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려니<부부상담사>

“그러기만 해 봐.” 이 말을 한 사람은 케이트 윈슬렛이다. 그녀는 영화 <타이타닉>에서 주인공 로즈 역할을 한 배우다. 언젠가 남자배우와 베드신을 찍었는데 그녀의 볼록한 배가 그대로 노출되는 일이 있었다. 감독이 이것을 보정하려 하자 케이트 윈슬렛이 막으면서 바로 그러기만 해봐, 라고 한 것이다.
그녀는 랑콤 화장품 광고 모델을 할 때도 포토샵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응한 바 있다. 그녀는 자신의 몸매와 얼굴이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비추길 바란다. 화장은 하지만 필터와 보정은 하지 않는다는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있다. 보이는 이미지가 배우 생명을 전적으로 좌우하는 헐리우드 여배우라는 점에서 그녀의 신념은 돋보이지 않을 수 없다.
“계속하여 변하고 움직이는 우리의 몸은 아름답다. 그러나 필터와 보정으로 계속해서 지우고 덮는다면 우리는 우리의 변해가는 얼굴을 사랑하는 법을 배울 수 없다. 나는 그들이 존재할 수 없는 것에 닿으려고 하면서 실제로 존재하는 진짜 삶을 놓치지 않기를 바란다”
필터와 보정을 거친 이미지들이 넘쳐날 때 어떤 일이 생길까? 우선 자기를 속이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SNS에 자기 모습을 올릴 때 그대로 올리는 법이 없다. 보정을 하기 때문에 그 모습은 자기와 거리가 멀다. 늘 ‘존재하지 않는 것에 닿으려고’ 한다. 중국에서는 SNS로만 사귀다가 실제로 만난 뒤, SNS에서의 모습과 실제가 너무 달라서 그것을 폭로하는 사례들이 종종 나온다. 이 사례들에서 보정을 한 모습과 실제는 정말 경악할 정도로 차이가 있었다. 자기를 속이다 못해 남까지 속이게 되는 경우였다. 그런데 이렇게 계속해서 자기를 속이다 보면 정신 건강에 적신호가 오게 된다. 자신의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지 못하게 된다. 나아가 그런 보정된 이미지들을 수시로 접하는 사람들의 정신 건강까지 위협하게 된다.
나는 멘탈이 강한 편이다. 그런 나도 여성 갱년기 건강식품을 광고하는 60대 배우가 TV에 나오면 주눅이 든다. 완벽한 몸매를 가진 그녀의 대리석 같은 피부는 모공 하나 없이 매끈하다. 나는 나보다 더 나이가 많은 그녀의 몸매와 피부가 현실의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급격히 우울해진다.
이런 정신 건강상의 해악을 알았기 때문일까? 몇몇 나라들에서는 미디어 이미지가 보정을 거친 경우 반드시 경고 메시지가 뜨도록 법을 만들어 시행하고 있다고 한다. 이는 보정을 거친 미디어 이미지가 뿌리는 해악이 크다는 것 그리고 수용자 개인이 이것을 감당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 제도 차원에서 접근해야 할 문제임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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