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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을 바란다면
  • 안산신문
  • 승인 2022.06.1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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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중<꿈의교회 담임목사>

   여러분은 줄다리기를 아시는지요? 아마도 줄다리기를 모르는 분은 거의 없을 거라고 봅니다. 긴 줄 하나만 있으면 어디서나 쉽게 할 수 있는 종목! 지금도 초등학교에서 운동회가 열리면, 줄다리기하는 곳도 적지 않습니다. 많은 분이 줄다리기를 우리나라 고유의 민속놀이로 알고 있지만, 사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의 여러 나라에서도 줄다리기 대회를 합니다.
   그래서인지 줄다리기가 한때 올림픽 종목이었습니다. 근대올림픽 초창기였던 1900년부터 1920년까지 올림픽 정식종목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처럼 보편적인 운동이던 줄다리기가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올림픽 정식종목에서 갑작스럽게 퇴출됩니다. 명분상으로는 국가 간의 불필요한 경쟁을 막겠다는 것이었지만, 실질적인 이유는 따로 있었으니, 바로 공정성의 문제로 시비가 걸렸던 겁니다.
   실제로 여러 사건이 있었는데, 그중에서 대표적인 것을 이야기하자면, 1908년 런던올림픽 때 영국 경찰관 팀과 미국팀이 줄다리기에서 맞붙습니다. 그때 영국 경찰관 팀은 스파이크가 달린 운동화를 신고 경기를 치렀습니다. 반면 맞상대였던 미국팀은 일반 운동화였습니다. 누가 봐도 동등한 조건이 아니었기 때문에, 모두가 갖출 수 있는 조건인 운동화로 경기하는 것이 맞았습니다. 그러나 영국팀은 이 운동화가 경찰관 정복이라고 주장했고, 심판은 관련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영국팀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이에 미국 쪽 참가 팀들이 항의 표시로 대회를 포기했습니다. 이거는 공정한 줄다리기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한 것이지요.
   모두가 결과를 승복할만한 줄다리기가 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 간단한 게임이지만, 고려해야 할 것이 많습니다. 해가 동등하게 비추어야 합니다. 그리고 땅의 단단함도 동등해야 합니다. 또 장비도 동등하게 적용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참여하는 인원 구성도 동등해야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바로 무조건 내가 이겨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는 것입니다.
   앞에서 본 1908년의 사건에서도 보면, 운동화로 갈아신어서 동등한 조건에서 경기하는 것이 상식이었습니다. 물론 영국팀도 이것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영국팀이 이런 상식을 넘어서 무작정 우긴 이유는 무엇보다 무조건 내가 이겨야 한다는 생각이 컸기 때문입니다. 그 생각이 앞서다 보니, 관련 규정이 없다는 점을 악용하였던 것이죠. 그 결과 영국팀은 그 순간에는 이깁니다. 그러나 자신들이 그렇게 좋아하던 줄다리기라는 종목을 올림픽에서 퇴출시키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저는 줄다리기의 이야기에서, 우리 시대에서의 공정에 대해서 생각해봅니다. 요즘 사회의 가장 큰 화두는 바로 ‘공정’입니다. 모두가 인정할 만한 과정으로 경쟁하고 싶다는 바람이 담긴 시대정신이죠. 그렇다면 정말 이들이 바라는 공정한 세상을 만들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 할 게 많습니다.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서, 제도를 잘 만들어야 합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무조건 내가 이겨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는 것입니다. 그래야 법망을 피하는 편법을 찾지 않을 수 있고, 이기든 지든 언제라도 떳떳한 인생을 만들 수 있습니다.
   언젠가부터 우리 사회 안에서 모범이 되어야 할 분들의 편법이 많은 화제를 낳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문제를 제기하는 우리 사회 안에, 어쩌면 그런 편법을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면이 있는 것은 아닐까요? 당장 이기는 것을 넘어서, 언제라도 떳떳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인생을 만드는 우리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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