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경<경영학박사>

  “덕이 높고, 마음에 여유가 있는 사람은 자질구레한 일에 초연하다. 곧 도량이 넓어서 자질구레한 일에 얽매이지 않는다” 대인대이(大人大耳)의 의미이다. 이해인 수녀는 글에서 “좁은 문을 통과하려면 마음이 넓어야 합니다. 좁은 마음으로 좁은 문을 들어갈 수가 없습니다. 매사에 사랑을 넣어 행동하려고 노력해야만 마음이 아주 조금씩이라도 넓어질 수 있음을 저는 매일 새롭게 체험합니다. 우리가 겸손에 대해 말하긴 쉽지만 참으로 겸손하게 자신을 기대없이 낮추는 것은 쉽지 않음을 갈수록 절감합니다. 자신의 잘못이나 허물을 아무 변명없이 받아들이는 온유함에도 꾸준한 연습이 필요합니다”라고 했다.  

  세상에는 사람의 수만큼이나 다양성을 갖고 살아간다. 비슷한 사람은 있어도 같은 사람은 없다. 왜 그럴까? 인간은 학습을 통해 자아를 형성하기 때문이다. 들소는 유전자를 통해 털을 갖고 태어나고 표법은 질주능력을, 카말레오는 보호색을 선천적으로 갖고 태어난다. 하지만 인간은 어떤 지식도 유전자를 통해 전달받지 못한다. 영국의 철학자 존 로크(J. Locke)가 말한대로 인간은 타블라 라사(tabula rasa)즉 백지 상태로 태어난다. 때문에 인간은 무지의 상태에서 학습을 통해 불을 다루는 법, 일어서고 걷고 달리는 법, 몸을 보호하는 방법 등 살기위해 필요한 수단과 방법을 학습을 통해 익혀야 한다. 성장환경, 양육자, 경험 등 어릴 때의 학습된 사고, 감정, 결정들에 의해 자아가 형성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형성된 자아가 가치관, 신념으로 내면화되어 서로 다른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기에 갈등은 피할 수 없다. 부딪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사회적 갈등지수는 세계에서 가장 높다. 갈등의 실제를 보여주는 고소, 고발건 수가 한 해에 무려 50만건에 이른다. 이웃 일본에 비해 40배가 넘고 인구 수로 비교하면 100배쯤 된다. 이런 갈등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년간 300조라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갈등을 풀어가는 과정을 통해 개인의 다양한 자유가 보장되고 평등한 사회, 평화로운 나라를 이루어 간다면 갈등을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시스템이 정치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정치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갈등은 더 심화된다.
  새로운 정부가 자리도 잡기 전에 지방선거를 치루었다. 선거는 민심을 읽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설혹 아쉽고 마음에 들지 않는 결과라고 해도 민심의 흐름을 겸허하게 수긍하고 변화를 모색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선거 후유증이 심하다. 결과에 대한 책임론으로 계파 간에 논쟁이 시끄럽다. 화물연대의 파업, 전임대통령 사저 앞에서의 끊이지 않는 시위, 선거사범에 대한 고소, 고발 등 갈등은 증폭되고 있다. 1세기경 바울은 갈등이 심했던 에베소 교회에 이렇게 편지를 쓴다. “겸손하고 온유한 사람이 되며, 사랑으로 서로 결점을 덜어 주고, 서로 참아 주는 너그러운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성령에 의지하여 하나가 되도록 항상 힘쓰고 서로 평화롭게 살아야 합니다. 우리는 모두 한 몸의 지체들입니다“ 너그러운 마음이 도량이다. 도량은 마음이 넓고 생각이 깊어 사람이나 사물을 잘 포용하는 품성이다. 너그러움은 가정, 사회, 공동체, 정치의 갈등을 풀어주고 평화를 만드는 핵심이다. 특히 너그러움은 사회적 리더들이 가져야 제일의 품성이다.
  논어는 제왕학의 기본서라고 할 수 있는데 영화(陽貨)편에 공자와 제자인 자장(子張)의 문답이 나온다. 자장이 인(仁)에 대해서 묻자 공자는 하늘 아래에서 다섯가지 덕목을 실천할 수 있다면 사람답다고 했다. 그것은 공손함, 너그러움, 미더움, 민첩함, 은혜로움이다(恭寬信敏惠:공관신민혜). 공손하면 업신여김을 받지 않고, 너그러우면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얻으며, 믿음이 있으면 사람들이 신임하게 되고, 민첩하면 기회가 올 때 공을 세울 수 있으며, 은혜로우면 사람들을 부릴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팔일(八佾)편에도 윗 자리에 있으면서 너그럽지 않고, 예를 행함에 공경하지 않으며, 초상에 임하여 슬퍼하지 않는다면 군주로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마음의 여유가 없으면 너그러움도 결핍된다. 너그러움을 갖기 위해 화내지 않는 연습, 마음 주기, 베푸는 연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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