의 신부님
  • 안산신문
  • 승인 2022.05.25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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죠반니노 과레스끼, 서교출판사

 무대는 제2차세계대전이 끝난 직후인 1947년경, 이탈리아 중북부의 작은 시골마을이다. 아펜니노 산맥과 뽀 강 사이의 유역에 자리잡은 바싸 마을에는 돈 까밀로 신부와 우직한 공산당 읍장 뻬뽀네, 그리고 예수님이 살고 있다. 이곳에서 일어난 첫 번째 이야기는 저자의 어린 시절에 겪었던 막내 동생 끼꼬에 관한 이야기이다.
  끼꼬는 이제 겨우 세 살이지만 풀밭으로 지나가는 오리를 돌팔매로 단숨에 해치워버리는 원기 왕성한 개구쟁이다. 어느 날 들에서 놀던 끼꼬가 갑자기 열병으로 앓아누웠다.  병세가 심상치 않자 아버지는 마차로 읍내에서 세 명의 의사를 데려와 끼꼬를 치료했지만 끼꼬는 점점 더 중태에 빠졌다. 아이의 목숨이 경각에 달리자 온 마을이 침울한 분위기에 잠겼다. 3일째 되는 날 의사들은 마침내 “이 아이를 구할 수 있는 분은 하나님 밖에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강인한 보스까치오 남자인 아버지는 집안의 모든 사람을 불러 모았다. 그리고 50명이 함께 하나님께 끼꼬를 살려달라고 간절히 기도를 드렸다. 아침부터 저녁 7시까지 온종일 기도를 드렸지만 차도가 없었다. 의사는 끼꼬가 오늘밤을 넘기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아버지는 2연발 엽총에 실탄을 장전하고 광산용 다이너마이트 5kg과 함께 내 손을 잡고 성당으로 갔다. 성당 담을 넘어 사제관으로 불쑥 들어간 아버지는 신부님에게 말했다.
  “끼꼬가 아픕니다. 끼꼬를 구할 수 있는 사람은 하나님 밖에 없다고 합니다. 50명이 하루 종일 기도를 했는데도 소용이 없었소. 지금 당장 그 양반에게 끼꼬를 낫게 해달라고 고해주시오. 만약 끼꼬를 낫게 해주지 않으면 이 다이너마이트로 성당을 벽돌 하나도 남기지 않고 모조리 날려버리겠다고 말이오!” 
  신부님은 제단 앞에 무릎을 꿇고 기도를 드리기 시작했고 아버지는 총을 옆구리에 끼고 성당 가운데 버티고 섰다. 자정 무렵이 되자 아버지는 나를 불러 집에 빨리 가서 끼꼬의 상태가 어떤지 보고 오라고 했다. 나는 들판을 쏜살같이 날아가 집에 도착했고 갈 때 보다 더 빨리 성당으로 돌아왔다. 
  “아버지, 끼꼬가 나았어요. 의사 선생님이 기적이래요! 모두들 웃으며 기뻐하고 있어요!”
  신부님이 입을 법리고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사이 아버지는 호주머니에서 천 리라짜리 지폐를 한 장 꺼내 헌금함에 넣으며 말했다.
  “제게 주신 기쁨의 보답입니다.” 
  ‘뽀 강 유역에는 산 사람에게나 죽은 사람에게나 두루두루 좋은 특별한 바람이 분다. 그곳에서는 개까지도 영혼을 가지고 있다.’(본문 P.22) 이 이야기의 무대가 되는 바싸 마을은 그런 곳이다. 바로 이것이 우리가 이 지상에서 잃어버린 이 마을을 둘러싸고 있는 특별한 공기라는 것을 알아야한다. ‘그러면 정치라는 것이 이 고장에서 무슨 일을 일으켰는지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본문 P23)
  소설 「신부님 우리들의 신부님」은 앞에 소개된 이야기와 같은 짧은 이야기들 속에 읽다보면 절로 무릎을 치게 만드는 따뜻한 유머와 해학을 담고 있다. 전후 이탈리아에는 평화로운 시골마을에도 기독교민주당, 공산당, 파시스트가 공존했다. 마을 사람들은 대부분 카톨릭 신자들이지만 공산주의 사상에 빠져 교회에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다. 정치적 입장에 따라 극우, 극좌, 중도 등으로 갈라져 있다. 돈 까밀로 신부도 때로는 자신과 신념을 달리하는 공산주의자들과 주먹다짐을 하기도 하고 그들을 혼내주기 위해 성당에 기관총과 81밀리 박격포를 숨겨놓기도 한다. 뻬뽀네는 이 마을의 주민이 뽑은 읍장이고 직업은 자동차 수리공이다. 그는 노동자 해방과 인민을 위해 열정적으로 투쟁하는 공산주의자이다. 무식하고 막무가내인 반면 신앙심이 깊고 정직한 사람이기도 하다. 
  돈 까밀로와 뻬뽀네 두 세력은 사사건건 대립하고 때로는 큰 파국으로 위기를 맞을 때도 있지만 항상 종국에는 인간에 대한 흔들리지 않는 믿음으로 화해를 일구어낸다. 돈 까밀로가 주교에게 징계를 받고 오지 마을로 쫓겨났을 때에는 뻬뽀네가 구명운동을 하기도 하고, 뻬뽀네가 망신당할 것이 뻔한 맞춤법이 엉망인 공산당 선언문을 발표하려 할 때에는 돈 까밀로가 남모르게 고쳐주기도 한다. 또 병이 난 뻬뽀네 아들의 쾌유를 위해 예수님께 거짓말도 서슴지 않는다. 그들은 본시 독일 치하에서 레지스탕스 운동을 할 때 조국 이탈리아를 위해 목숨을 걸고 함께 싸웠던 동지이기도 했다.  
  거구에 힘이 천하장사이고 마음씨가 따뜻한 돈 까밀로 신부님과, 노동자와 인민의 해방을 위해 저돌적으로 돌진하는 공산당 뻬뽀네 읍장이 벌이는 기상천외한 싸움과 화해의 이야기들은 책을 읽는 시간 내내 독자로 하여금 행복감을 느끼게 한다. 이 책은 오늘날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흑백논리의 고질적인 갈등과 대립을 어떻게 극복해 나가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많은 것을 시사해주고 있다. 그것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보편적인 형제애와 따뜻한 인간성에 대한 궁극적인 믿음이라고 이 책은 말하고 있다.

이장범<수필가/ 혜윰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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