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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푸어 가족의 가난 탈출기 
  • 안산신문
  • 승인 2022.09.21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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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진

언론사, 게임회사, IT 회사에서 기자, 퍼포먼스 마케터, PR 매니저 등으로 일하고 있는 15년 차 직장인인 저자가, 자신의 아버지에서 조카까지 3대에 걸쳐서 인터뷰한 것을 기록한 책 ≪워킹푸어 가족의 가난 탈출기≫는 “북레터 상상상”-2개월 이내의 신간을 선정하여, 000교수의 북레터와 함께 보내주는 연간 정기구독 서비스-을 통해 내 손에 도착한 지 한참이 지났다. 분주하여 겉표지만 보고 읽지 못하고 있다가, 겨우 이번 추석 명절에 손에 들었는데, 몸 상태가 너무 좋지 않았다. 읽는 걸 포기하고 그저 들춰보자는 심정으로 살며시 첫 장을 넘겼는데, 피곤함에도 불구하고 멈출 수 없어 끝까지 읽게 되었다.

퀵 서비스로 살아갈 수밖에 없었던 아빠의 어린 시절은, 너무 가난해서 초등학교도 제대로 졸업하지 못했다. 부양할 가족은 넘쳐났지만, 열심히 일한 덕분에 가방공장 사장이 되어, 집을 장만하고 경제적 안정을 이루었으나, 명품 가방이 유행하면서 어려움에 직면하기도 한다. 그러나 거기에 굴하지 않고, 가방과 관련된 부자재를 취급하며 또 다른 탈출구를 찾아 일어선다. 그러다가 1996년에 ‘어음’부도로 다시 몰락하게 되는데, 결국은 IMF와 무관하지 않다.
청소노동자인 엄마는 전업주부가 자부심이었다. 그러다가 아빠의 부도로 어찌할 수 없어 청소노동자로 일하다가, 2년 만에 쓰러진 채 발견되어 3년간 병원에서 지냈다. 그 후유증으로 오른쪽이 마비되어 거동이 어렵고, 말을 못해 누군가가 돌봐주어야 하는 실정이다.

그리고 두 언니의 삶도 만만치 않다. 한 사람은 고졸로 온갖 노력 끝에 그나마 운이 좋아 계약직에서 정규직으로 일하다가, 결혼 후에 퇴사하고 다시 일을 하려고 하니 더 이상 양질의 노동을 할 수가 없다. 또 다른 언니는 똑같은 고졸이지만, 3살과 5살인 두 아이를 홀로 키워야 하는 형편이어서 가족들의 도움 없이는 살아갈 방도가 없다. 그나마 다행으로 비록 위험한 일인 ‘퀵 서비스’이지만, 오토바이가 아닌 ‘ 다마스 퀵 서비스’를 기반으로 여성가구주로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뒤에 이어지는 두 조카의 삶도 만만치 않다. 한 명은 여러 가지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의 꿈을 찾은 상태에서 현재 군복무 중이고, 또 다른 한 명은 중학생 때부터 노동을 했으나, 아직도 길을 찾지 못해 배달을 위해 오토바이를 타고 있다. 오직 한 사람, 이 책의 저자만 가정이 어렵지 않을 때에 제대로 학교에 다닐 수 있었고, 거기에 운(?)까지 따라 주어 지금 번듯한 직장에 다니고 있다.

한 가족사이지만, 이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지나온 시대적 상황이 고스란히 읽혀진다. 예전보다 분명히 살기 좋아진 건 맞다. 하지만 거의가 못 살던 시대와는 달리, 지금의 빈부 격차는 상대적 박탈감으로 인해 때로는 더 이상 살고 싶지 않게 만들기도 한다. 

노력하면 작은 꿈이나마 이룰 수 있었던 사회에서, 이제는 노력만으로는 꿈을 이룰 수 없는 사회가 되었다. 1949년생인 아빠에서 1999년에 출생한 조카에로 ‘배달’이 대물림되는 것을 보며, 이 모든 게 개인의 노력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가난은 결코 극복되어지는 게 아니다. 어쩌면 저자의 말대로, 열심히 일해도 살기 어려운 구조로 이루어진 사회에 우리가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된다. 개인의 잘못이 아닌, 잘못된 사회 구조 속에서는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가난에서 벗어날 수가 없는 게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피땀 흘리며 이 땅을 일구어온 우리네 부모세대, 그런 부모를 보며 열심히 살아 온 우리들, 그리고 내일의 미래 세대들을 생각하면 암울하기 그지없다. 이 책≪워킹푸어 가족의 가난 탈출기≫는 자신의 가족 3대를 인터뷰하여 기록함으로써,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사회 구조의 문제점을 자연스레 파헤친다. 

"한 번은 운이고, 한 번은 실력일 수 있다. 하지만 운이 반복된다는 것은 그 운 역시 구조적으로 짜여 있기 때문이다. 수상경력이나 영어 점수 없이 교과서만 달달 외우고 대학교에 입학했다. 어학연수나 유학을 가지 않았지만, 외고를 다닌 덕분에 외국어에 대한 두려움이 없었다. 인턴 경험이나 자격증 없이 정규직으로 취업하는데 성공했다. 지금 10~20대에게는 불가능한 일이다." (242쪽)

돈과 일의 종류와 상관없이 건실한 노동은 언제나 존중받아야 한다. 그러니 절망만 할고 있을 수는 없다. 더딘 걸음으로라도 열심히 일하면 잘 살 수 있는 나라를 꿈꾸며,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가기를 고대해 본다. 그 길목에 함께 읽고 토론하기에 딱 좋은 책을 권해본다.

민복숙 (혜윰 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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