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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보는 여행
  • 안산신문
  • 승인 2022.06.29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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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희<소설가>

 새벽 4시. 알람이 요란하게 울렸다. 알람 소리에 친구들이 일어났다. 안경을 쓰고 슬리퍼를 끌며 마당으로 나섰다. 진부령 펜션 마당에는 어젯밤부터 망원경을 설치하고 기다린 사람들이 있었다. 수성-금성-화성-목성-토성 순으로 새벽하늘에 이 행성이 태양계 순서대로 나란히 정렬하는 진풍경이 펼쳐진다고 했다. 하늘을 올려다보았으나 어디가 어디인지 모르겠다. 지구의 자리엔 달이 들어가 대역을 한다고 했는데 그믐달만 구분할 수 있었다. 모두 쌍안경을 눈에 대고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어제 친구들과 산꼭대기에 있는 펜션에 도착했을 때 분위기가 이상했다. 촬영장 비를 잔뜩 실은 SUV 차량이 몇 대 주차해 있었다. 펜션 이름이 <별 보는 펜션>이라 약간 촌스러웠는데, 산꼭대기에 있어 별 보기는 무척 좋은 위치였다. 또 객실은 모두 복층형으로 2층 다락방에 가면 천정이 유리로 되어서 방에 누워서 하늘을 볼 수 있었다.
 우리는 환갑을 맞은 친구들과 여행을 중이었다. 2박 3일의 짧은 여정이었지만 날마다 의미 있는 일을 만들며 재미있게 보냈다. 일정을 잡아놓고 한 친구가 새벽 우주쇼의 기사를 단톡방에 올렸다. 왜 아이들만 별을 보냐? 우리도 보자면서 모두 쌍안경과 망원경을 준비하고 숙소도 산꼭대기로 정했다.
 아이들이 어릴 때는 일식이나 월식, 별똥별이 떨어진다고 하면 별 보러, 달 보러 여행도 많이 다녔다. 우주에서 벌어지는 행사에 무조건 참석하였다. 전국에 있는 천문대로 별 보러 가는 일을 즐겼다. 언제부턴가 볼보는 일이 없어졌다. 몽골 사막에서 하늘 가득한 별을 보면서 감탄과 환희에 찼던 기억이 오래전이다.
 오늘의 우주쇼는 2004년 이후 18년만이라고 했다. 대형 망원경과 촬영 장비를 챙겨 온 아마추어 천문학회 사람들이 자세히 알려 준다. 동쪽 하늘에서 수성을 찾았다. 우상향으로 눈을 돌려 금성, 화성, 목성, 토성이 시야에 들어온다. 그러나 바로 수성이라고 믿었던 것이 사라지고 말았다. 내가 본 것은 환상일지도 모른다. 태양에 가까이 있어 관측하기가 어려운 수성은 태양에서 가장 먼 위치에서 뜬다고 한다. 수성만 보기도 쉽지 않다고 한다. 새벽 5시가 되어가며 여명이 밝아 왔다. 우리는 산꼭대기에서 일출을 기다렸다.
 얼마 전, 우리나라는 ‘누리호 발사’를 성공했다. 이 소식을 칠순이 넘은 지인이 전화로 알려 주셨다. 당신은 굉장히 흥분해서 이 대단한 일을 너는 아직 모르느냐면서. 옛날에는 굉장한 관심사였는데, 이제 그런 관심도 무디어졌다. 누리호 발사 성공으로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7번째로 실용 위성을 자력으로 우주에 보낼 수 있는 국가가 되었다. 민간 우주 개발 사업이 활성화되고, 우주 탐사와 자원 개발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우리나라 역시 우주 시장에서 입지를 만들어가는 출발점이 된 것이다. 우주 탐사 능력이 확대되면 우주여행이 가능할지도 모른다. 그러려면 빨리빨리 우주 개발이 확산하여야 한다.
 이번과 같은 행성 정렬 쇼는 2040년에 다시 볼 수 있다. 그때는 새벽이 아닌 저녁 하늘이다. 그해 9월 8일 달을 포함해 맨눈으로 볼 수 있는 모든 행성(수-금-지-화-목-토)이 해 질 녘 서쪽 하늘의 한 영역 안에 옹기종기 몰려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18년 후의 일이다. 그때까지 기다려서 이 우주 쇼를 다시 볼 수 있을까? 그때 내 나이는 79세이다. 누리호 발사 소식을 알려준 지인처럼 나 혼자만 흥분할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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