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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 마을, 삼차구에서 보내온 이야기
  • 안산신문
  • 승인 2022.07.06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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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희 엮음/박혜 그림)

 “우리가 대화할 때 중국어를 많이 사용하는가, 조선어를 많이 사용하는가?... 우리만의 언어, 이 아름다운 조선어를 우리 손으로 보호하지 않으면 누가 보호하겠는가?... 우리만이라도 열심히 조선어를 공부해 우리의 민족 문화가 소실되지 않도록 해야한다. 그래야만 우리말과 우리 민족의 아름다운 문화를 더 넓은 세상에 알릴 수 있지 않겠는가”라는 ‘동녕조선족중학교’ 1학년 리창은 학생의 일갈에 정신이 번쩍 든다. 
 동녕조선족중학교는 전교생 70여명의 중국 흑룡강성 동녕시 삼차구 조선족 마을에 있는 학교이다. 학생들은 우리의 전통 문화를 지켜내려고 노력한다. 늘어난 중국어 사용에 맞서 조선어를 살리고자 ‘파랑새 우리말 백일장’에 참여하며 한국, 중국, 조선족, 가족, 친구에 대한 마음을 표현한다. 오늘날 우리의 언어 습관을 되돌아보면 온라인 소통이 일상화되면서 외래어와 신조어를 뒤섞어 사용하여 언어 훼손과 언어 파괴가 심각한 지경이다. 그런데 저 멀리 타국에서 우리의 말을 통해 자호감(자민족에 대한 사랑과 자긍심)을 키우며 우리말을 자랑스러워 하는 아이들이 조선족 마을에서 크고 있었다. 이들의 서툴고 투박한 글에 쓰인 고유어와 한자어를 보면서 낯섬과 동시에 반갑고 한편으론 부끄럽다.  
 저번 겨울 방학 때 한국을 갔더니 아버지가 무척 피곤해 보였습니다. 며칠 뒤 아버지는 다리를 다치셨는데 그런데도 참고 일하셨습니다... 아버지는 저를 먹여 살리자고 고통도 참고 계셨습니다. 어머니도 많이 지쳐 보였습니다. 일이 힘든지 저녁밥을 잡수지 못했습니다. 공장에서 무거운 짐을 들다 허리를 다쳤다고 하셨습니다. 저는 밖으로 나가 펑펑 울었습니다... 열심히 공부해서 아버지, 어머니께 꼭 장한 모습 보여 드리겠습니다. (p.51)
 삼차구 가정의 대부분은 부모들이 생계를 위해 중국이나 한국으로 떠나고 아이들과 조부모만이 남겨져 살아가고 있다. 먼 타국에서 고생하는 부모를 위해 아이들은 공부에 매진하기도 하고 그리움과 외로움에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한다. 노무를 나간 부모와 기다리는 아이들은 한없이 서로가 그립고 서로에게 미안하다. 밤마다 걸려오는 영상 통화에서 안부를 전하는 말속에는 따스한 저녁의 온기가 있다. 어린 마음에도 부모의 수고를 알아주고 아이를 걱정하는 부모의 진심이 어린 학생들의 글들에 담겨 조선족에 대한 편견과 오해가 자연스레 사라진다.
 가끔씩 외로울 때가 있다. 그러면 나는 밖으로 나간다. 우리 집 앞에 활짝 피어 있는 분홍색 꽃길을 걸으면, 마치 다른 세상에 있는 듯 마음이 편해진다. 햇볕이 쨍쨍 빛나는 날은 진달래나무가 그늘이 되어 준다. (p.27)
 삼차구 아이들은 자연이 주는 위안을 온몸으로 받아들인다. 마을을 둘러싼 산과 나무에 인사하고 동녕의 푸른 하늘을 사랑한다. 마을 곳곳에 심어진 진달래 꽃은 봄을 가장 먼저 맞이하는 반가운 꽃이다. 척박한 현실에서 간절히 봄을 기다리는 이주민의 서러운 처지를 연분홍빛 환한 마음으로 달래준 진달래는 조선족을 상징하는 꽃이기도 하다. ‘곤란에 부딪혀 포기하고 싶을 때 서로의 힘을 다해 견지하면 우리도 진달래처럼 피어날 수 있습니다’’라는 3학년 오강의 말처럼 해마다 잊지 않고 찾아오는 진달래꽃에게서 희망을 찾는다. 국경 너머 삼차구 마을에서 한민족에 대한 자부심, 조선어에 대한 친밀감, 가족에 대한 애정을 가슴에 품고 동녕조선족중학교 학생들이 따뜻하고 바르게 크고 있다. 하지만 갈수록 거세지는 변화의 물결에 중국 동북지역 조선족 학교들이 문 닫으며 위기를 맞고 있다.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선한 마음을 지켜가는 아이들을 위해 더 많은 교류를 통한 깊은 우정과 신뢰가 이어지길 바란다.   

이순옥<혜움 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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