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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존재로서 삶과 죽음을 바라보다. 
  • 안산신문
  • 승인 2022.06.15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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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가 돌아왔다. 소설 <살인자의 기억법>이후 9년 만이다. TV나 유튜브를 통해서 대중들은 작가의 얼굴을 자주 보아왔지만, 오랜만에 소설을 들고 나온 덕에 그의 독자들은 그저 반갑고 기쁘다. 
 <작별인사> 속 주인공은 근미래에 살고 있는 한 소년이다. 아빠와 고양이 세 마리와 평화롭게 살던 소년은 갑자기 이전의 삶과 헤어지고 자신에게 닥친 일을 겪어낸다. 처음에는 자신의 존재를 부정하지만 여러 인물들을 만나면서 비로소 성장하게 된다. 이 소년은 우리와 다른 존재지만 우리와 닮아있다. 

 “난 내가 인간이 아닐 거라고는 한순간도 생각해본 적이 없어.”
 “자기가 누구인지 잘못 알고 있다가 그 착각이 깨어지는 것, 그게 성장이라고 하던데?”  p.83

 소설은 죽음에 대해, 나를 둘러싼 배경과 세상에 대해, 인간에 대해, 인간이 만들어낸 이야기와 신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아나가고 있다. 서사도 서사지만 인물들끼리 자신의 철학을 주고받는 대화가 촘촘하다. 인간이든 휴머노이드든 각자의 생각이 완고하여 보는 맛이 있다. 저마다의 입장이 달라 팽팽하게 대립하고, 결말이 궁금해진다.
 
 “당신은 무엇이고 무엇이 되고자 합니까?” p.228

 재생 휴머노이드 달마는 주인공 철이에게 묻는다. 선택의 순간에서 주인공은 안락했던 과거의 삶을 떠올리고 지금 현재의 삶을 자각한다. 우리들도 달마의 물음에 생각해본다. 나는 무엇이고 무엇이 되고자 하나?  

 나는 선이가 어리석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런 어리석음이야말로 인간다운 것이 아닌가. 선이가 충분히 인간이 아니라면 도대체 누가 충분히 인간이란 말인가. p.283 

 책을 읽으면서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된다. 사람들은 자신이 산 물건이나 기계에 정을 붙이고 산다. 어느샌가 그것들은 집에서 사라져간다. 기계나 물건에 실증이 나기도 하고, 그것들의 수명이 다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기계뿐만 아니라 생명체에 대해 처음 가졌던 마음까지 변한다. 입양된 동물들이 매해 수십만 마리가 유기되는 것을 보면서 인간들의 이기심과 잔인함에 분노가 생긴다. 하지만 또 동물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죽을 때까지 자신의 반려동물을 책임지고 지켜주는 사람들이 있다. 반려동물의 죽음을 인간의 죽음보다 더 슬퍼하는 이들도 있는 것이다. 인간의 무정함에 상처받고 실망했다가도 인간의 따뜻함에 힘을 얻고 살아가는 우리들이다. 
 소설 <작별인사>는 인간만큼 복잡하고 희한한 존재는 없을 것이라는 우리의 생각에 인간보다 인간 같은 휴머노이드의 존재를 던져준다. 주인공을 통해 우주와 세상과 인류에 대해 사유해볼 수 있는 작품이다. 

 마치 제목이 어떤 마력이 있어서 나로 하여금 자기에게 어울리는 이야기로 다시 쓰도록 한 것 같은 느낌이다. 탈고를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원고를 다시 읽어보았다. 이제야 비로소 애초에 내가 쓰려고 했던 어떤 것이 제대로, 남김 없이 다 흘러 나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p.303 작가의 말 중)
소설을 끝까지 읽으면서 제목의 의미와 여운을 느껴보기를 바란다. 

김아름<극작가/혜윰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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