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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째 이런 일이…
  • 안산신문
  • 승인 2022.08.24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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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근원<동화작가>

생각지도 않았던 희한한 일을 당하거나 울화가 치밀 때는 까맣게 잊어버렸던 말들이 생각나기도 한다. 고 김영삼 대통령의 어록이 그 경우다.
유신 시절이었던 1979년, 국회의원직에서 제명되자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오고야 만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그 후 핍박을 받는 정치인들이 이 말을 즐겨 사용했다. 1993년 대통령의 오른팔이었던 사무총장의 아들이 경원전문대에 부정 입학한 사실이 파문을 일으켰다. 대통령은 “우째 이런 일이….”라는 사투리 섞인 말로 한탄을 했다. 이 말은 남녀노소 불문하고 전국적으로 유행이 되다시피 했다. 초등학생들까지도 숙제를 많이 내면 “우째 이런 일이.”라는 말을 했을 정도였다. 또다시 “우째 이런 일이.”란 한탄의 말이 나온다. 그 지탄의 대상이 바로 국회의원, 구청장 그리고 지도급 정치인들이었기 때문이었다.
지난 수도권 폭우로 인한 인명피해는 굉장했다. 산사태가 나고 옹벽이 무너지며 20명이 사망·실종되고 이재민은 1900여 명이나 발생했다. 행정안전부는 서울·경기 등 중부지역을 중심으로 피해 지역에 특별교부세 67억 원을 긴급 지원했다. 각 계에서 성금이 이어지고 봉사단들의 구슬땀은 보석처럼 빛나고 있다. 이 중에 정치인들의 그릇된 봉사활동이 세간의 불평을 사고 있다. 불평이 아니라 경악스러울 정도였다.
국민의힘 소속 한 의원이 수해 복구 봉사 현장에서 “솔직히 비 좀 왔으면 좋겠다. 그것도 사진 잘 나오게.”라고 말해 주위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세계 토픽감으로도 손색이 없을 정도이다. 해당 의원은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엄중한 시기에 경솔하고 사려 깊지 못했다. 저의 발언으로 상처받은 수해민, 그리고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죄송하다.”라며 사과를 했다. 툭하면 정치인들은 실언과 망발을 해 놓고 죄송하다는 말로 구렁이 담 넘어가듯 빠져나가는 것이 특기이다. 낯가죽이 두꺼워도 너무 두껍다. 철판으로 무장한 낯가죽이다.
그 와중에 국민의힘 지도급 층도 봉사활동에 앞서 고주알미주알 수해민들을 향한 자화자찬성 발언도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폭우로 사고와 피해가 잇따르는 상황에서 먹방 사진을 올린 서울 마포구청장의 작태도 ‘우째 이런 일이’를 떠오르게 한다. 구청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8일 저녁, 제가 올린 게시물로 인해 많은 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대단히 송구하게 생각하며,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늦게까지 일하고 너무 배고파 직원들과 함께한 것.”이라고 친절한 해명까지 곁들였다. 꼴같잖은 말이다.
이러니 국민이 국회의원들을 비롯한 정치인에게 손가락질을 해대고 등을 돌리는 것이다. 이들은 윤리위원회에 회부되었다. 이것으로 면피를 하겠다는 생각은 말아야 한다. 징계로 결코 끝나서 안 된다.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 아니 물러나게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국민 무서운 줄 깨닫게 될 것이다. 정치인들은 말없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그것도 소문없이 선행을 해야 한다. 그게 정치인의 참모습이다. 그런 모습은 언제인가 밝혀지게 되어있다. 그때, 정치인은 국민으로부터 더욱 존경받고 신뢰받는 믿음직한 정치인으로 오래도록 각인될 것이다.
국민의힘은 잘못된 일을 할 때마다 안티 세력들로부터 ‘국민의짐’이라는 조롱 섞인 비아냥을 받는다. 이번에는 여당 지도층 원로도 한 방송에서 국민의힘을 ‘국민의짐’이라고까지 말하기도 했다. 제발 철 좀 들기를 바란다. 민주당도 철부지처럼 좋아라 웃을 일이 못 된다. 그들은 더 했다. 민주당의 이상한 당명도 수없이 많다. 부끄러울 정도이다.
이참에 정치권은 국회의원 자격에 메스를 가하길 바란다. 국민이 바라는 국회의원 자격법을 만들어야 한다. 자격 없는 국회의원은 곧바로 내치는 그런 법을 만들어야 한다. 국민의 가슴에 못질하는 말은 설령 실수였다 해도 용서하지 않는 추상같은 법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만 정치권이 국민으로부터 존경을 받게 된다. 하늘이 두 쪽 나도 이런 법은 절대 만들지 않겠지만 참으로 답답하기 그지없는 국회의원들이다.
수해현장에서는 복구의 구슬땀이 쏟아지고 있다. 이재민들의 잃어버린 웃음이 하루속히 활짝 피어오르길 빈다. 비만 오면 정치인들의 한심했던 장면이 떠오를 것이다. ‘우째, 이런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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