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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부활
  • 안산신문
  • 승인 2022.06.15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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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희<소설가>

  수목원 안의 온실에는 열대식물이 아름드리로 자라고 있었다. 수많은 식물은 아름다운 꽃과 열매를 매달고 있어서 아프리카 열대 공원에 온 듯 신기하였다. 여러 동의 온실에는 종류별로 꽃을 심어 놓았다. 장미가 가득한 온실과 수천 개의 선인장 등 개인이 만들었다고 하기에는 너무나 위대한 사업이었다. 또 한쪽에는 백여 그루가 넘는 나무마다 노랗고 싱싱한 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자세히 보니 귤나무의 수종이 다양하였다. 그래서 매달린 귤 종류도 천혜향, 한라봉, 금귤 등 손을 가리키며 묻는 것마다 다른 수종이었다.

 지인의 아버지가 생전에 가꾼 수목원이었는데, 일반에게 개장하기 전에 우리를 초대하였다. 부모님의 일생의 시간과 정성이 들어있어서 사람들에게 무료로 개방하기로 절차를 마쳤다고 하였다. 더 넓은 땅에 심은 수많은 나무와 식물들 일생의 시간과 돈을 투자하여 만든 곳을 팔기는커녕 많은 사람에게 나눔을 한다니 다시 보였다.
 수목원을 시작한 계기는 50여 년 전 아버님은 농사를 지어 생계를 유지하셨다. 경북 봉화 산골에서 귤을 먹어 본 적이 없는 아이들을 위해 비닐하우스를 짓고 귤나무를 심으면서 시작되었다. 또 꽃을 좋아하는 아내를 위해 장미원을 만들고 차츰 비닐하우스를 늘리고, 야산을 개간해서 여러 가지 나무를 심고 꽃을 심으면서 오늘의 수목원이 되었다고 한다.
 먹고 살기도 힘든 시절, 산골에서 아이들을 위해, 아내를 위해 꽃과 식물을 가꾼 그분은 평범한 농부가 아니었다. 일찍 아내를 여의고 평생 숲을 가꾸고 살아온 그분의 일생이 수목원에 오롯이 담겨 있어 아름답고도 처연한 기분이 들었다. 아이들은 자라서 도시로 가서 공부하고 독립하였다. 노년을 혼자서 수목원에 집중하셨다. 수목원이 커지고 형태를 갖추자 주변에서 많은 돈을 줄 테니 팔라고 부추기도 했으나, 노년에는 죽은 아내만을 위한 것이라며 절대 팔지 말라고 유언하셨다고 한다.
 인면도화(人面桃花)라는 고사성어는 한눈에 반한 뒤 다시 만나지 못해 그리워하는 여인을 말한다. 당나라 때, 최호(崔護)라는 젊은이가 있었다. 어느 해 청명한 날, 혼자서 장안을 여행하다 성(城)의 남쪽에 이르렀다. 그는 복숭아꽃이 만발한 곳에 집 한 채가 있는 것을 보고, 물을 얻어 마시기 위해 대문을 두드렸다.
 한 여인이 나와서 그에게 물 한 잔을 주었다. 꽃이 만발한 복숭아나무 아래에 선 여인과 최호는 서로 반하였다. 이듬해 같은 날, 최호는 다시 그곳에 가서 그 여인을 찾았으나 집은 그대로였으나 그 여인은 볼 수 없었다. 이에 최호는 시 한 수를 지어 문에다 써 붙였다.

지난봄 이 문 가운데

사람의 얼굴과 복숭아꽃이 서로 비치어 붉더니

사람의 얼굴은 어디로 갔는지 알 수가 없고

복숭아꽃만 옛날과 같이 봄바람보고 웃네


 며칠 뒤에 다시 가서 문을 두드렸더니 노부(老父)가 나와 ‘내 딸이 문에 붙은 시를 읽고는 병이 나서 죽었네’ 하였다. 최호는 청하여 들어가 여인이 누워 있는 여인에게 “나 여기 왔소” 하니, 여인은 금방 눈을 뜨고 다시 살아났다고 한다.
 산책하다가 작은 산소 하나를 보았다. 어머니의 산소였는데, 아버님이 돌아가시자 합장을 하였다고 한다. 인면도화라는 고사성어처럼 두 분의 사랑도 아름다운 수목원으로 부활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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