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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길
  • 안산신문
  • 승인 2022.07.27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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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희<소설가>

  고속도로 나들목을 빠져나오는데 앞에 차가 밀렸다. 차를 멈추고 빠지기를 기다리는데 뒤차가 내 차를 '쿵' 하고 들이박았다. 그 짧은 찰나에 온갖 생각이 머리를 스치며, 앞차를 받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에 핸들을 옆으로 틀었다. 결국 4중 추돌을 면치 못했다. 8년 전이다. ‘제주 문학기행’을 가야 했다. 차는 엉망으로 부서져 수리공장으로 가고, 겉으로 멀쩡한 몸은 여기저기 쑤시고 아팠다. 회장이었던 나는 44명의 회원을 인솔해야 했다. 몸의 고통을 참아야 했는데, 누가 불러서 고개를 뒤로 젖히거나, 웃으면 근육이 아파왔다. 그 여행에서 문우들과 한없이 웃다가 아픈 근육을 움켜쥐었다. 그 기억은 지금까지 보람으로 남았다. 글 속에서 걸어 나온 자아들이 함께 그 여정에서 만나 서로를 특별한 존재로 만들어준 순간들이 소중해서다.
 작년에는 또 몇 명의 문학회원들과 문학기행을 가서 계단을 내려오다가 넘어졌다. 나의 실수였다. 다리가 부러지는 사고여서 발을 디딜 수 없는 통증에 동행한 분이 나를 업었다. 그 미안함과 민망함이 아픔보다 더 크게 다가왔다. 그리고 일행이 병원까지 따라와서 입원하고 가족이 올때까지 기다려 주었다. 수술 후 1년이 지나 얼마전에 뼈에 박은 핀을 제거했다.아직도 그 분들은 나의 다리를 걱정해 주고 위로해 준다.
 그렇게 문학상으로 맺어진 인연들과 나눈 스토리가 서로의 삶에 스며드는 일, 그들이 어디에서 왔고 출발점이 어디인들 어떠랴. 책을 만들 때마다 마음을 다하는 것도 내겐 의미를 찾아가는 여행처럼 느껴졌다. 그것은 글을 쓰며 나를 조금씩 성장시키는 시간들이다.
  <죽음의 수용소>를 쓴 작가는 말했다.  “어떤 상황에서도 인간은 삶의 의미를 갖는 일을 절대로 멈춰서는 안 된다.” 살아있다는 것은 삶의 의미를 찾는 과정일 것이다. 사람들은 각자의 삶에 의미가 있다. 그리고 열심히 건강과 풍요와 행복을 찾아 파랑새를 찾아다닌다. 어떤 사람이 되는가 하는 것은 자신의 선택이지만 손에 쥔 것보다 마음에 품은 가치가 더 오래 웃게 한다는 것을 알게 된 것만도 고마운 일이다.
 수많은 선택의 순간, 이 일이 눈앞의 이익보다는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늘 고민한다. 아닌 것을 알았을 때 바로 포기하는 결단력 그것을 잘하는 일도 능력이다. 최근 우리의 주변에 무력감과 허무주의가 만연되고 있다. 사실 세상에서 혼자라는 생각을 느끼지 않는 사람은 없다. 재벌은 재벌대로, 인기 연예인은 연예인대로 소외를 느낀다. 우리는,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을 가진 사람들은 모두 행복할 것이라고 착각한다. 그래서 내 문제에 대한 인식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무력감에 빠지고 만다. 있는 그대로 자기 모습을 세상이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생각할 때, 혼자라고 느끼는 것이다. 글로 자신을 풀어내며 그 모습을 통해 아픔조차 승화시키는 사람들은 혼자의 시간조차 인생의 격을 높이는 힘이 있다.
 인간에게는 본래 존재하고 싶은 욕구가 있다. 환경에 매이지만 좋아하는 일을 놓치지 않고 자신을 발산하는 사람들, 자신이 누구이고, 어떤 삶을 살고자 하는가를 스스로 묻고 그 답을 찾아가는 글쓰기의 매력에 구속당한 순간들이 문학의 힘이 아닐까.
 새로운 도전을 한다는 것은 상당히 두렵다. 새로운 단체에 가입하여 활동한다는 것은 상당한 용기가 필요하다. 문학은 고통 속에서도 함께 하는 동반자이다. 문학의 길에 처음 들어섰을 때 이렇게 오랫동안 글쓴이로 남을 줄 몰랐다. 문학이란 무엇인가에 항상 갈등하고 고민하는 인생의 페이지들이 모여 길을 내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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