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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러날 때를 알아야…
  • 안산신문
  • 승인 2022.07.13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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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근원<동화작가>

손자병법에 나오는 구절이다. 지각진퇴(知覺進退) 진퇴유절(進退有節), 나아갈 때와 물러설 때를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는 뜻이다. 정치권과 고위공직자들이 즐겨 사용하는 말이지만, 곧잘 이 함정에 스스로 빠져 패가망신을 당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정권 막바지가 되면 대통령은 보은성 인사를 하게 된다. 여느 정권에서도 마찬가지였지만, 지난 정권 때는 더 심했다. 이른바 알박기 인사였다.
2017년 5월 10일, 대통령 취임사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오늘 대한민국이 다시 시작합니다…, 능력과 적재적소를 인사의 대원칙으로 삼겠습니다. 저에 대한 지지 여부와 상관없이 유능한 인재를 삼고초려해서 이를 맡기겠습니다.”
그러나 취임사와는 정반대의 인사로 임기 내내 밀어붙였다. 취임사는 빛 좋은 개살구 격이었다. 임기 내내 인사의 역주행으로 용두사미가 되어버렸다. 제대로 인사를 했더라면 정권도 바뀌지 않았을 것이다. 오죽하면 윤 당선인 측에서 “우리와 협의해 달라.”라는 뜻까지 전했지만, 청와대는 “인사권은 대통령에게 있다.”라며 철저하게 협의를 거부했다. 그렇게 해서 임명된 사람들이 많았다. 교체할 방법이 없다. 법원도 임기 도중에 내쫓는 것은 불법이라는 판결까지 낸 사례도 있었다.
새롭게 닻을 올린 현 정부와 지난 정부 말 임명된 공공기관, 공기업의 수뇌부가 계속 삐걱거리고 있다. 지난 정부와 현 정부는 정치철학이 달라도 너무 다르다. 물과 기름 격이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 현 정부와 정치철학이 다른 사람들이 요직을 꿰차고 있을 필요가 없다. 그게 순리이자 상식이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연일 지난 정부에서 임명된 공공기관장 등 고위공직자를 향해 사퇴 압박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정부 임기 말 공공기관 알박기 인사는 기관장급 13명과 (비)상임이사 및 감사 등 총 59명에 이른다. 민생 파탄 주역들이 계속 공공기관을 맡겠다는 것은 새 정부의 실패는 물론 민생을 더욱 나락에 빠뜨리겠다는 의미.”라며 직격탄을 날렸다. 총리까지 나서서 지원사격을 하고 있다. 지난 정부 알박기 식으로 임명된 수뇌부들은 훌훌 털고 나와야 한다. 자리에 연연하고 있다면 얼굴이 두꺼워도 너무 두꺼운 격이다. 억울한 면도 있겠지만, 미련 없이 자리를 박차고 나와야 한다. 그게 나라와 국민을 위하는 길이고 자신을 위하는 길이다.
한학자 변시연(1922~2006) 선생의 좌우명이 떠오른다. 그의 좌우명은 이른바 ‘지족(知足), 지분(知分), 지지(知止)의 삼지(三知)’였다. 지족(知足)은 족함을 알고, 지분(知分)은 분수를 알며, 지지(知止)는 물러날 때를 알아야 한다는 뜻이다. 권력의 중심부에 있는 사람에게 던지는 뼈 있는 고언이다. 그만둘 때를 명확하게 알아야 한다는 말이다. 누구나 권력의 정점에 서 있게 되면, 권력의 맛에 빠져 있으면 과감히 물러나지 못한다.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음을 잊어버리게 된다. 당송팔대가의 한 사람인 소동파는 인생을 설니홍조(雪泥鴻爪)에 비유를 했다. 눈 위의 기러기 발자국, 눈이 녹으면 기러기 발자국이 없어지는 것처럼 인생과 권력의 덧없음을 비유한 말이다.
나라가 너무 어렵다. 고물가 속에 빠진 경제위기를 극복해야 한다. 국가안보상황도 심각하다. 양극화로 갈라질 대로 갈라진 민심의 화합도 험난하기만 하다. 현 대통령의 지지율이 좀처럼 오르지 않고 있다. 지지율에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지만, 걱정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야당은 떨어지는 여론을 빌미로 현 정권을 끈질기게 물어뜯고 있다. 이 위기를 헤쳐 나아가기 위해서는 최고의 인재를 적재적소에 써야 한다. 그러나 장관 후보직에 오른 사람들이 낙마를 거듭하고 있다.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실망이 이만저만 아니다. 여당과 야당도 마찬가지이다. 고물가에 신음하는 국민은 내팽개치고 자기들만의 이익을 위해서 내홍만 거듭하고 있다.
시작이 중요하다. 안산에도 전 시장의 알박기 인사는 없었는지 살펴봐야 할 일이다. 분명히 있다. 말이 많았던 사람이 요직에 올랐던 사례도 있었다. 스스로 알고 물러서야 할 것이다.
새로 당선된 시장의 임기가 시작되었다. 논공행상에 따른 인사는 처음부터 없어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안산이 큰 날개로 비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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