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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모습의 표정
  • 안산신문
  • 승인 2022.10.12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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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희<소설가>

 친구가 보내 준 한 장의 사진은 주머니에 손을 꽂고 걷는 어떤 늙은 아줌마의 뒷모습이었다. 사람의 얼굴을 보면 그 사람의 살아온 이력을 알 수 있다고 하는데, 뒷모습에도 표정이 있었다. 고궁을 산책하는 모습인데, 작은 키에 엉거주춤 걷는 모습에서 고민이 사진을 뚫고 나왔다. 나이가 드니 거울로 나를 보는 것도 불편하다. 뒷모습은 보이지 않으니 무심히 넘어가지만, 사진에 찍힌 나의 뒷모습을 보니 그날의 고민이 되살아나서 슬펐다.
 이만큼의 인생을 살아왔으면 욕심이나 미련을 내려놓을 때가 되었다. 그러나 말은 쉬워도 감정은 아직 혈기 왕성한 청춘이다. 그렇다면 마음을 더 단련하고 모든 것을 품을 수 있는 그릇이 되어야 하는데 그것은 또 어렵다. 살다 보면 많은 사람과 만남도 이별을 반복한다. 떠나는 뒷모습까지 아름답기를 바라는 것은 욕심일까? 나이만큼의 추한 뒷모습을 들키지 않으려 할 뿐.
 “호호 선생, 삼가 정승(好好先生, 三可政丞)”이라는 말은 마음씨만 좋은 사람을 비유하는 말이다. 너도 좋고 나도 좋으면 시비가 없다고 하는데, 내가 아무리 웃어도 침 뱉는 상대방이 있으면 그것은 나의 잘못이다. 고전에 나오는 호호 선생에게 삶의 지혜를 배우고 싶지만 나를 싫다는 사람에게 웃으며 대하기란 쉽지않다.
 오늘날에는 이런 사람을 예스 맨이라고 하여 부정적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세상을 살아가는데  있어 이러한 처세술은 무조건 비판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선인들의 고사에서 알 수 있다.
 친구 중에 호호 선생처럼 마음씨 좋고 항상 웃는 사람이 있다. 아무리 어려운 일이 있어도 사람을 만나면 즐겁게 좌중을 웃기곤 했다. 그 친구는 작년부터 소송을 해서 환갑나이인 올해에 이혼했다. 요즘은 졸혼도 있고 별거도 있는데 굳이 이 나이에 이혼하냐고 말렸지만, 친구의 의지는 강했다. 평소 매사를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밝게 사는 친구라서 결단을 내리는데 많이 고민했겠지만, 행동은 과감했다. 결혼 후 30여 년 동안 항상 웃으며 남편이 하는 일은 최고라며 믿었는데, 30년 동안 속여 온 일을 참을 수 없었다고 했다. 처음에는 웃으며 이혼하자고 했더니 그 남편도 농담인 줄 알고 웃어넘기더라고 했다. 웃으면서 헤어지고 싶었으나 쉽지는 않았다고 한다.
 단장의 아픔이란 창자가 끊어지는 고통을 말한다. 사랑하는 사람의 배신과 이별에서 웃을 수 있는 사람은 고수다. 우리는 환갑여행을 함께하고 꽃 화관을 씌워 주며 그녀의 앞날을 축복했다.
 외출할 때는 거울을 보고 몸을 단정히 하고 나간다. 나를 만나는 사람에게 나의 모습이 최소한 불편하고 불쾌하게 보이지 않기 위함이다. 나의 뒷모습 또한 그러하다. 쫓기듯 바쁘게 살다 보면 뒷모습에 대한 배려가 없다. 뒷모습도 당당하게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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