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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별하지 않는다
  • 안산신문
  • 승인 2022.07.27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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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알았어. 사랑이 얼마나 무서운 고통인지.”(P311)
  한강 작가의 《작별하지 않는다》가 《소년이 온다》 이후 5년 만에 출간됐다. 《작별하지 않는다》는 어느 도시의 학살에 관한 책을 쓴 후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소설가 경하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소설 집필을 끝낸 후 자주 꾸는 악몽을 친구 인선에게 이야기하고, 꿈에서 본 일들을 영상으로 만들기로 약속한다. 프로젝트 이름은 ‘작별하지 않는다’. 그러나 서로 시간 등이 맞지 않아 실행에 이르지 못한다. 경하는 매일 괴로워하며 자신의 유서 쓰는 일을 반복하던 어느 날 손가락이 잘려 병원에 가게 된 인선의 연락을 받고 바깥으로 향한다. 인선은 경하에게 자신이 기르는 새 ‘아마’를 살려달라 부탁하고, 인선은 폭설을 뚫고 제주에 간다. 경하가 죽었는지 인선이 죽었는지 모르는 한 밤, 인선은 경하에게 제주 4.3의 유가족이자 생존자인 자신의 어머니 정심에 관한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눈으로 덮인 마당 끝에서 불꽃을 솟아오르게 한다. 이 부분은 코멘터리 북을 읽어야 이해될 만큼 매우 환상성을 띄고 있어 읽을 때 주의가 필요하다.
  《작별하지 않는다》는 《눈 한 송이가 녹는 동안》, 《작별》에 이은 ‘눈 삼부작'의 마지막 작품이다. 
  소설에서 ‘눈’은 정심에게 과거부터 죽기 직전까지 괴롭히던 기억과 고통의 매개체다. “(꿈에서) 따뜻한 애기 얼굴에 왜 눈이 안 녹고 그대로 있나(P81), 죽으면 사람의 몸이 차가워진다는 걸. 맨빰에 눈이 쌓이고 어린 살얼음이 낀다는 걸(P84), 눈만 오면 내가 그 생각이 남져. 생각을 안 하젠해도 자꾸만 생각이 남서(P95)” 경하에게는 버스 정류장에서 인선의 어머니와 비슷하게 생긴 노인을 보게 하고, 제주 중산간에서 고립된 상태를 만든 매개체로 4.3 당시 고립된 제주도민들과 같은 처지이자 이야기의 청자로 그리고 있다. “인선의 어머니가 보았다는 학교 운동장의 사람이 이어 떠올라 나는 무릎을 안고 있던 팔을 푼다. 무딘 콧날과 눈꺼풀에 쌓인 눈을 닦아낸다. 그들의 얼굴에 쌓였던 눈과 지금 내 손에 묻은 눈이 같은 것이 아니란 법이 없다.”(P133) 인선에게는 어머니가 겪은 일들과 왜곡되고 묻힌 일들을 세상에 알려야겠다고 결심하게 된 매개체다. 
  경하는 인선의 집에서 제주에서 벌어진 민간인 집단 학살과 인선 어머니가 부모와 여동생을 잃고 생사를 알 수 없는 오빠를 찾으러 다녔던 수십 년의 이야기를 듣고 그동안 모은 오래된 신문 스크랩, 구치소 이송 서류 사본 등의 자료들을 본다. 엄마는 강했다. 허깨비가 아니었다. 일흔이 넘은 나이였지만 가장 적극적이었으며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인선 어머니의 이야기를 볼 때면 공포와 허무함을 느끼다가도, 생존 확인 아니 뼈들 속에서 유골이라도 찾기 위해 포기하지 않는 가슴에 품고 있는 ‘사랑의 무서운 고통’이 생각난다. 과거를 극화시켜 독자를 몰입하게 함과 동시에 현재진행형인 문제들까지 간접적으로 피력하고 있다. 
  마치 눈처럼 한순간 소멸하는 작별은 하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잊히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다. 우린 당신들을 기억하고 고통으로 사랑할 것이다.
  소설은 제주 4.3과 경북지역 보도연맹원 학살 사건, 경산 코발트 광산 및 인근 가창골 학살 사건 등의 역사적 배경이 등장한다. 그밖에 소설 속 ‘이스터에그’를 찾는 재미도 있다. 2021년 신작을 발표하면서 같은 해 서울국제도서전에서 했던 대담을 정리한 인터뷰집인 ‘코멘터리 북’이 있다. ‘코멘터리 북’ 속 작가의 말에 의하면 ‘이 소설에는 환상성이 있는데, 그것이 고요하고 담담한 것이기를 바랐습니다. 실제로 혼을 만난다면 놀라거나 당황하거나 두려워하는 대신 아무렇지도 않은 듯 이야기를 나누게 될 것이라는 상상을 하곤 합니다.’라고 한다.

이소영 (혜윰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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